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봄은 낡은 카메라와 같습니다.
사람의 일생을 사계절에 비유해 본다면 나는 아마 늦가을쯤 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싹을 틔워 꽃을 피우는 시절은 지나 버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 때는 의기소침한 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30년도 훌쩍 넘은 낡은 카메라를 만났습니다. 천덕꾸러기가 되어 아무렇게나 방치되었던 낡은 카메라는 여전히 경쾌한 셔터음을 내며 오감을 자극했습니다. 낡았지만 필름에 표현되는 감성은 옛날 그대로입니다.
새로운 봄을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연유(緣由)로 그 카메라에게 마음을 주는 나도 새로운 봄을 맞고 있습니다.
봄은 누군가가 나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오랜 날을 지치지 않고, 춥고 시린 시련의 날들을 잘 견디어 냈음을 칭찬하듯, 봄은 움츠린 나의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누군가가 온화한 음성으로 나의 이름을 불러 줄 것 같은, 오늘 같은 봄날은 누군가가 나에게 전해주는 소중한 선물입니다.
나의 봄은 사인볼과 같습니다.
사인볼은 누구에게나 다 소중한 것은 아닙니다. 그 종목에 관심과 뜨거운 열정을 가진 사람만이 갖는 작은 표창(表彰)과 같은 겁니다.
누구에게나 봄은 있습니다. 그러나 봄을 맞는 마음은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각자 지닌 모습만큼이나 다양한 형태의 삶이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나의 봄은 나의 삶에 얽힌 수많은 사람들에게조차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이 봄은 사인볼처럼 모두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나만의 봄입니다.
*모든 사진과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으므로 저자의 동의 없이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