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다]- 정혜선
심리학 이론서를 내려놓게 만든다. 가끔씩 피어오르는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미소를 보내게 된다. 저자의 책은 봄볕 같기도 하고, 한 여름의 나무 그늘 같기도 하며, 가을 하늘을 닮았다. 그리고 한겨울의 따스한 고구마 향기도 난다. 읽으면서 위로받고, 남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얻게 된다.
저자는 30년 동안 정신과 의사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자가 치유 능력을 도왔다. 마음 치료의 정석이 될 수 있는 ‘적정 심리학’은 소설가 한강씨처럼 노벨상감이다. 그녀의 인품이 묻어나는 글을 읽으면서, 겸손한 전문가가 무엇인지를 배운다. 같은 일을 하는 남편의 아내 소개글과 글을 마무리하며 남편에 대한 저자의 마음이 마치 둘로 쪼개진 조각이 하나의 완성품이 되는 느낌을 준다. 사람인(人) 글자의 기본을 보여주는 부부의 모습이다.
자격증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치유자라고 말하는 저자의 남편 이명수의 조언데로, ‘공감 행동 지침서’로 집에 두고두고, 잊어질 때 꺼내서 다시 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적정 기술’은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다. 인간의 윤택한 삶을 목표로 한 과학이 우리 일상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행복의 갈증은 더한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하다. 환자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고통받는 사람으로 대한 저자의 지나온 길은 사람에 대한 온전한 감각을 깨운 것 같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기분을 느끼게 돕는 사람이 의사다. ‘한 명의 개별적 존재로 그들 내면에서 살길을 열 수 있도록 돕는 게 진정한 의사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것이 진정한 전문가적 시선이고 태도이며, 나와 내 앞사람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소박한 심리학을 ‘적정 심리학’이라 저자는 정의한다.
‘삶의 바탕인 인간관계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쌓이면 마음으로 엇나가고 삶도 뒤틀린다.’ 그래서 나를 이해하고 남을 이해하는 적정 심리학이 필요하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소중하게 다루워 주고, 그런 마음이 타인을 이해하려는 공감력이 생긴다. ‘공감의 힘은 어떤 힘보다 강하다.’
책은 우리는 왜 아픈가, 심리적 CPR(심리적 심폐소생술), 공감, 경계 세우기, 공감의 허들 넘기 그리고 공감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우리가 아픈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온전히 너의 욕망 그 자체 일 때’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내가 흐려지면 사람은 병든다는 것이다. 거침없이 나를 표현하는 아기를 우리가 좋아하듯, 한 사람의 매력 또한 자신 있게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다. 유명한 스타나,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공황 장애의 원인을 알 것 같다.
내게 주어진 역할은 하나의 옷이다. 내 옷에 신경 써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 옷을 입고 있는 내가 집중받고 주목받을 때 안정감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안정감이 있는 사람이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정확한 시점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개별적 존재로서 그 사람의 고유한 자기에 주목하고 집중해 줄 때, 공감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자기 존재에 주목을 받은 이후부터가 제대로 된 내 삶의 시작이다.’ 내 감정뿐 아니라 타인의 감정까지 ‘당신이 옳다’는 지지는 존재 자체에 대한 수용이라고 한다. ‘당신이 옳다’라고 온 체중을 실은 짧은 문장은 누군가를 강력하게 변회 시키는 말이라고 한다. 만성적 '나' 기근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값진 조언이다. 한 사람이 제대로 살기 위한 존재의 핵심은 ‘감정’ 이어야 한다. 감정을 억제하고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며, 존재가 거의 희미해진 삶은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리라.
‘자기 존재에 대한 영역에서 인간은 공평하게 허기지다.’ 다양한 현대의 정신 질환을 온통 ‘우울증’으로 판단하고, 약 처방을 내리는 것은 개별성을 무시하는 태도임을 알 것 같다. 정확한 이해와 공감이 가장 전문가적인 조치임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여러 사례를 통해 아픈 마음을 스스로 진단하고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준다. 나의 마음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때 치유가 되는 것이다.
우울증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순하게 수용해야 할 삶의 중요한 감정이라는 저자의 말은 힘을 준다.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만 내 편이라 여기고, 가끔씩 일어 나는 부정적 감정에 대해서는 무시하고, 억눌렀었다. 감정이 내 존재의 핵이고, 우리가 살면서 겪는 모든 감정들은 삶의 나침반이기 때문에 약으로 함부로 없앨 하찮은 것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조언에 반성을 한다. 내 상처가 내가 아니라 내 상처에 대한 나의 느낌과 태도가 나라는 말에 이제는 부정적인 감정도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를 대하듯 맞이해야겠다. 그 감정도 나였던 거였다.
‘충. 조. 평. 판’ 즉 누군가의 고통과 상처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줄 때,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감정을 겪고 있는 상대의 느낌을 들어주고, 그 일어나는 감정이 옳다는 것을 말해 줄 때, 사람을 구하는 정확한 공감이 생기는 것이다.
타인을 공감하는 일 보다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공감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너를 공감하기 위해 나를 소홀히 하거나 억압하지 않아야 공감이 이루어진다.’ 악의가 없어도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 또한 가슴에 새겨 본다. 공감적 대화의 과녁이 존재 자체이다.
‘외형적 성과나 성취 자체에 대한 고도한 방점은 사람에게 성과에 대한 불안과 강박을 가져 오지만, 존재 자체에 대한 집중은 안정과 평화를 준다.’
자기 존재와 그 느낌을 만나고, 공감받은 사람은 특별한 가르침이 없어도 자신에게 필요한 깨달음과 길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의 상처보다, 존재 자체에 집중하고 주목하는 현재의 감정을 알아주라고 한다. 어떤 이의 생각, 판단, 행동이 아무리 잘못되었어도 그의 마음에 대해 누군가 묻고, 궁금해한다면 복잡하게 꼬인 상황이 놀랄 만큼 쉽게 풀린다고 한다. ‘누군가의 행동과 생각이 그의 마음과 별개라는 사실만 알아도 마음껏 공감할 수 있다.’ 사람의 감정은 늘 옳지만 그에 따른 행동까지 옳은 것은 아니다. 경계를 분리하고 나니 못 받아 줄 사람이 없게 느껴진다.
사회적 관계에서는 너와 나를 갑과 을을 나눌 수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갑과 갑이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공감의 허들을 위해서는 ‘감정통제를 잘해야 어른이고, 그래야 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은 이성으로 얼마든지 통제 가능한 것이라고 믿는다.’는 잘못된 통념을 내려 나야겠다. 나를 점검할 수 있는 신호가 감정임을 알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가장 어려운 인생 숙제가 사랑과 공감의 관계 맺기 임을 알 것 같다. ‘타인에 대한 공감이 자전거의 왼쪽 페달이라면, 자기를 살펴보는 일은 동시에 돌아가는 오른쪽 페달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유일한 역할이 체중을 다 실어 믿어 주는 거라고 한다. ‘내 생각만 쏟아 놓는 것이 사랑이나 교육일 수 없다. 그것은 그냥 심리적 폭력일 뿐이다.... 바른말은 의외로 폭력적이다. 정의나 도덕 등에 강박이 공감의 방해물이 되어 사람의 마음을 치명적으로 다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긍정적 이든, 부정적이든, 감정은 절대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나의 감정도 타인의 감정도. 저자의 책을 통해 타인과 나를 조화시키는 실질적 방법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