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모든 것에 가치를 따져보는 일은 매우 비효율적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요즘 나는, 내가 행하는 일들에 가치를 매겨보곤 한다.
이 시작의 이유를 찾아본다면,
지금 내가 맡고 있는 직장인의 역할이 과연 나에게 맞는 것인가 되짚어보면서 부터이다.
여전히 불편하고 낯선 것들 투성이인 이 직장 생활도 벌써 15년차이다.
20대 중반부터 30대 후반까지 14년을 한 회사에서 보냈다.
한창 열심히 하던 블로그명이 '30대 청춘, 그 어느 날'이었던 것처럼
흔히 내가 말하는 청춘을 한 곳에서 불사른 셈이다.
공무원의 딸로서 보고 배운 것이 무섭다고, 장기 근속을 당연시 여기기도 했다.
꾸준함이 성실함이 합리화하며 안정만 추구하다 보니
어느 새 시간은 강산이 변할만큼 흘러 있었다.
그 곳을 떠나던 날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지나온 날에 대한 제대로 된 정리도, 앞으로 다가올 날에 대한 준비도 말이다.
여느 직장인처럼 퇴사를 입에 달고 막연하게 백수 생활을 꿈꿨지만,
막상 현실로 마주했을 때에는 눈 앞이 깜깜하기만 했다.
그래도 당장 내일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즐거움은 누려보자 하며
마침 제주 한 달 살기를 하던 부모님을 찾아갔다.
일주일 휴가 받아 내려온 딸처럼 문득문득 드는 불안감을 숨기며,
나름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서 위로를 받았다.
새로운 회사로 출근한 후에야 부모님께는 퇴사가 아닌 이직으로 소식을 전했다.
그날, 당신들에게도 마음 하나 털어놓지 못하는 딸의 모습이 속상하다고 하셔서 더 속상했던 기억이 난다.
짧디 짧은 휴식기 -동안 각종 채용 사이트를 바삐 섭렵했지만- 를 지나
다시 달린지도 벌써 11개월째이다.
예전에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말하던,
"인생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한다."는 말을 요즘들어 아주 깊이 체감 중이다.
인생도, 직장도 감내해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하지만 내가 정한 기준을 넘어섰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는 여전히 답이 서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면 생각한다.
'이런 것들을 참고 버티는 것이 맞는 것일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가치 증명이 되지 않는 날들이 켜켜이 쌓이며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같은 질문만 반복하다 보니 며칠간은 부정적인 생각에 잠식되었다.
지금 와서 가치를 증명하려 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치 있는 일만 하며 살 수는 없다는 것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이 일이 가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직도 이것에 대한 가치의 증명을 찾지 못해 방황 중이며,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도 여전히 고민 중이.
나의 일, 나의 시간, 나의 존재 - 그것들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
마흔이 되어서야 이들을 마주하고 증명하려 하니,
때로는 이제서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서툴고 불완전한 어른으로서,
분명히 지나가야 할 시간이리라 믿는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나의 하루 속에서 그 가치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