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구자가 맞는 사람일까

8년간의 연구 생활을 돌아보며

by 불완전 박사

나는 연구자가 맞는 사람일까

8년 동안 대학원생으로 지내면서도 연구가 나와 잘 맞는지 아직도 확신이 없다.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 결정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문제라서, 먼저 어떤 사람이 연구에 잘 맞는지 생각해 보았다.



연구에 잘 맞는 사람


연구에 흥미와 호기심이 가득한 것이 첫 번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지 궁금해하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즐거움을 느낀다면 연구에 잘 맞는 증거가 아닐까. 결국 연구는 새로운 사실을 증명하는 과정이니까 말이다.


논리력도 중요하다. 하나의 사실을 증명하려면 어떤 증거가 필요한지, 이 실험이 정말로 그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지 여러 번 고민해야 한다. 탄탄한 논리는 과학자의 기본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열정 역시 필요하다. 연구 결과는 한 번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도 시간을 들여 실험과 공부에 몰두할 수 있는 열정이 없다면 버티기 어렵다.



나를 돌아보며


첫째, 흥미와 호기심 면에서는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고, 있는 데이터를 그러모아 원인 유전자를 찾아 실험을 해보는 과정은 재미있었다.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말이다.


둘째, 논리력은 그저 평균적인 것 같다. 연구 계획을 세울 때는 교수님께 큰 수정 없이 통과되기도 했지만, 데이터만으로 논문을 작성할 때는 끝없는 수정이 필요했다. 아니면 경험 많은 교수님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셋째, 열정은 확실히 부족했다.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편이었고, 실험할 때는 몰입해서 식사도 거르곤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육아와 우울증 탓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나 자신에게 열정이 많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연구를 계속해야 할까? 아니면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할까? 열정이 부족한 것인지, 우울로 인한 에너지 저하였는지 스스로도 분간하기 어렵다. 사실 나는 평생 무언가에 불타오른 적은 거의 없었다. 다만 느리지만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성과가 나오는 편이었다.


하지만 연구 분야는 새로운 지식이 매일 쏟아지는 곳이다. 이런 환경에서 설렁설렁하는 내가 과연 계속할 수 있을까? 게다가 아기를 낳고 가족과의 시간이 더욱 소중해진 지금, 워라밸은 절대 양보하기 힘든 가치가 되었다. 생물 실험은 워라밸을 지키기 힘든 구조라는 점도 고민된다.


아무래도 연구 외의 길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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