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은 2주 만에 끝났고, 현실은 수화기 너머에 있었다.
입사 후 2주 동안은 할 일이 거의 없었다. 하루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첫날은 회사와 업무를 파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우리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는 말을 들은 뒤로는 제안서를 반복해서 읽으며 제품과 회사를 익혀나갔다. 머리로는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실제 업무로 이어질 거라고는 아직 실감하지 못한 상태였다.
3주 차가 되자 내 이름이 적힌 엑셀 파일이 생겼다. 내가 직접 컨택해야 할 기관들을 정리하는 파일이었다. 그나마 공공기관이 응대가 친절하다는 말을 듣고, 처음 전화를 걸 30곳을 공공기관으로 채웠다. 엑셀에 기관명을 하나씩 적어 내려가며 묘한 긴장감이 밀려왔다. 저 이름들 하나하나에 내가 전화를 걸어야 한다는 사실이 그제야 현실처럼 느껴졌다.
처음 콜을 걸던 날, 사수분이 먼저 시범을 보여주셨다. 수화기 너머로 이어지는 대화는 생각보다 자연스러웠고, 막힘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저걸 내가 해야 한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서비스를 제안한다는 건, 상상해 본 적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곧 내 차례가 왔다. 수화기를 드는 순간 손끝이 차가워졌고, 목소리는 내가 느껴질 만큼 떨렸다. Q&A 화면에서 그렇게 열심히 봤던 내용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괜찮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나는 “아, 이미 이용 중이신 건가요?”라고 한 번 더 기회를 만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네, 알겠습니다.”였다. 그렇게 대화는 너무 쉽게 끝나버렸다.
그럼에도 전화를 멈출 수는 없었다. 20콜이 30콜이 되고, 40콜이 되면서 통화 연결음에 대한 두려움은 조금씩 옅어졌다. 전화를 걸기 전 손을 떠는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전화를 거는 행위 자체가 공포는 아니게 되었다. 긴장은 여전히 온몸에 남아 있었지만,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은 줄어들었다.
그즈음 새로운 미션이 주어졌다. 이번엔 단순한 콜이 아니라, ‘미팅을 잡는 것’이었다. 말도 매끄럽게 하지 못하는데 미팅이라니. 그래도 일단 전화를 걸었다. 준비한 설명을 마치고는 거의 무작정 물었다. “혹시 미팅 가능하실까요?” 예상과 달리 돌아온 답은 “네, 가능합니다.”였다. 그 순간 너무 놀라서 날짜와 시간도 확정하지 못한 채 전화를 끊어버렸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배워야 하는 인턴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진행된 첫 미팅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많이 떨었고, 준비한 말은 중간중간 끊겼다. 숫기 없는 내 모습은 서비스의 장점까지 흐리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미팅이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나는 팀 안에서 낙동강 오리알이 된 기분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많이 거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살아남으려면 방법을 바꿔야 했다. 그렇게 나는 서점으로 향했다. 콜드콜 스크립트와 세일즈 화법에 관한 책을 찾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