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 이동민
‘역사를 뒤흔든 지리의 힘, 기후를 뒤바꾼 인류의 미래’, 문명의 흥망 성쇠를 좌우한 보이지 않는 지리의 힘에 대한 저자의 책은 요즘시대에 꼭 필독해야 할 세계사다. 국제 정세는 냉전시대와 비슷한 형상을 보이고 있고, 나날이 커지는 지구촌의 자연재해들에 대한 통찰을 준다.
책은 기후의 역사, 문명의 운명과 세계지도를 바꾼 기후 그리고 기후 변화의 역사에서 기후 위기의 시대로 변한 현대를 이야기한다. 한 치 앞도 모르는 미래를 살아가는 인류는 ‘재앙을 만들어 가는 삶’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내 아이의 노년이 또는 손자, 손녀의 삶이 기후로 인한 급박한 삶을 살도록 지금 우리가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인류는 호모사피엔스로 20만 년을 살아낸 후 농사를 짖기 시작했다고 한다. 1만년 역사의 농사 시작은 기후 변화 때문이었다. 그전까지 지표면의 3분의 1이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 온몸이 털로 가득한 지구상의 동물을 사냥하면서, 추위와 빈번한 베고품을 운명으로 여기며 살아온 것이다. 따뜻해진 기후는 농사를 가능하게 해 주었고, 먹이를 찾아 고달픈 여행을 하지 않고 한 곳에 정착하면서 안정적인 삶을 살게 해주었다. 지금과 익숙한 기후 변화 이후로 인류 삶의 방식이 바뀐 것이다. 자연적 기후 변화는 수만 년, 수천 년에 걸쳐 변화를 겪고, 이로 인해 인간의 삶은 자연에 적응하는 과정 중 바뀐다. 그러나 현대는 몇 년, 몇십 년 만에 바뀌고 있다니 그 가속이 숨 쉼 틈을 주지 않을 것 같다.
아프리카 남부에서 등장한 인류의 조상은 빙하가 끝난 간빙기에 해수면이 90미터가 내려간 틈을 이용해 전 대륙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뗏목 같은 원시적인 배로도 북아시아와 아메리카 사이의 축치 반도를 지나 베링 해협을 넘었을 것이다. 즉, 기후 변화가 인류의 이동을 쉽게 해 주었고, 전지구로 인류가 퍼져 나갔다.
야생 동물을 가축화하기 시작했고, 마침 빙하기가 끝나고 온난한 기후와 해수면이 상승해 식물을 재배할 수 있어, 남는 식량을 거름 삼아 운명이 움트기 시작했다. 찬란한 고대 문명인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는 밀을 재배하기 시작해 유럽과 중앙아시아에 밀 문화군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정착 생활은 기술과 문화를 더욱 효율적으로 발전시켜 주었음을 보여준다. 대규모 하천과 외부 교류가 문명 발달의 중요한 전제 조건이라고 한다. 특히, 외부 교류는 기후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인류 최초 농경시작 지역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강물로 관개 농업을 발달시켰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염해가 침투하고, 결국 사막화로 인한 문명의 쇠락을 보여 준다. 기후가 이렇게 인류의 번영과 쇠락의 배경이 된다.
유라시아가 다른 문명과 달리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 또한 기후 덕분이다. 극단적 기후가 적어 초목이 많은 스텝지역은 말을 기를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이 되었다고 한다. 말로 인해 다른 문명과 교류 또한 활발해 문명 발달에 가속을 준 것이다.
기마 유목민은 약탈이 아니라 무역을 통해 정교하고 화려한 문화유산을 만들어 내어, 유럽 문명의 중심을 만들어 냈다.
1000년 넘게 에게 문명의 중심지였던, 미노스 문명의 몰락 또한 엘리뇨라는 기후로 인한 쇠락을 맞이했다. 그리스 아래에 있는 크레타 섬에서 해상 무역 중심지로 번영을 누리다가 그리스 본토로 그 중심권을 빼앗겼다. 크레타 섬의 장기간의 가뭄이 결국 미노스 문명을 사라지게 만든 것이다.
지구의 자전, 방향, 위도에 따른 태양 복사의 변화가 기온의 차이와 증발량에 따라 일정한 패턴을 이루며 순환을 한다. 남반구와 북반구 무역풍은 열대 적도 부근에 수렴패턴을 생성해서 많은 열과 에너지를 순환시킨다. 지구촌의 생활 패턴이 기후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편안함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이 얼마만큼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가에 따라 재앙을 막아낼 힘을 줄 것이다.
습지에 의존했던 마야 문명은 가뭄으로 몰락했지만, 중국 한나라 건국 무렵 온난 습윤한 기후로 농업생산성이 올라가 흉노족을 물리치고 한족이 중국대륙의 새로운 주인으로 나갈 힘을 준 것도 기후다. 중국의 한랭 건조는 가뭄과 기근으로 농촌 경제가 파탄이 되어 도교 분파의 하나인 태평도들의 반란을 일으켰고, 한나라가 망했다.
몽골 스텝지대는 기후 변화로 많은 풀이 자라 말에게 충분한 먹이를 줄 수 있어, 유라시아가 하나로 연결되게 한 팍스 몽골이 가 시대를 가능하게 해 주었다.
로마 제국 또한 한랭과 유례없는 가뭄으로 문명 운명이 바뀐 것을 보여 준다. 로마를 두 형제가 각각 동로마, 서로마로 통치하지만, 상태적으로 서로마가 기후 변화가 더 많아 쇠락을 빠르게 부른 이야기 또한 공감이 간다.
온난기 500년 이후 소빙기 동안 발생된 흑사병은 전 유럽의 3분의 1 이상이 죽음을 맞이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인체가 체온 유지를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면역에 쓸 에너지를 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럽의 평균기온이 내려가고, 식량 사정이 나빠지자 전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소빙기 재난으로 살아남기 위해 유럽은 신대륙을 향한 항해 발전은 근 현대의 민주주의 싹이 되었다고 한다. 소빙기 동안 유럽의 항구 도시들이 발전한 것이다.
2100년 정도에 지구의 온도가 1.8에서 4도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한번 바뀐 기후를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한다. 전라도와 경상도 크기만큼 매일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곳이 있고 , 호주 동쪽에 위치한 투발루 섬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물속으로 가라 안고 있는 이야기는 기후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말해 준다. 지구촌의 하천과 호수보다 7배나 많은 빙하나 빙산이 녹기 시작하고 있는데, 녹은 물들이 해수면으로 흘러 들어가면 예측하기 어려운 재앙이 될 것이라 말한다.
아프리카 대륙의 3분의 2가 사막화 또는 반건조 지역으로 변해가고 있다. 추워진 날씨로 전염병이라는 재앙을 치러 낸 전근대와는 달리 오늘날은 지나친 온난화로 인해 전염병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열대성 전영병이 지구촌 전체로 확산이 되고, 생활권을 잃어가고 있는 동물들이 인간 거주지로 가까워지면서, 에이즈나 코로나 같은 신종 전염병이 발생되고 있다고 한다.
기후 위기 시대에 폭력과 극단적인 사상을 앞세우는 위험한 세력이 힘을 얻고 있는 예로, 시리아 내전 이야기는 그냥 간과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전 세계의 온실 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이 2001년 가입한 교토 의정서에서 탈퇴했다고 한다.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국가 간의 협력보다는 산업이나 국가 경제 같은 자국의 이익을 더 중요시 한 결정이라고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국제 위기 해결을 위한 지구촌의 협력과 공조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한 배에 타고 있는 인류가, 배안으로 서서히 잠시해 오고 있는 물을 무시한 채 안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싸우느라 가라앉고 있는 현실을 못 보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저자의 말처럼 기후 위기는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도전 같다. 분열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인류 문명의 쇠락을 역사는 보여준다. 세계사를 기후 관점에서 바라보니,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이 더 피부로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