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교사였던 것

기간제 3년과 정교사 1년이었던 김선생

by 제이

나는 계획해서 교사가 된 사람이 아니다. 말하자면, 우연히 그 직업을 통과했다고 볼 수 있다. 우연한 기회에 한 통의 연락을 받았고, 원서를 넣었으며, 운이 좋게 정말 우연히도 합격했다. 그렇게 시작된 교사의 삶에서 나는 내가 가진 에너지를 전부 태웠다. 그 결과 3년 차가 되던 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정교사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그 무렵까지도 나는 그저 ’잘 해내고 있다’는 감각으로 하루하루를 지나고 있었다. 이 삶이 내가 바라던 미래인지, 이 직업이 내 꿈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은 학교에서 수업을 시작한 지 2년쯤 되었을 때부터 서서히 떠올랐다. 아지랑이처럼, 분명하지 않지만 쉽게 사라지지도 않는 생각이었다.


기간제 교사로 2년을 근무하던 어느 날, 수업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지켜본 학교 이사장이 말을 건넸다. 젊은 열정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정교사 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들이 실제 대화 속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나는 그 제안이 반가운지, 부담스러운지조차 분간하지 못한 채, 얼버무리듯 생각해 보겠다’는 말로 자리를 정리했다. 당시 학교 내부에서 자체 시험을 통해 정교사를 선발하던 마지막 해였기에, 이사장에게 있어서 제안은 더욱 급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교사가 내 인생의 목표이자 분명한 꿈이었다면,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학교는 내가 막연히 상상해 온 공간과는 달랐다. 교사답지 않은 선배 교사들, 감정 노동의 한계를 시험하는 학부모, 예측할 수 없는 문제를 반복해서 일으키는 아이들까지. 하루하루가 결코 수월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상상을 하자 숨이 막혔다.


그래서 나는 떠났다. 선택이라기보다는 도피에 가까웠다. 교사였던 것을 잠시 내려놓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며 방랑했다. 평소 해보고 싶었던 애견미용을 배워 자격증을 따보고, 여행을 떠나기도 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쉬어보기도 했다. 그 시간은 나를 재정비하는 과정이었다, 꼭 필요한,


그러다 문득, 수업이 그리워졌다. 학교 강사로 다시 교실에 들어갔고, 결국 또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그렇게 지금까지 약 4년 동안, 나는 교사였다. 앞으로도 교사가 될지, 아니면 '교사 였던 사람’으로 남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교사였던 시간 속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감정을 통과해 왔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그 시간에 대한 기록이자,
교사였던 '나'로부터 비롯된 이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