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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befree Aug 21. 2023

나는 견딜만하다.

이렇게 공노비가 되어간다.

코로나가 끝나서 일지도 모른다. 오래 있다 보니 익숙해져서 그럴지도 모른다. 경제는 1도 모르지만 금리가 올라서 일지도, 경기가 안 좋다고 들어서 일지도 모른다. 그만두고 싶어 병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증상일 뿐 인 것인지,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느껴진다.


어떤 조직이든 그렇겠지만, 조직의 특성상 한 자리라도 비게 되면 그 빈자리의 업무를 새로운 사람이 올 동안 옆에 사람들이 나누어 분담한다. 그 정도 당연한 것 아니야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업무 분장이라는 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업무도 빈틈없이 꽉 들어차 있는 판에 다른 업무까지 끼어든다면 그야말로 헬게이트가 열리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든 언젠가부터는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매일 출근해 주는 것만으로도 본인의 업무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내 일을 열심히 해야 옆에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고, 옆에 사람이 갑작스럽게 휴직을 하거나 하면 조직은 어떻게든 돌아가기 위해 개인을 생각해 주지 않기 때문에,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최대한 도우며 일하려 한다.

직장 내 괴롭힘, 따돌림 등의 기사를 볼 때마다 따돌림 등을 주동하는 사람이나 따르는 사람은 도대체 머리에 든 게 있는 건가 했다.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인력을 감축하는 것이 이익 창출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겠지만, 일개 노동자 입장에서는 일하는 동료가 한 명이라도 더 있는 것이 워라밸에 도움이 된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의원면직도 한창이었다. 지금은 내 생각이 바뀌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임기제를 제외한 일반직의 의원면직 자체도 뜸해진 느낌이다. 퇴직이 목표이긴 하지만 기회만 된다면 사직원을 당당히 내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꿈을 그려왔는데, 맡은 자리에서 맡은 일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 사회와 지역민들에게 봉사만 하고자 공무원이 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월급과 정년보장이라는 이익 추구 없이 봉사만 해야 하는 직업이라면 경쟁률이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공무원들 생각이 그러니 나라가 이 모양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말하는 본인이 아무 이익 없이 봉사만 하고 살아도 괜찮은 사람이라면 인정하겠다.

많지 않은 월급이라도 삶을 살아가기 위한 월급과 정년보장이라는 이익이 있기에 하기 싫은 일도 억지로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하든 결과적으로 성실히 해내었다면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이다. 오늘도 그런 말을 들었다.

민원을 해결해야 할 위치가 어딘지 묻는 나에게 거기도 모르냐며, 우리나라 공무원 수준이 이러니 나라가 이모양이라고 하신다.

속마음은 네~ 제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니 이런 욕을 먹고도 일을 하고 있지요. 정말 똑똑했다면 여기서 일했겠어요? 하며 밝게 말해주고 싶지만, 그냥 욕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모두들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세상이 돌아간다.

번돈을 모두 세금으로 내고 모든 사람이 똑같이 돈을 나눈다면 나조차도 일터에서는 최소한만으로만 일하고 시간만 때울 것 같다. 공부라는 것, 노력이라는 것 열심히 일하는 것 등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정해져 있는데 힘들게 노력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저런 사회에서는 양질의 의료 서비스는 물론 국밥 한 그릇 시켜 먹기 머리 스타일 한번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고객에게 충성을 다하지 않아도 돈은 똑같이 받을 것인데 진상 고객에게 안 팔고 같이 진상을 부리면 그만인 것이고, 그런 고객이 아니라도 일하기 싫으면 안 하면 그만이다.


예전에는 호시탐탐 사직원을 제출할 수 있을까 하는 꿈을 꾸어왔는데, 요즘은 일하는 동안만큼은 집중해서 맡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일을 해야 사회가 돌아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그전에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며 마음가짐이 조금 바뀌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있지만, 어떤 일을 하든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내는 것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이런 게 사회에 도움이 되나 하고 생각했는데, 식당에서조차도 사람들이 시킨 음식을 서빙해 주는 것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런 노동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국밥 한 그릇 먹기 힘들기 때문이다.

내 돈 내고 내가 먹는데 그런 것까지 생각해야 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사장 혼자서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노동의 가치가 떨어진 시대에 돈을 지불하더라도 양질의 서비스를 못 받을 수도 있기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선생님들이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는데, 그 직업을 선택해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미국은 선생님들이 많이 그만둔다고 한다. 외곽 지역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선생님을 모셔오기도 한다고 했다. 안 그래도 노동의 가치가 낮아지는 시대에 선생은 할 수 없는 직업이라 생각해 아이들이 줄어드는 것보다 더 빨리 선생님이 줄어들어 아이들을 보낼 곳이 없게 되면 그때서야 만족할 기세인 것 같다.


한국은 치안이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대낮에 산책을 할 때도, 출퇴근을 할 때도 혹시나 그런 일에 노출되지 않을까 주의를 집중하고 다녀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흉기 범죄 뉴스와 흉기 범죄예고 뉴스를 보고 있자니 아이들이 건강한 것이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회 속에서 전업주부로 온전한 사회의 일원을 키워내는 일은 물론, 소소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을 해주고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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