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공학에서 영업으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지 4년이 되었을 때,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작년 5월, 나는 개발에 진절머리가 났다.
4년 동안 1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검정 배경에 알록달록한 글씨가 이렇게까지 보기 싫었던 적이 있었나 싶었다. 새벽마다 울리는 슬랙 알림, 끝없이 이어지는 에러, 매번 느껴지는 부족함. 분명 무언가를 계속하고 있었지만, 정작 내 안에는 아무것도 쌓이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 감정들이 켜켜이 쌓이다가 어느 날 터져버렸다.
‘이제 정말 그만하고 싶다.’
‘다른 걸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전부 정리하기 시작했다. 엑셀을 열고, 내가 맡았던 역할과 그때의 감정, 어려움을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 기획, 디자인, 개발, 바리스타, 사진 촬영. 생각보다 많은 경험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던 건 서비스직에서 느꼈던 순간들이었다.
“감사합니다.”
그 한마디에 고된 하루가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일. 그 감각은 이상할 만큼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이 감정과 닮은 직무가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문득 영업이 떠올랐다. 사람을 만나는 일, 목표를 향해 달리는 일, 성과가 분명한 일. 왠지 나와 잘 맞을 것 같았다. 공학을 전공했으니 기술영업이면 되겠지 싶었다. 큰 고민 없이 자기소개서를 썼다.
하지만 업무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고, 그 한계는 채용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서류는 붙어도 면접을 통과하지 못했다.
전화 면접 탈락.
최종 면접 탈락.
서류 탈락.
면접 탈락.
계속 떨어졌다.
돌이켜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영업이 어떤 일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개발 직무 자기소개서와 영업 직무 자기소개서의 차이도 없었다. ‘왜 영업인가’에 대한 답은 비어 있었다. 부끄러웠다.
그래서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영업 직무 자기소개서를 모아 읽고, 관련된 책을 찾아 읽었다.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경험을 다시 해석했다. ‘내가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그래서 어떤 가치를 만들었는가’로 바꾸려 했다. 자소서를 전부 갈아엎었다. 오래 고민하면 지칠 것 같았다. 일단 많이 부딪히자고 생각했고, 면접 기회를 잡기 위해 계속 지원했다.
그래도 떨어졌다.
이상하게도 탈락이 반복되자 마음이 조금씩 무뎌졌다. ‘이번에도 안 되겠지.’ 그 생각이 오히려 긴장을 풀어주었다. 최선을 다하되, 기대는 내려놓았다.
그리고 기대치를 한참 낮췄던 날, 면접 분위기는 가장 좋았다. 마지막으로 본 영업 면접에서 합격했다.
오랜만에 가벼운 기분이었다. 이제야 방향을 찾은 것 같았다. 세상이 다시 열리는 느낌이었다.
“전화 응대는 괜찮으시죠?”
그 질문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나는 첫 출근의 설렘을 만끽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