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왜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가]- 디디 마이어스
‘만약 여성이 세계를 지배한다면 세상은 더 나아질 것이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여성 대변인이었던 저자는 아무도 가지 않은 눈길에 첫 발자국을 디딘 사람이다. 첫 여성 대변인이자 31살 최연소였던 그녀의 경험담을 통해 사회전반에 깔린 성별의 영역이 보인다. 물론 여성의 지위는 과거에 비해 월등하게 나아졌지만, 사회를 이끌 리더로서 여성의 비율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남성 중심 지구촌은 3분의 1일이 전쟁 중이다. 이는 분명 단점이지만, 모험심이 강하고 성취하고자 하는 의욕으로 지구촌 삶의 편리성을 이끈 것은 장점이다. 저자의 주장은 적어도 3분의 1 이상 여성 리더들이 남성 리더와 조화를 이룰 때, 굵은 선 사이사이 섬세한 여성의 손길로 세계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여성 리더 비율이 올라 갈수록 협동, 공동체 가치를 회복할 것이라는 저자의 글은 설득력이 강하다. 여성에게 더없이 공평할 것 같은 미국이라는 곳 또한 남녀 성별로 따져본 사회 각계각층의 비율은 생각보다 낮다. 기업 임원 여성은 16%, 최고 소득가 5%, CEO 2%, 법 졸업생의 30% 이상이 여성이자만 연방 판사 비율은 15%, 의대 학장은 10%, 그리고 대학 총장은 20%를 보이고 있다는 <포춘>지의 조사 결과를 소개해 준다. 여성 리더의 비율이 높아질 때, 사회적 갈등이 줄어든다는 저자만의 소신은 책을 읽어가면서, 조용하게 그녀 사상에 물든다. 여성 리더에 대한 지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길들이 다음 여성들에게 어떻게 작용하고 사회적으로 어떤 효과를 나타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여성이 세상을 지배하지 않는 이유와 여성이 왜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지 그리고 여성이 어떻게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남성이 발표하려고 일어나면 청중은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본다. 여성이 발표하려고 하면, 청중은 본다. 그리고 외모가 마음에 들면 그제야 여성의 발언에 귀를 기울인다.’ 미국 여성 배우 폴릴 프레데릭의 인용글은 여성이 넘어야 할 작은 산을 보여 주는 듯하다. 남성과 같은 위치에 서기 위해서는 여성에게는 한 고개 더 남은 장애물이 있다.
31살 백악관에서 여성 대통령 대변인으로 일했던 저자의 경험담은 흥미롭다. 남녀평등이라는 클린턴의 이미지를 위해 저자가 대변인으로 일하게 되었지만, 직무에 걸맞은 책임은 있으나 그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권위를 받지 못한 일들에 대한 일화들을 이야기한다. 가족 부양의 핑계로 남성은 같은 직무에도 불구하고, 여성 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는 현실은 여전하다. 여성은 실질적으로, 남성은 잠재성으로 평가를 받는 사회적 분위기를 이야기한다. ‘상대적으로 더 낮은 위상과 더 적은 부하직원으로 남성과 똑같은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남성처럼 행동하도록 요구받으나 그 역할을 너무 잘하면 견제받는다.’ 결국, 저자는 대변인 시절 3개월 한정 시간 동안 최고의 권한을 받고 업무를 실행한 후 약속대로 백악관을 떠났다. 여성이 너무 강하게 자기주장을 하면 직위에 오를 기회나 승진 기회를 잃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남성 리더가 눈물을 흘렸다는 말은 공감의 찬사를, 여성의 눈물은 나약함의 증거로 잘못 해석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이야기한다.
<포춘>지에서 조사한 500대 기업들은 여성 임원이 많고, 경제적 성과도 높다. 인력이란 백인 남성이라는 공식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성장하는 인재를 많이 확보하고, 열린 기업 운영 방식 때문일 것이다.
남녀 사회 성공비율 차이는 타고난 것과 길러진 것 때문이다. 여성과 남성의 1% 생물학적 차이는 사소해 보인다. 하지만,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가 1.5% 밖에 되지 않아도 엄청난 다른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을 볼 때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는 작다고 볼 수가 없을 것 같다. 남성의 뇌는 여성의 뇌보다 9% 정도가 더 크지만, 여성의 뇌는 언어 청각 뉴런이 남성 보다 11% 높고, 더 작은 뇌에 밀집되어 있는 여성의 뇌는 탄탄하게 연결되 통합적이라고 한다. 남성의 뇌는 시스템을 이해하고 구축하도록 되어 있다면, 여성의 뇌는 공감하고 연결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여성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리더를 보조하는 역할로 규정된다. 의사보다는 간호사를, 사장보다는 비서를, 일하는 가장 보다는 집에서 가족을 돌보는 이미지를 오랫동안 교육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여성의 자리는 각인되어 왔다.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포옹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을 더 많이 분비하게 만들지만,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억제한다. 여성의 옥시토신은 혈압과 불안을 낮추고, 유대감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스트레스를 받은 여성은 친구나 가족을 통해 안정을 찾고 더 많은 옥시토신을 분비한다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이 세상을 다르게 경험하고, 삶의 우선순위와 가치를 결정한다는 주장은 공감이 간다.
여성의 우선순위는 분명 남성과 다르다. 여성 책임자는 다른 선택을 한다. 인도의 한 지역 여성 리더들은 깨끗한 식수와 나은 도로를 위해 생활에 밀접한 곳에 투자 한 예를 보여 준다. ‘평화는 여성의 얼굴을 닮았다.’
르완다 부족 간 대학살 사건 이후 남성이 상대적으로 적어 여성 의원이 42%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여권 신장과 밀접한 관계를 보이며 성장하고 있는 르완다가 향후 다른 아프리카 지역과 어떻게 다르게 성장하는지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 미국의 여성 의원은 16%로, 여성의원이 많은 스웨덴과 노르 웨이는 큰 차이를 보여준다.
국방 예산이 높을수록 전쟁 위험이 커지고, 여성 리더가 많은수록 전쟁 위험인 낮아질 수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이 간다. 남성 리더의 세계는 전쟁을 일으켜 원하는 것을 얻고 뺏았는다면, 여성 리서의 세계는 공감하고 포옹하려는 성향이 더 클 것 같다. 중동의 영토 분쟁 종식을 위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여성의 ‘브뤼셀 성명’은 1993년에 이루어졌지만, 각각 자국에서 남성 리더들의 반대로 평화의 길은 더 멀어지고 말았다.
여성이 경제권을 가지면 가계 관리 시, 교육, 건강, 영양에 더 많은 예산을 짜고, 실제 아동 생존율이 20배, 체중이 8배 증가한 사례들은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개발 도상국에 대한 최고의 방법이 여성을 교육하는 것이라 저자는 이야기한다. ‘여성을 교육하는 것이 개발 도상국에 대한 어떤 투자보다 나은 수익을 창출한다.’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점이 수컷 중심의 가부장적인 공동체를 형성하고, 동족을 죽인다는 것이다. 제인 구달의 침팬지 관찰 이야기는 섬찟하다. 한 공동체로 살던 침팬지들이 남쪽과 북쪽으로 나누어 생활하다가 서로 싸우게 되고, 결국 북쪽 침팬지들이 남쪽 수컷 침팬지들을 모두 죽인 과정이 인간상과 너무도 닮아 있다. 목적을 위해 연대를 맺는 수컷과 친구를 사귀기 위해 연대를 맺는 암컷의 생리가 비슷하다.
서열화된 계급 사회에서 남성은 지배권을 차지하기 위해 공격성, 폭력, 전쟁을 일으키지만, 여성은 이를 완화한다. 외교정책과 안보 정책을 여성은 새로운 관점으로 보고, 전쟁을 남성만큼 지지하지 않는다. ‘여성의 정치 참여가 증가하면 미국을 비롯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의 예전처럼 전 세계에서 마음대로 힘을 휘두르는 경향이 줄어들지 모른다.’
여성이 세계를 이끌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극복되어야 할 장애들이 있다. 여성에게 더 많은 선택지가 주어져야 하고, 노동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 즉 엄마가 일하기 좋은 직장이 필요하다. 여성 또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는 회사 분위기가 필요하다. 여성 롤 모델이 많을수록, 그 뒤를 따르는 꿈 꾸는 소녀들이 많아진다. 평화적 지구촌 미래를 위해 이정표가 되는 여성 리더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소녀는 성공한 여성을 눈으로 보아야 자신의 성공을 믿는다.’
남성이 만든 세계에 여성적인 요소를 불어넣어 인간적인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자리에 여성이 많아한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북유럽 국가는 여성이 실권 있는 공직에 진출한 역사가 긴 나라들이다. 이들은 부강하고,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서 3분의 1이 여성 의원이며, 여성 총리나 대통령이 선출되었던 나라다. 자유와 계몽의 수호자라 자부하는 남성 리더 중심의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키르기스스탄, 예멘, 이집트는 여성의 권위가 낮은 나라들이다.
더 많은 여성들이 리더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줄때, 지혜로운 여성들이 협력과 공감의 길을 만들어 낼 것이다. ‘여성이 세상을 지배하는 순간 권력의 정의가 달라질 것이다. 세상이 변할 것이다.’
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지구촌에 여성 리더들이 남성 리더와 조화를 이룰 때, 평화와 번영이라는 선물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통해 여성리더들을 키워내는 일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고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