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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비건 매거진에 '비건'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을까?

비건이라는 말을 하지 않고 비건을 말하는 방법

by 리피치

비건·친환경 매거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채널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비건 레시피를 검색하던 중 마주친 자극적인 콘텐츠들 때문이었는데요, 사실 유튜브에 '비건'까지만 쳐도 '비건 참교육'이라는 연관검색어가 상단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림1.png 유튜브에 '비건'을 치면 나오는 연관검색어


비건 참교육 콘텐츠는 비건을 강요하는 사람과, 반대로 비건을 조롱하는 사람이 서로를 향해 적대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노출시키는 콘텐츠였습니다. 네, 저는 그 장면들이 불편했습니다.


비건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의도는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의 생존권을 위해서든,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든—누군가를 해치지 않기 위해 선택한 삶의 방식이 누군가에게 조롱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비건 참교육'이라는 말이 왜 생겨났는지도 이해가 갔습니다. 과격한 표현과 지나친 주장,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강요는 사람들을 피로하게 만들기 충분하니까요. 이 모든 것은 결국 비건이라는 선택의 이유를 왜곡시키고, 의도를 가려버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중도의 시선을 담은 매거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죄책감을 주거나 불편함을 유발하지 않고, 강요하지도 않는 그런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마음이 불편해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게 좋아서 선택해야 지속가능성을 가진 선택이 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가볍고 즐거운 방식으로, 일상 속에서 친환경적인 선택을 유도하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 인스타그램 매거진은 플라스틱 용기의 사용을 지적하기보다는, 다양한 국내 고체 샴푸 브랜드의 매력적인 제품을 소개하기만 합니다. 이 매거진은 그런 철학 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기에 이 매거진에서는 '비건', '에코' 같은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대신 미학적이고 감각적인 디자인, 예쁜 대안을 중심에 두었습니다. '친환경'이나 '비건'이라는 단어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그 선택이 자연스럽게 환경을 고려한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이 매거진은 아름다운 취향을 제안하는 데에 집중합니다.

그 취향이 누군가의 작은 선택을 바꾸고, 다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콘텐츠를 만들어가겠습니다.


*해당 글은 인스타 매거진에 한정된 내용이며 브런치에서는 가벼운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발행될 예정입니다. 다양한 친환경 콘텐츠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빠르게 만나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re_peach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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