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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Dec 02. 2024

하루 한 권 독서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 벤저민 프랭클린

천 개의 눈을 가질 수 있다. 타인의 삶을 통해 인생을 바라본다면. 개인의 잠재된 능력들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꽃봉오리 같다. 살아가는 동안 책이라는 햇살을 비추고 예상치 못한 수많은 감정의 비구름을 통해 사색하다 보면 누구나 해안의 눈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프랭클린 자서전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과 그의 삶의 태도를 보면서, 담백한 인생맛을 느낄 수 있었다. 바다를 갈망한 유년의 소년이었던 저자는 13명의 자녀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위험한 바다 항해보다는 안전한 육지에서 살아가길 바라는 아버지의 권유데로, 제임스 형의 인쇄소에서 도제 생활을 시작한다. 12살에서 시작된 도제 생활은 무보수로 일을 배운다는 전재하에 7년간 이행해야 할 의무였다. 당시는 어린 소년들이 일을 배우기 위해 도제 계약을 쓰고 살아가는 게 당연시되었던 시대였다. 학교는 그래머 스쿨을 1년 다닌 것 빼고는 따로 공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책을 읽는 삶을 스스로 만들어 냈다. 인쇄소에 계약된 책을 주인이 찾으러 오기 전에 읽어내기 위한 자신만의 바쁜 삶을 살아낸 10대의 벤자민의 영특함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을 읽어내는 삶은 프랭클린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심어 준다. 아직 나이가 어려 자신의 이름으로 글을 쓸 수 없었기에 가명으로 당시 형의 인쇄소에서 글을 써서 좋은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형이 알게 되고 이로 인해 형제간의 갈등이 심해진다. 신체적 폭력에 대한 부당함에서 벗어나고자 보스턴에서 뉴욕으로 인쇄공의 자리를 찾아 몰래 도망친 프랭클린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 뉴욕에 인쇄공 자리를 추천받고 갔지만, 이미 다른 사람이 채용되어 있어 다시 필라델피아로 일자를 찾아 배를 타고 떠난다. 당시의 가장 서민적 이동 수단이 배였고, 뱃삯을 지불해도 상황에 따라 함께 노를 저어 항해했다고 한다. 16살의 어린 프랭클린에게 함께 배를 저었으니 뱃삯을 받지 않겠다고 하지만, 돈을 지불했던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다. 

사람은 때때로 돈이 많을 때보다 돈이 별로 없을 때 더 관대해진다. 돈이 없는 사람으로 여겨지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강압적인 논증 방식으로 반대 의견을 제압하는 화술보다는 겸손한 질문과 혹은 의심하는 자의 자세를 취하는 방식은 ‘소트라 테스 회상록’이라는 책을 통해 배운다. 책을 통해 겸손한 어조로 표현하는 습관을 평생 유지하면서 살아 간 프랭클린의 인생 스승은 책이었다. 또한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의 시를 통해 인간은 가르침을 당하지 않는 느낌이 들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믿음을 이야기한다. 


 각 주마다 화폐의 단위가 다르고, 물가가 현저히 다른 당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젊은 청년들의 삶이 술과 도박에 쉽게 빠져들기 쉬운 시대상을 보여 준다. 도시의 삶에서 정착하기 힘든 사람들이 다시 농사를 짓기 위해 시골로 떠나기도 했다. 


 신을 믿지 않은 무신론과는 달리 프랭클린은 이신론 자다. 이성의 힘을 강조하고, 신이 세상을 만들었으나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여를 하지 않는다고 믿는 게 이신론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부정한다. 선과 악의 개념이 있으며 인생의 의무는 선을 현양 하는 것이다. 영혼 불멸의 사상으로 우리가 내세에서 누릴 지위는 현세에서 실천한 윤리적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래서 13가지(절제, 침묵, 질서, 결단, 검소, 근면, 성실, 정의, 중용, 청결, 평정, 순결, 겸손) 덕목으로 인격 목표를 정하고 평생을 그인품을 쌓는데 노력을 기울인다. 한주에 한 가지 인품을 정하고 도표로 자신의 발자취를 그려내는 삶을 통해 나날이 성장하는 자신을 만들어냈다.


 근면함을 부와 지위를 얻는 수단으로 생각한 프랭클린은 자신의 삶을 통해 후대의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깨닫고 실천하기를 바랐다. 정착 후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준토라는 모임을 만들고,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다. 회원제 도서관 운영제도를 만들어 미국 전역에 영향을 미친다. 길거리의 포장과 가로등 설치에 대한 아이디어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거리 청소라는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어 내는 사회적 기여 또한 공부하는 삶의 결과물들이다. 


 신부가 지참금이 있어야 결혼이 수월하게 이루어 짐을 볼 수 있었다. 인쇄도공에서 젊은 나이에 인쇄업을 시작한 프랭클린은 첫 결혼 혼약은 신부 측의 지참금 절약 전략을 알고 깨어진다. 중혼이 엄하게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주에서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사례가 많아 법의 처분은 무게감이 크다. 중혼이 밝혀지면, 매질 39대와 중노동을 하는 교도소에서 평생 투옥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랭클린의 부인이 된 리드양 또한 중혼을 했던 남자와 결혼해 결국 해어지지만, 그 사실 여부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프랭클린은 위험을 감수하고 결혼한다. 그리고 평생을 함께한다.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그리고 다시 라틴어를 배웠고, 하루 한두 시간의 독서시간을 정해 지적인 유희활동을 자신에게 허락했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매주 일요일은 공부하는 날로 정해 불필요하게 교회에 나가는 일이 없었으나 가끔 목사의 설교를 듣기도 했다. 당시 교회는 시민들의 기부로 건물이 세워졌다. 이신론자이지만,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프랭클린은 교회 설립 모금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필라델피아 대학을 설립 모금 또한 프랭클린의 노력 덕분이다. 젊은 사람들이 공부해야 사회가 발전한다는 믿음으로 개척시대의 혼란 속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실천한다. 


 주를 운영하는 의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본의 안에게 적을 만든 다른 의원과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화를 이룬 방법도 현명하다. ‘당신이 직접 친절을 베푼 사람보다 당신에게 한 번이라도 친절을 베푼 사람이 당신에게 또 다른 친절을 베풀 것이다.’ 자신을 싫어하는 의원에게 책을 빌림으로 써 결국 마음의 빗장을 열어두게 만든다.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영향력을 발휘하는 프랭클린 삶에서 당시의 상황을 느낄 수 있다. 인디언과 정착민의 싸움, 영국과 프랑스 전쟁에서 영국을 지원하는 전략등은 생각보다 혼란스러운 사회적 분위기에서 리더다운 모습이다. 전쟁에 동원되는 마차와 마부등에 대한 영국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낸다. 

 결국, 식민지에 대한 영국 정부의 태도에 회의를 느낀 프랭클린은 잠깐 생각했던 영국 정착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미국 독립을 돕는 사람이 된 것 같다. 


한 사람의 인생을 한 권의 책으로 다 볼 수는 없지만, 지나온 그들의 발자국을 보며 어떻게 나의 길을 만들어내야 하는지 도움을 받게 된다. 인품을 가시화시킨 노력이 필요하다. 13가지 덕목 까지는 아니더라도 3가지 덕목을 정해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야겠다. 겸손, 절제, 친절. 자신의 성장을 돕는 최고의 조력자가 본인임을 안다면, 자신을 공부시키는 부지런함이 중요함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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