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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세상이란
진짜 존재하지 않는 건가?

주변을 돌아보며 소소한 이야기.

by 푸르고 푸른 날 Feb 03. 2025

예전에 서점에서 보았던 불교 경전이야기 었는데 

시간이 오래되어서인지 보았던 그 책 이름이 가물가물하다.


'숫따니파다'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면 

베다인지 우파니샤드인지 헷갈린다.


이젠 내 기억력도 가물가물해지는 시기가 도래한 것 같다. 


어떤 책에서 분명 본 것 같은데.

그 책이 아닌 것도 있고 다른 책의 내용을 인용하기도 해서

인터넷으로 정확하게 찾아보면 디테일 적인 면에서 

틀린 면이 종종 보이게 된다.


그럴 때마다 

'아아... 나도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라는 서러운 생각이 든다.

  

하여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러니까 여기선 이런 식으로 퉁치고 시작해야겠다. 


내가 20년도 더 전에 본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

.

.

아주 먼 과거 인도의 한동네.

그곳에선 젊고 자신감이 넘치는 남자가 있었다.

동네에 같이 사는 여인들.

아니 다른 인근 동네에 사는 여인들도 그 젊은이를 흠모했다.


하지만 그 젊은이는 그 여인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자 이미 결혼할 나이가 다 되었는데. 

왜 적당한 여인을 선택해 결혼하지 않는지 동네 사람들이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여자와 결혼 할 겁니다."


사람들은 그 청년의 대답에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여자라니...

그런 여자가 실제로 존재하기는 한단 말인가?


그 청년은 그 이후. 

바로 자신과 결혼할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여자를 찾는 여정을 떠난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를 말렸으나.

그의 뜻은 아주 확고했다.


그렇게 그 젊은이가 떠나고 난 뒤.

아주 많은 시간이 흘렀다.


모두들 그 청년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고 있던 시점에.

갑자기 그 청년은 아주 늙고 심하게 야윈 모습으로 

자신이 살던 동네로 돌아왔다.


마을을 떠날 땐.

아주 젊고 야망에 불타는 잘 생긴 청년이었으나.


마을에 돌아온 지금의 그의 모습은.

백발에 어깨도 움츠려 들고 허리가 굽은 채.

심지어 지팡이에 의존하지 않으면 걸을 수도 없을 정도로 

죽음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그야말로 완벽한 노인의 모습이었다.


그를 기억하는 마을 사람들 중에 

그가 마을을 떠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내고 묻는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여자]를 찾아 결혼하겠다란.

당찬 포부에 대해 선언하고 떠났기에 그런 여자를 찾았는지 

너무 궁금했던 것이다.


"큰 세상에 나가보니 당신이 찾던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여자가 있던가요?"


노인이 된 청년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그런 여자는 예상대로 역시나 없던 거로군요."


그러자 노인이 된 청년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술을 열어 

모두의 궁금증에 대답했다.


"전 큰 세상에 나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여자를 미친 듯이 찾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았습니다."


그의 대답에 모두들 놀라워했다.


"그렇다면 그녀와 결혼한 겁니까?"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아니 그건 왜입니까?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여인을 찾겠다고 튼튼하고 자신감 넘치는 청년의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고, 이젠 백발에 야위고 힘없어 보이는... 이제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노인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왔는데요."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의 말이 모두 맞습니다. 난 최선을 다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여자를 찾아다녔고... 결국 찾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도 또한 나처럼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자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 내용은 순전히 나의 불완전한 기억에 의존해 의역(?) 비슷하게 적은 것이다.


하지만...


한 청년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여인을 찾아 떠난 내용과

그가 노인이 되어 돌아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여인을 찾았으나.

그녀 또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자를 찾는다는 내용은 같다.


이야기의 골격은 같지만...

디테일에서 차이가 날 수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

.

.

그때 서점 한편에 서서 이 두꺼운 책을 읽으며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젊은 남자는 한 원(願 : 원할 원... 번역하면 목표)을 세웠다.

그 원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여자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만의 목표를 생각으로만 끝낸 것이 아니라.

굉장히 무모해 보인 자신의 원을 직접 실행에 옮긴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난 뒤.

그는 결국 자신의 원을 성취했지만.


그 이상의 목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여자를 만나 결혼하겠다는 다음 원은 성취하지 못했다.


그건 왜 인가?

자신이 찾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여인 또한 

자신처럼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려 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토록 애타게 찾거나 이루려 하던 목표를 성취하였으나.

자신이 아닌 다른 이유로 인해 그 성취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

.

.

이 이야기에선 무슨 교훈을 찾는 게 맞는 걸까?


1. 자신에 대한 주제파악을 하자?


내가 원하는 상대를 만나려면 

나 또한 상대가 원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상호 균등'의 자세???

그러니까 신체적이든 경제적이든 영향력이든. 

끼리끼리... 유유상종으로 만나야 

이딴 시간 낭비를 하지 않는다는 교훈일까?


2. 꿈이 과하면 망상이 되니까 세상은 적당하게 살자?


어차피 '행운을 주는 파랑새는 내 주변에 있다' 

그러니 멀리 갈 것 없이 주변에서 대충 짝을 찾자?

.

.

.

난 이 이야기를 보며

망상에 사로 잡혀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다가.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주어진 답답한 삶을 거부하는 

엄청난 도전정신에 감명을 받다가.


다시 생각해 보니.

결국 아무런 성과도 없이...

아니지 뭔가 중요한 것을 얻으려면 

자신 또한 그에 걸맞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노력의 중요성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도 했다가...

어차피 인연이란 강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강제로 인연을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가...


포도를 간절하게 먹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여러 문제로 포도를 먹기 불가능한 여우처럼.

"저 포도는 분명 너무 시어서 먹기 힘들 거야."라고...


루쉰이 쓴 [아Q정전]에 나오는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내가 그렇다고 하면 모든 것이 허용되는 

나만의 '정신승리' 자세로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건가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

.

.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답은 없는 것 같다.

그래 답은 없다.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그에 걸맞게 행동하고 사고하고...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온전히 자신이 책임을 진다는 생각만 있다면.


젊은 날 자신의 목표를 위해 세상으로 떠난 자세도 훌륭한 거고.

자신의 목표인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여자를 찾아낸 것도 좋은 거고.


자신이 그렇게 어렵게 찾아낸 그 여인 또한 

자신처럼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자를 찾아 결혼하려 하기에.

결국 그는 그녀의 눈에 차지 않았고.

당연히 결혼은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걸 노인이 되어 동네 사람들에게 알려주어

행복은 절대 먼 곳에 있지 않고

평범한 삶이 특이한 삶보단 더 좋다는 교훈도 줄 수 있었지 않나.


누구나 생각할 법하지만.

절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 그런 일인데...


용기와 만용...

현실과 망상...


사실 그런 것들은 

그리 길지 않은 인생에 있어...


종이 한 장의 차이도 나지 않는 것 같다.

.

.

.

산속 한적한 암자에 계신 

노 스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의 소중함을 모르면

그는 항상 자신이 부족하다고 불만에 가득 차 살다가.

결국 스스로를 지옥에 떨어지게 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자는.

비록 현생의 삶은 고단하고 피곤할지라도 

항상 남에게 미소 지을 수 있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으니.

마음공부에 집중하라...


난 그때 막 30살 초입에 들어선 너무도 젊은 나이라.

그 노 스님의 이야기를 굉장히 한가하고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속세를 

잘 모르는 노 스님의 뜬구름 잡는 식의 말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니.

그 노스님의 진정한 속뜻이 뭔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부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근심하지 말라...


어차피 내가 붙들고 살아야 할 것은 

지나가 버린 과거도

아직 오지 않은 미래도 아닌.


지금 당장의 현실이니까.

.

.

.

부처님 말씀처럼 

항상 깨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

.

.

자동 이체로 여러 세금이 나가게 해 놓았는데.

가끔 통장을 볼 때마다... 이런 느낌이 든다.


아아... 내가 보존해야 할 통장 속 숫자들은 

잠시 나와 인연을 맺었다가 금방 사라지는구나.


그 인연 좀 오래 가면 안 되는 건가...ㅎㅎㅎ 


쳇바퀴 돌리는 다람쥐처럼.

내 인생도 수레바퀴 돌리듯.

돈을 좇아 돌고 돌다가... 결국 적당한 때에 가겠지.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바로 이 장소에서 

모두가 행복하시길...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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