하루 한 권 독서

[괭이부리말 아이들]-김중미

by 조윤효

책 제목은 오래전부터 들어와서 익숙했다. 김중미 작가의 머리말에 궁금증이 더해진다. 작가는 8개월 동안 한 아이를 돕고자 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달랑 젓가락 하나만 들고 배고픔의 일상을 잘 참아낸 아이에게 세끼 밥 만이라도 꼭 챙겼다는 그녀. 상처 받은 영혼은 배고픔이 사라진다고 해서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그녀의 말처럼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상처를 치유하기 더 쉬웠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소설 속에서도 묻어 난다. 인천 변두리에 가난한 동네를 중심으로 아이들이 살아간다. 숙자, 숙희 쌍둥이 자매를 중심으로 가난한 삶의 일상이 어른들의 손길에 의해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되기도 하고 인간이 살 수 없는 최악의 조건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는 너무도 선한 사람이다. 가진 것 없이 계모 밑에서 자라 빨리 성공하고자 도시로 왔고 그곳에서 또한 가출한 숙자, 숙희 엄마를 만나 가정을 이룬다. 하지만, 삶이 주는 무게와 자신의 무력감이 술과 만나 폭력성이 그치지 않자 그녀들의 엄마는 가출을 하고 만다. 뒤에 남겨진 12살의 아이들이 감당할 삶의 무게가 얼마나 두려웠을까? 언니인 숙자는 자연스럽게 엄마의 역할을 버겁게 해 나가고 그 과정에 동준이라는 같은 처지의 친구와 마음의 위안을 주고받는다.


일그러진 가정 속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단지 가난은 불편할 뿐이다라는 야속한 어른들의 말은 생존과 안전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아이들에게는 큰 상처이다. 괭이부리 아이들이 만나는 세계는 불편함을 넘어선 위태로운 삶의 터전이다.


다시 돌아온 엄마를 보고도 마음껏 좋아만 할 수 없는 어린 숙자의 마음이 안쓰러웠다. 맘껏 어리광을 피워도 좋을 진데 혹시나 자신들 때문에 힘들어지면 엄마가 떠나 버릴 것 같아 잠 못 이루는 아이의 마음. 엄마가 임신 때문에 다시 집에 왔다는 사실을 알고 창피하다는 동생 숙희와는 달리 안도하는 숙자. 하지만 행복도 잠시 그녀들의 아버지는 일터에서 사고로 그들을 떠난다. 살면서 이렇게 폭풍처럼 쏟아지는 불행은 개인의 힘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다. 단지, 폭풍이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용하게 엎드려 삶을 관조하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상활에서 마음을 다잡아 줄 단 한 명만 있어도 쉽게 극복하고 일상을 찾아간다. 읽으면서 나조차 불안했다. 쌍둥이 엄마가 어린 자매들을 버리고 또다시 사라져 버리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녀는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고 있었다.


그녀들의 친구 동준이의 삶은 더 척박하다. 부모 모두 가출한 상태로 자퇴해 본드 흡입과 불량 청소년이 된 형 동수는 어른들에 대한 원망으로 자신을 망가트리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아픔은 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파괴하게 만들 수 있다. 따뜻하게 품어줄 단 한 명의 어른만 있어도 아이들은 곧게 자란다고 한다.


다행히 글에서 홀어머니와 살았던 어른 영호가 그 단 한 명이 되어 준다. 어머니를 암으로 잃고 난 후 어느 날 동수와 동준이가 살고 있는 바퀴벌레가 우글 거리고 언제 놓아둔 음식인지 삐걱거리는 싱크대에 구더기가 핀 장면을 보고 그는 형제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상처를 더 받기 전인 동준이는 일상이 주는 안전감으로 안정되어가는 반면에 어른에 대한 불신에 가득 찬 동수는 결국 본드 흡입으로 감옥에 들어갔다가 나온다. 결국 서서히 영호의 관심으로 치유되어 가는 동수. 또한 동수의 친구 명환이 또한 집이 철거되어 오 갈대가 없고 말 더듬이에 학교에서 왕따 집에도 들어갈 수 없는 그 의 친구와 함께 정신적 가정을 같이 이루어 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물질적인 의식주 만을 제공하는 집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유롭게 꿈을 꿀 수 있고 서로를 아끼고 배려해주는 공간의 진정한 아지트를 영호가 선사한 것이다.


글에서 숙자의 선생님 또한 괭이부리말 출신이다. 그녀는 첫 부임지로 숨기고 싶은 자신의 마을로 들어온 것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부터 들었다. 하지만, 부모 없는 아이들을 거두어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는 영호와의 만남은 그녀 삶의 새로운 시각을 준다. 어린 시절 가난한 동네에서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그 마을을 벗어나 아파트로 이사한 날 기뻐했던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도 아이들을 위한 또 한 명의 어른으로 그들 곁을 지켜준다.


삶은 인간관계의 다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얘기했다. 통장에 잔고도 중요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주고받은 감정 통장에 잔고를 늘려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노년에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로 맺은 넉넉한 감정의 통장에서 행복한 삶을 나눌 수 있는 충분한 예금을 인출할 수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힘들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다.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영혼까지 파괴되는 일이 없길 간절히 바래 본다. 결혼 전, 미혼모 아이들을 위한 봉사를 몇년했었는데.... 어느 순간 나도 개인 적인 삶에 중심을 두다 보니 그들을 잊고 살았다. 봉사나 기부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냥 생활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아직도 집에는 두 개의 돼지 저금통이 있다. 하나는 연말 불우이웃 돕기 위한 저금통이고 하나는 가족을 위한 통장이다.


올해는 꼭 그 통장을 가득 채워 아들과 함께 나누는 연말을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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