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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새 Oct 27. 2024

태양을 향한 발걸음




2022년 겨울에서 다시 2022년 겨울이 되기까지.


저의 스물두 살은 뜨거운 태양을 쥐기 위해 성큼 내디딘 발걸음이었습니다.


감각,

나는 내가 감지한 것을 형태와 색채로 표현해 내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했습니다. 

건강한 숨으로, 반짝이는 눈으로, 향기로운 향으로, 열린 두 귀로 느꼈고 글을 썼습니다

내가 경험해 본 적 없는 정반대의 사람들과 이해의 범주를 넘어선 낯선 것들을 마주했지만

무지를 솔직하게 받아들였고 너머의 세계를 궁금해했습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었고 

누군가의 아픔, 슬픔, 기쁨을 함께 느꼈습니다

그렇게 다른 시점들을 획득하였고 주변 시선에 나를 맞추고 허리를 굽히기보다는

순수함이라는 무기로 세상을 이겨보았습니다

소비되지 않고 신나게 행복하게 눈부신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저 사람은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가 궁금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다양한 레이어로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성장,

흡족은 성장의 기쁨을 아는 것입니다

아름다움을 목격하며 너르게 살아가느라, 온 마음을 다해 오느라 조금 느렸습니다 

지나야 할 풍경도 조금 더 있고, 써야 할 마음도 많습니다 

자주 기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외부 권위나 평가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자발성, 환경이 완벽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일단 해보는 실행력,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고 수정하는 유연함과 회복탄력성의 과정을 꾸준히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버클리,

공항 가는 길에서부터 심장이 터지도록 좋았습니다

날씨는 황홀했고 입에 닿는 모든 음식이 참 맛있었고 발길이 닿는 모든 곳이 좋았습니다 

나의 노력이 기량의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리소스를 현명하게 이용하는 방법과

빼앗고 독점하는 시대가 아니라 

나누고 공유하는 시대의 도래를 가르쳐준 버클리.

나와 같은 결의 꿈을 꾸는 사람들을 찾아 세상을 나누었고 

편안하게 느끼던 범위를 넘어서 불편하고 어색한 사건들을 이겨냈습니다

지친 나를 위로했던 건

그래도 내가 안주하지 않고 어제보다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구나를 깨달았던 짧은 순간 

통제불가요소는 과감히 포기하고 통제가능범위는 씩씩하게 걸어보기로 다짐했어요


강하고 상냥한 사람,

나는 나에게 엄격한 사람이 아닙니다

이런 부드러운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지금 무엇을 먹어야 할까, 어디를 갈까, 어떤 사람을 만날까를 궁리하는 걸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른처럼 만사에 무던하려고 노력했는데

어쩔 수 없나 봐요 나는 저는 늘 감정이 솟구치는 사람이었어요 

현실을 인지하고 안정을 살아가는 사람이 곧 어른일까요? 

아니요, 나에게 어른이란 

무궁한 낙천성으로 내 일을, 세상을 사랑하고 시대에 발을 붙이고 사는 사람입니다

연륜이 선물한 날카로움으로 상황에 맞는 뾰족한 선택을 하고, 

선택의 옳고 그름이 아닌

내 선택을 옳게 만들어나가는, 그 여정을 신나게 즐길 줄 아는 사람이자,

과정에서 만나는 타인들을 나와 대등하게 대하는 사람입니다 

동시에 실수를 인정하고 더 나은 쪽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사회와 문화가 나를 생산적으로 만들고 지배하기 위해 발명한 것들에 굴복하지 않도록, 

자연을 관조하고 친구들과 웃고, 좋아하는 일을 할 때의 행복의 느낌을 늘 감각으로 느끼도록. 

염세적인 성취와 풍요로운 영혼 사이에는 질적인 차이가 있음을 인식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경험들은 내 불안과 자괴의 고통값을 뛰어넘을 만큼 값지고 소중했습니다

나의 물음과 울음에 진심으로 답해주어서 참 고맙습니다 

나는 그런 소통으로 감정 소화를 많이 시키는 사람이기에

경청해 주는 것만으로도 이 연약한 사람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불확실을 조금의 확신으로 바꾸어나가는, 수다스러운 여정을 지켜봐 줘서 고맙습니다

살아가면서 위로가 되는 것들은 측정할 수 없고 추상적인 것들입니다 

우리가 마주 본 두 눈에 가득 찬 열망

우리가 맞잡았던 두 손에 돌았던 온기 

우리가 포옹했던 품에 담긴 사랑 

먼 곳에 있는 당신을 만나러 이곳에 왔고 

이곳에서 다시 먼 곳에 있는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저는 조금 더 세계여행을 해볼게요

미안해가 아니라 고마워라고 말하는 이별이 되길, 우린 다시 만날 거니까요! 


작년, 삶이 초대할 때 응답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올해, 삶의 결정을 더 현명하게 빚어내고 싶습니다.


안녕 스물둘, 안녕 스물셋 




중요하지 않은 것이 중요할 수 있고 사람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리처드 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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