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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프 May 13. 2023

끝없는 길

아웃백(Out Back)에서


가도 가도 끝 간데없는 길을 가다 보면, 

내가 길 위를 가는 건지 길이 나를 향해 오는 건지 한순간 일으키는 감각의 오류를 경험하게 된다. 


호주의 아웃백이 그러했다.

광활한 대지임에도 불구하고 척박한 환경으로 인해 해안가 인구밀집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해안을 바라보며 오지를 등지고 산다’는 뜻으로 아웃백(Outback)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적힌 설명이 일견 이해가 될 만큼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이외에 시선을 끌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광활함이 주는 공감각적(共感覺的)인 자극 때문인지 지루함이라는 감각은 실종되어 버리고 마치 공간을 지배하는 시간여행자가 된 것 같이 시간이 순식간에 삭제되어 버렸다. 



 

끝없는 길.


손바닥으로 햇빛을 가리고 가느다랗게 실눈을 떠서 동공을 조인 후에, 지나온 길을 아스라이 바라보며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음을 확인하려 하는 그 희미한 한 컷은 읍내에서 장을 본 다음 소쿠리에 담아 머리에 이고, 등에는 갓난아이 포대기로 동여매서 업고 먼지 풀풀 날리는 신작로 길에서 어머니의 어머니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왔던 길을 되돌아보는,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본 것 같은 익숙한 장면이다. 


인생이란 끝을 알 수 없는 길 위에서 힘들여 살아온 지난날을 가끔씩 되돌아보며 회환(悔恨)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격려하며 위안의 시간을 갖기도 하면서 마치 어머니의 어머니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듯이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빗대어 보면,


아웃백의 끝없는 길은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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