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증1

(그녀가 외출 직전 확인하는 행동, 주차할 때 하는 행동)

by 언젠간 노르웨이

나는 10년 조금 넘는 시간을 아파트 19층에 살고 있다.

외출을 위해 집을 나서기 전에 창문이 다 닫혔는지 확인한다.............누가 와서 뭘 훔쳐갈까 봐 무서운 게 아니라 그냥 내가 눈으로 다 확인하고 나가야만 맘이 덜 불안하다.



뒷 베란다에 창문 한 개, 두 개, 다 닫혔고, 하이라이트(사용한 지 7년이 넘음 심지어 콘센트도 뽑아 놓음)도 불 세기 레버가 0에 맞춰져 있는지 확인한다.


이제 부엌이다. 가스레인지 화구의 불 켜는 장치들이 잘 잠겨졌는지 세 개를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고(세로로 3개, 또는 백 십 일 이렇게 입으로 얘기해야 더 속이 편함), 중간레버가 잘 돌려져 있는지도 확인한다.


이제 안방이다. 안방에 전원 장치가 있는 앞베란다 불, 안방 불, 안방 화장실 불, 통과


다음은 거실 화장실, 아들방, 거실, 딸방 순서대로 불이 다 꺼졌는지 확인한다



자주 두 번, 세 번, 이 행동들을 반복하기도 한다.

입으로 하나 둘 셋 얘기하며 다시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머릿속 가득 온통 숫자와 뭔가 검은 실타래가 가득 엉겨있는 기분.

특히나 더운 여름날엔 집을 나서기도 전에 진이 쭉 빠지는 느낌이다.



나가는 과정이 복잡해서일까? 나는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

일단 나가면 또 신나게 밖을 쏘다니긴 하지만 사소하게라도 밖에 나가는 건 늘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일이다.




오래된 차(출고된 지 19년 된)를 주차장에 주차하려고 멈췄다.

백미러를 접고 눈으로 잘 접혔는지 주차할 때마다 80%는 확인한다.

거의 매번 입으로 한 번, 두 번하고 접었다 폈다 반복한다.


P에 왔는지 기어를 뒤로 밀었다 앞으로 밀었다를 3번 4번 계속한다.

차의 창문을 올렸다 내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확인한다

앞창문과 뒷창문을 순서대로 올리며 입으로 "올려졌고"라는 말을 각 한 번씩 하고서야 시동을 끈다. 가끔 명확한 이유 없이 맘이 좀 불안할 때는 이것도 처음부터 여러 번을 반복해야 맘이 편해진다.

여러 번의 재확인을 함으로써 닫았다는(확인했다는) 편함은 있으나 차의 오래된 버튼들이 고장 날까 봐 왠지 불안해지는 불편한 감정이 남을 때도 자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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