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대 극작과 불합격작

저의 잘못된 노력을 본받지 않길 바랍니다. (글/곽찬희)

by 등불

문제-치매 할머니가 하루하루 다른 진실을 말하고 산다. 어느 날 아침 할머니가 집에 낯선 손님이 왔다고 말한다. 같이 사는 가족들은 웃어넘기지만, 서로의 얼굴을 두리번거린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제목-프레임을 씌운 누군가


연이가 볼 때 할머니는 치매가 아니었다. 아빠가 입에 하얀 거품이 올라오며 방에서 죽었을 때, 할머니는 분명 누군가 시킨 짓이라고 했다. 엄마는 노친네의 망상에 불과하다며 연이를 방에서 못 나오게 했다. 연이는 부모님의 부부싸움이 진절머리가 나서 엄마의 뒷모습에 중지를 보였다. 그리고 오늘, 할머니의 "집안에 살인자가 산다"라는 말에 주변을 둘러보는 엄마를 보며 연이는 확신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서야겠다. 할머니한테 물어보았다.

"그 살인자, 어디에 있는지 알아요?"


엄마는 연이의 팔을 잡고 방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 연이가 안간힘을 써도 재래시장에서 20년 동안 고기손질하는 엄마의 팔힘을 이길 수 없었다. 연이는 팔꿈치를 방바닥에 부딪치며 내던져졌다. 미간을 찌푸리던 엄마는 방문을 닫았다. 전기드릴로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연이는 자신의 모습에 치매라는 불명예를 얻고만 할머니와 겹쳐졌다. 아빠가 살아있을 때, 할머니는 여기서 24시간 동안 엄마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목적은 상속이었다. 누가 더 할머니의 재산을 많이 가지냐는 언쟁이 연이를 한숨 쉬게 했다. 할머니 아니었으면 이런 정원까지 딸린 2층 저택이 아니라 원룸에서 살 저것들이었다. 할머니가 시한부 2년을 선고받았다고 노리는 게 틀림없었다. 엄마는 연이보고 이혼하면 누구랑 같이 살 거냐고 묻는데, 연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할머니와 단둘이 오붓하게 살 거니까.


방에 아빠의 영정 사진이 걸려있는 걸 보니 아빠가 죽은 곳이었다. 그날 이후로 엄마는 여기로 아무도 들이지 않게 했다. 바닥이 미끌거렸다. 책상 아래에는 뚜껑이 열린 약통이 버려져 있었다. 아빠가 입에 하얀 거품을 물며 죽었을 때도 약통이 옆에 있었다. 할머니가 아빠의 시신을 보고서 이건 누가 시킨 짓이라고 말한 게 떠올랐다. 자물쇠 풀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엄마가 들어와 그 약통을 챙기고 다시 나가는 거였다. 문을 잠그는 것을 깜빡한 거였다.

"어머님, 약 좀 드세요. 어머님이 자꾸 헛것이 보여서 헛소리 하시는 겁니다. 이럴 때는 이 약이 최고예요!"


연이가 벌떡 일어나 나가 말했다.

"할머니, 엄마년이 저 약으로 죽이려는 거예요. 할머니 재산 가지려고. 엄마년이 아빠 죽일 때 사용한 것도 저 약이에요! 저년이 할머니가 말한 살인자 맞아요!"

할머니가 대답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연이는 엄마의 손에 들른 약통을 뺏으려 했다. 뒤로 넘어질뻔한 엄마였지만 손에 든 약통이 바닥에 떨어졌다. 연이는 잽싸게 집어 입속으로 탈탈 넣었다. 이에 끼도록 마구 씹어먹었다. 목구멍에서 무언가 올라오더니 입에 하얀 거품이 물어졌다. 눈이 커진 할머니는 말했다.

"이제야 숨어있던 살인자가 누군지 알겠네."


엄마는 연이의 팔을 잡고 아까 들어간 방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 연이가 안간힘을 써도 재래시장에서 20년 동안 고기손질을 하는 엄마의 팔힘을 이길 수 없었다. 연이는 팔꿈치를 바닥에 부딪치며 바닥에 내던져졌다. 엄마는 뒤돌아 나가려고 했다. 연이가 일어나 엄마를 뒤에서 안아주며 하얀 거품이 문 입으로 마구 뽀뽀했다. 할머니가 둘앞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는 입을 열었다.

"여기 살인자 둘이 있어요. 빨리 좀 와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