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키는 악동일까? 감동일까?
교무실에서 유독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던 여학생이 있었다. 별명은 ’처키’였다.
장난기 많은 외모에, 말을 툭툭 내뱉을 때 짓는 표정이 웃고 있는 처키 인형을 닮았다며 아이들이 붙인 이름이었다. 목소리는 크고 표정과 말투는 거칠었고, 수업 시간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학생이었다. 자연스럽게 교무실에서는 이 학생 이야기가 자주 나왔다. 여교사 몇 분이 모이면 걱정과 피로가 섞인 말들이 이어졌다. 험담이라고 하기엔 애매했지만, 그렇다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생각했다.
‘교무실에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도 되는 걸까.’
그들의 이야기가 한참 이어지던 중, 교무실 구석에서 조용히 업무를 보고 있던 나를 누군가 불렀다. 오늘 내 수업에 그 학생이 있다며, 말인 즉슨 조심하라는 말이었다. 나는 내가 직접 겪은 모습으로 학생을 판단하는 편이라 참고만 하겠다고, 무난하게 대답하고 교실로 향했다. 교실 문을 열자마자 바로 알 수 있었다. 누가 처키인지. 쌍시옷이 입에서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왔고,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처키의 단골 멘트는 늘 비슷했다.
“아 왜요? 이건 또 왜 해요? 아씨. 짜증나.”
수업은 무사히 끝났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일주일 내내 처키 생각을 했다. 왜 이렇게 반응할까, 왜 이렇게 날이 서 있을까. 곱씹고 또 곱씹다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먼저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다가가 보자.’
그 다음 수업부터 나는 교실에 들어갈 때마다 먼저 처키의 이름을 불렀다. 인사부터 건넸고, 오늘 기분은 어떤지, 요즘 학교 끝나면 뭘 하는지 같은 사소한 질문을 던졌다. 특별한 말을 하려기보다, 관심을 숨기지 않으려 했다. 처음에는 여전히 얼굴을 찡그린 채 수업을 듣던 아이가, 조금씩 변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수업 시작 전에 가장 먼저 교실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고, 수업이 끝나면 가장 늦게까지 남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갔다. 그렇게 처키와 나눈 시간이 1년이 되고, 2년이 되었다.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처키는 내게 편지를 한 통 건넸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 준 선생님은 없었다고, 먼저 이름을 불러 주고 늘 같은 태도로 대해 줘서 고마웠다고 적혀 있었다. 그 편지를 읽으며 확신했다. 처키는 진심을 원했구나. 너는 악동이 아니야.
그리고 진심은 결국 진심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교사로서의 나를 조금 믿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