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yal Delft Museum

네덜란드 델프트: 블루 도자기의 발원지

by my golden age


헤이그 여행을 마무리하고 공항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Delft라는 소도시에 잠시 들렀다. 헤이그 도심에서 로테르담 공항까지는 20km로 비교적 가까운 거리인데 델프트는 그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웠다. 델프트는 Johannes Vermeer의 고향이고, 여러 화가들의 풍경화에도 등장하는 마을이라 궁금하기도 했다.


지금은 작고 소박한 마을이지만 16세기에는 저지대국가를 호시탐탐 노리던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로부터의 독립을 이끌어 낸 네덜란드의 초대 세습 총독인 오라녜 공 빌럼 1세 (William the Silent, 1533-1584)의 기반이자 사실상 수도 역할을 했다. 그는 델프트에서 단단한 요새를 기반으로 전쟁을 지휘하였으나 안타깝게도 네덜란드의 독립을 보지 못하고 1584년에 암살당하고, 네덜란드 왕실의 뿌리가 되었다.


Kunstmuseum Den Haag의 Delft 전시실


쿤스트 뮤지엄 헤이그에서 만난 델프트 도자기 컬렉션이 인상 깊었다. 네덜란드를 여행하면서 많이 보게 되는 블루색이 들어간 도자기를 Delftware, Delft Pottery, Delft Blue라고 부른다. 덴마크에 1775년부터 이어온 <로열 코펜하겐>이 있다면, 네덜란드에는 1653년에 설립된 <로열 델프트>가 있다. 사실 그릇 마니아가 아니면 이 두 브랜드는 너무 비슷하여 구별하기가 어려울 거다.


네덜란드는 이미 16세기 후반부터 이탈리아의 기술력을 전수받아서 도자기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델프트는 1602년도에 설립된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6군데 거점 중 한 곳이었다. 이 회사는 아시아 지역과 활발한 무역을 했기에 수백만 개의 중국 도자기를 수입했고, 네덜란드의 부유한 엘리트들은 중국에서 온 파란색 도자기에 매료되었다. 17세기에 제작된 델프트 도자기들은 오히려 중국이나 일본제품이라 느껴질 정도로 동양적인 모습이다.


Royal Delft Museum


이 당시 거의 모든 예술가들은 지역의 길드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베르메르와 <황금방울새>의 작가 Carel Fabritius는 델프트 길드 출신이다. 길드는 전문적인 예술가를 배출하는 것은 기본이고 생산관리도 했으며 길드 회원만이 작품을 팔거나 상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엄격하고 합리적인 조직이었다. 델프트 블루는 델프트 길드 출신들에 의해 생산되었다.


Carel Fabritius의 목숨을 앗아간 델프트의 화약폭발 사고는 도시를 초토화시켰고, 이때 파괴된 양조장의 상당수는 도자기 공장으로 바뀌게 된다. 이 즈음 델프트에는 32개의 도자기 공장이 생기면서 값비싼 동양 제품에 비하여 상당히 저렴하게 도자기를 생산해 낼 수 있었고 이 기술은 인근 나라들로 전해진다.


델프트 블루는 1700년대 초반까지 인기를 끌었으나, 유럽 전역에서 다양한 도자기 점토가 개발되면서 네덜란드는 점차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18세기말에는 영국의 웨지우드 등 새로운 브랜드들이 퍼져나가면서 델프트의 도자기 산업은 쇠퇴한다.


Royal Delft Museum에서는 도자기의 제조공정을 보여주고 체험도 가능하며, 델프트 블루 역사를 시대별로 전시하고 있다. 그릇 좋아하는 나에게는 또 하나의 브랜드로만 보이는데, 리사는 제조공정을 보면서 평소에 궁금했던 Cobalt Oxide가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블루색을 발현하는 과정을 알게 되었다며 뿌듯해했다. 이럴 때 참 흐뭇하다.


Royal Delft Museum


Royal Delft Museum


마치 우리나라의 석탑처럼 쌓아 올린 델프트 도자기를 헤이그 곳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보니 튤립 전용 화병이었다. 역시 이곳은 튤립의 국가임을 상기시킨다. 네덜란드는 1600년경부터 1720년경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1인당 소득을 가진 최고의 경제 강국이었고, 이때가 예술분야의 황금기였으며, 델프트 블루도 사랑받던 시기였다. 역사의 전성기 중심에 있었던 델프트. 지금은 더없이 조용한 마을이 되었지만, 헤이그 여행길에 반나절 정도 시간 내어 과거의 영광을 느껴보기 좋은 곳이다. 14세기의 네덜란드는 북해에서 청어잡이에 성공하고 통조림으로 개발시키면서 부강해지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청어 통조림을 못 먹어 본 게 아쉽다. 담기회에 와인 안주로 사봐야겠다.


Kunstmuseum Den Haag


Royal Delft Museum, Shop


Royal Delf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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