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팀장 31, 이상한 놈, 모자란 놈, 특이한 놈 빼면 정상
35년 직장생활 중 약 1/4인 9년 이상을 팀장과 실장으로 지내다 보니 많은 직원들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상하고 모자라고 특이한 직원들이 있어서 한번 그 스타일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어떤 경우는 한 가지 스타일만 가지고 있기도 하고, 동시에 여러 스타일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직원도 팀원이고 실원이니 잘 다듬어서 활용해야 됩니다.
그런데 막상 시도해 보면 생각 외로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지난(至難) 한 일이더군요.
8. 고집이 센 직원
해당 직원은 업무 역량과 무관하게 일단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설득이 어렵습니다. 올바른 방향에 대한 고집이라면 그나마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잘못된 판단에도 고집을 지속할 경우 업무 진척에 큰 지장을 초래합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해당 업무에서 배제하는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간혹 다른 업무를 제안해도 거부하는 등 죽도 밥도 안 되는 상황을 마주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유형의 직원은 단기적인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인 설득과 인내가 요구됩니다. 이 직원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공감하며, 반대 입장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명확한 설명하는 방식이 효과적인 접근이 될 수 있습니다.
9. 보고서에 달인인 직원
보고서를 빠르고 정확하게 작성하는 능력은, 마치 식빵 찍어내듯이 탁월함에서 예술입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지시사항도 찰떡 같이 알아듣고, 멋지고 화려한 장식의 케이크를 만들어 냅니다. 제출된 보고서는 수정할 사항이 거의 없으며, 추가적인 내용이 필요한 경우에도 순식간에 대응합니다. 팀장과 실장 입장에서는 천군만마 또는 적토마를 얻은 듯한 든든한 지원군이자 핵심 인재이니 어찌 만족스럽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인사평가에서도 최우수 등급은 언제나 이 친구의 몫이 되는 것이지요. 다만 반복된 업무에 대한 회의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해당 업무의 중요성과 조직 내 기여도를 지속적으로 인식시켜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10. 근무시간에 잘 안 보이는 직원
면벽수도하는 직원은 한치의 움직임도 없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출근은 누구보다 요란하게 하지만, 이후에는 업무 공간에서의 활동이 거의 포착되지 않아 마치 잠수함과 같이 행방이 묘연합니다. 간헐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살아 있음'을 인증하고, 점심시간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컴퓨터와 모니터는 '24/7/365' On 상태라서, 퇴근을 한 건지 안 한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정말로 궁금한 것은 그 오랜 시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중요한 업무보다는 자주 업무 처리가 필요한 역할을 부여하여 사무실에 있는 시간을 늘리거나, 차라리 외부 활동이 많은 업무를 맡겨 실절적인 업무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11. 스스로 판단하고 안 물어보는 직원
업무 수행 중 이상하거나 헷갈리는 부분이 있어도 절대 질문하지 않습니다. 혼자 판단하고 알아서 업무를 처리합니다. 문제가 없었다면 아마 영원히 드러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면 이를 수습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주의를 주면 잠시 동안은 고쳐지는 듯 하지만, 이내 원래대로 돌아가니 회복 탄력성 하나는 무척 뛰어난 직원입니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 복잡하지 않고 변수가 적은 또는 위험 부담이 적은 업무로 전환시키는 것이 서로에게 편할 것입니다.
12. 실력보다는 아부에 집중하는 딸랑이 직원
아기가 가지고 노는 딸랑이처럼, 요란스럽게 힘이 있는 임원 주위를 딸랑거리며 돌아다닙니다. 업무 능력보다는 상사에게 과도한 관심과 아부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주변 사람의 눈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 대단한 멘털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타깃으로 삼은 윗사람에 대한 중성심은 진돗개를 능가합니다. 정해진 자신의 목표를 위해 쉼 없이 추파를 보내며, 집사와 같은 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업무는 늘 뒷전이고 윗사람의 일거수일투족에만 집중을 하니, 결과적으로 업무 성과는 저조합니다. 중요하거나 집중력이 필요한 업무보다는 단기에 끝낼 수 있는 업무를 부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다만 소소한 실적도 크게 부풀리는 경향이 있으니, 성과목표 설정 시 달성 목표에 대해 정확한 설명과 명확한 기록이 필요합니다.
13. 온몸이 종합병원인 직원
본인의 불찰인지 선천적인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늘 아픕니다. 아침에 출근하지 않으면 병원에 가기 위해, 연차를 사용하였다고 생각하면 거의 맞습니다. 온갖 성인병뿐 아니라 다양한 질환으로 인해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을 다녀야 하니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긴 시간이 소요되는 업무를 맡기면 중간에 병가 또는 연차를 몰아서 사용하여, 담당자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됩니다. 이로 인해 중요한 업무는 맡기기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단기 업무를 부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14. 이해력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지는 직원
늘 '사람은 참 착하다'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듣는 직원입니다. 업무를 지시한 후 이틀 안에 반드시 한번 더 확인을 해야 안심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100% 확률로, 배가 산으로 갑니다. 모르면 물어봐야 하지만, 이 또한 부담스러워서 물어보지 않고 그냥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지시할 때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어야 하고, 심지어는 목적, 방안, 결과까지 초안을 작성해주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냥 기본적으로 자기 업무 또는 단순한 업무라도 제대로 수행해 주면 그 자체로 감사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15. 모든 것이 남 탓이라는 직원
해당 직원은 모든 업무에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으면 책임을 외부 요인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합니다. 다른 팀에서 지원을 안 해주어서, 업무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어서, 예산이 부족하여, 협력업체 역량 부족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을 언급하며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이러한 성향은 업무의 지속적인 점검과 관리가 필요한 상황으로, 업무 진행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문제 발생시 즉각적인 지원과 코칭을 통해 개선을 유도해야 합니다.
조직 내에는 다양한 성향을 가진 직원들이 존재하며, 이에 따라 유연하고 상황에 맞는 대응이 필요합니다. 모든 직원에게 맞춤형 코칭을 제공하는 것은 어려운 만큼, 우선은 긍정적이고 개선 가능성이 높은 직원을 중심으로 코칭을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를 통해 조직 내 긍정적인 변화의 흐름을 만들고, 점진적으로 다른 구성원에게도 영향을 확산시킬 수 있습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