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립미술원 Café
Salon-Style Hang
코톨드 갤러리가 들어오기 이전의 Somerset House는 1768년에 설립된 Royal Academy of Art가 오랫동안 사용했었고, 제일 위층의 Great Room은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전시공간이었다. 1780년 전시모습이 담긴 Thomas Rowlandson의 <Royal Academy Exhibition Room, Somerset House>를 보면 그림 속에는 작품들이 다닥다닥 천장까지 높게 걸려 있음을 볼 수 있다. 바로 아래 사진은 The Courtauld Gallery의 The LVMH Great Room 현재 모습이다. 1780년도와 같은 공간인데 그림이 몇 점 안 걸려있음을 비교해서 볼 수 있다.
앞에 소개한 Apsley House의 Waterloo Gallery도 처음에 전시실로 꾸며질 때에 스페인 왕실 컬렉션의 회화 165점이 전부 다 전시될 수 있도록 인테리어를 계획했고, 1830년에는 회화 130점을 걸었다고 한다. 현재는 똑같은 공간에 83점의 회화가 걸려있는데, 같은 공간에 50점이 더 걸렸다니 얼마나 빽뺵하게 그림을 걸었었는지 알 수 있다. 이 당시의 전시장 풍경을 그린 회화 작품을 보면 전시장에는 그림이 천장밑까지 꽉 차게 걸려있는데 이는 <Salon-Style Hang>이 유행했기 때문이다.
<Salon-Style Hang>은 1667년 파리 왕립 아카데미 살롱 (Parisian Royal Academy salons)에서 시작되었다. 이 연례행사는 1670년 Académie Royale de Peinture et de Sculpture에서 공식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주요 문화 행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후에는 왕실의 후원을 받아 École des Beaux-Arts 졸업생과 기성 예술가에게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전시회에는 다양한 장르와 크기의 그림들이 출품되어 바닥부터 천장까지 빽빽하게 걸렸는데, 보통 역사와 종교를 주제로 한 대형 작품은 위쪽에 배치되었고 정물화와 같은 작은 규모의 작품들은 눈높이나 그 아래쪽으로 걸렸다. 이러한 스타일의 작품 배치는 살롱 전시회의 매뉴얼로 굳어졌고, 프랑스를 넘어 다른 유럽 국가들로 확산되었다.
런던의 Royal Academy of Art에서도 1769년에 첫 Summer Exhibition을 개최한 이래 지금까지 매년 전시를 열고 있고, 이 방식을 채택하여 많은 작품을 전시한다. 오늘날의 전시에는 신진 및 기성 예술가들의 다양한 매체와 장르의 작품을 전시하는데, 여전히 고전적인 살롱 방식을 사용하여 전시장의 벽을 가득 채워 많은 작품을 선보이며 과거 매력적인 전시 스타일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현재 영국 왕립미술원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피카딜리의 포트넘&메이슨 바로 길건너에 위치하고 있어서 찾기가 쉽다. 상설전도 있고 기획전도 있으니 언제든지 방문이 가능하다. 특히나 건물 내부에 있는 카페는 포스터가 너무 예쁘게 전시되어 있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이다. 영국 왕립미술원의 포스터는 항상 인기 아이템이다. 전시 포스터에 학교 로고인 RA가 들어가면 디자인이 유독 빛이 난다. 역대 전시 포스터를 천장까지 배치한 게 특이하고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전시한 것도 <Salon-Style Hang>의 전통성을 살린 건가 싶어서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