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윤효 May 10. 2021

하루 한 권 독서

[가족의 두 얼굴]-최광현

가족에서 나와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그리고 미래의 가족을 만들어낼 아이를 키우는 곳이 가정이다.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곳이 기도 하지만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공간이 될 수 있는 알라딘의 요술램프 같은 곳이 가정 이다. 수많은 꿈과 열정 그리고 배려와 사랑 삶의 모든 긍정적인 부분을 담기도 하지만 우울, 상처, 슬픔, 서운함, 등 모든 부정적인 요소도 함께 튀어 날아오기도 하는 공간이 가정이다.


여러 형제 속에 자라다 보니 혼자라는 외로움은 적었다. 부모님의 지나친 관심으로 부담스러운 시기를 보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어린 시절의 기억이 별로 없다. 저자 최광현 교수가 이야기하듯이 때론 아픈 기억을 떠 올리고 싶지 않아 스스로 지우거나 왜곡한다고 한다. 그런데 왜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책 중에서 '가족의 비밀'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드러내 놓기에는 가정의 존속 여부가 위협받기에 암묵적으로 함께 덥어 둔다 거나 또는 가족 중 가장 상처 받기 쉽고 마음이 여린 구성원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감당하기도 한다고 한다.


수많은 가족들의 문제를 상담하는 과정 중 저자 나름 가정에서 생기는 원인에 대한 의견들이 논리적이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  건강하고 밝은 사회는 건강하고 밝은 수많은 가정에서 나온다. 이제는 그 작은 소 집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상처 받은 영혼들이 서로 치유하는 공간으로서 가정 역할을 더욱 확고하게 다져주는 의식이 필요하다.


유년시절 가족에서 형성된 자아 개념과 관계 유지 방법은 대물림이 된다고 한다.  행복한 가정 속에서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내는 아이들이 자라고, 불행한 가정 속에서 불행한 가정을 만들어 내는 아이들이 자란다고 한다.


부부의 좋은 관계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서로의 불만을 아이를 통해 해소한다거나 아이를 동참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그래야 내 아이가 온전한 성인으로 잘 자란다고 한다.  어느 한쪽만 희생하는 관계는  오래갈 수가 없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주며, 상대의 단점을 볼 때 그 안에 상처 받은 5세 아이가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조금은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커질 것 같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면 부모가 사이가 좋아야 한다. 부모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도 부부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배우자를 선택할 때 또한 영향을 미치는 게 가족 속에서 지내온 기준들이라고 한다. 자신의 가족을 닮은 사람을 선택하는 이유도 결국 유년기의 편안함, 익숙함에 대한 자기 확신적 결정이다. 지금 선택한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책 저자의 아내는  저자가 힘없이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 불쌍해 보여서 구제(?)해주기로 했다는 말에 웃음이 났다. 그렇다면 나의 선택을 생각해 보았다. '꿈 너머 꿈'을 꾸는 이상이  좋았었던 것 같다.


결혼 후 단 한 번도 전업 주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오랜 세월 동안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남편만 바라보고 살아서는 안된다. 자신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라고 어머니가 어려서부터 자주 이야기하셨다. 그래서 언니와 나는 현재도 앞으로도 나이가 들어도 남편에게만 의지하지 않아도 될 전문직을 가지고 있다.  어머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그녀의 유년기에 외할아버지는 늘 아들들 위주로 키우셨고, 딸들은 아들들을 위한 들러리 정도로만 생각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는 다짐하셨다고 한다. 만약, 딸들을 키우게 되면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고 세상 어디에 있든 떳떳하게 살 수 있도록 당당하게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다.


어려서 들었던 엄마의 잔소리는  짜증 나기도 했지만, 내 삶을 살아가는 가치를 잡아 주는 것 같다. 가끔 내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이 나오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한다. 젊은 시절의 엄마 모습이 나를 통해 나올 때 내 나이에 다섯 명의 자식들을 길러내셨던 그 큰 사랑에 지금 나는 아직 한참 부족하고 어리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가족이 주는 상처로 성인이 되어서도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여러 사례들을 보여 준다.  섹시한 여배우의 정석이 된 마를린 몬느 또한 불행한 가정 탓에 성공한 이후에도 그 상처로 인해 평탄한 결혼 생활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약물 중독으로 결국 생을 마감했다. 반면, 전 세계 아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동화를 쓴 안데르센은 그의 불행했던 유년기 시절의 상처를 통해 미운 오래 새끼 같은 명작을 만들어 내지 않았는가? 절망적인 가정을 포장하거나 숨기기보다는 그 사실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할 때 상처가 치유된다고 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삶이라는 울타리에 가족은 꽃이다. 나를 나답게 화사하게 꾸며 주며 정신적인 위안을 주는 그 멋진 공간을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가족끼리 특히 부모님이 연로하시고 각자 자신의 가정을 갖게 되면서부터 약간은 소홀 해진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어떤 책에서  이야기했던 부분이 떠오른다.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꼭 돈과 물질만이 아니다. 사소한 칭찬 한 마디, 친절한 행동 하나에도 발산과 흡수의 법칙은 적용된다. 세상에서 거저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진정으로 받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형의 것이든 유형의 것이든 먼저 넉넉히 내어 줘라! 그러면 가장 좋은 것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가족끼리 약간의 거리감이 생겼다면 위의 구절을 떠올리며 먼저 주려고 노력하라. 그러면 날마다 좋아지는 관계를 느낄 수 있으리라.


작가의 이전글 하루 한 권 독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