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빛과 그림자

by 방울


이 글이 뇌전증 환우분들과 모든 병을 가진 환우분들, 병이 없어도 다른 상처가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으로 닿길 바랍니다.




내 인생의 첫 기억은 경기도 J초등학교의 활기찬

교실에서 시작된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줄곧 학급 임원을 맡으며

나는 늘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하지만 4학년 1학기에 B초등학교로 전학을 가며 마주한 낯선 환경은 어린 내게 서서히 높은 벽이 되었고, 진짜 시련은 5학년 때 예고 없이 찾아왔다.
​갑작스러운 고열과 함께 거품을 물고 쓰러졌던 날,

나는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서 '뇌전증'이라는

낯선 이름을 진단받았다.


병보다 무서운 것은 친구들의 시선이었다.

짝꿍과 주변 친구들은 나를 전염병 환자 보듯

피하고 놀려댔다.

소위 일진이었던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에 가서도 거품을 물었다고

꽃게라는 별명을 붙이고 엄마욕까지 하며

나를 힘들게 했다.

결국 남자아이는 중학교 1학년때 같이 놀던 친구를 심하게 폭행해서 강제전학을 갔다.

25년도에 인스타 친구목록에 떠서 보니까

헬스 트레이너를 하고 있었다.

지금도 똑같은 행동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6학년 시절은 더욱 잔인했다. 피구 팀을 짤 때면 아무도 나를 데려가려 하지 않았고,

벌칙 게임인 '인디언밥'을 할 때면 친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내 등만 유독 세게 내리쳤다.

아파서 울다 보건실에 다녀오면, 선생님께 일렀냐며 의심하는 듯한 말을 내게 건넸다.
체력검사 중 선생님을 돕다 내뱉은 한숨에 코를 막으며 입냄새가 심하다며 모욕을 주던 아이들,


이러한 괴롭힘이 반복되니 아침에 엄마 앞에서는 학교 가는 척을 하며 엄마가 일을 가면 학교를 안 갔다. 무단결석을 했다는 이유로 엄격하게 꾸짖던

엄마와 선생님...

그 시절 학교는 내게 지옥이었고,

졸업은 유일한 탈출구였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좋은 친구들을 만났지만

고통은 멈추지 않았다.

수업 중 들리는 환청과 눈앞에 보이는 환각 때문에 무서워 뛰쳐나갔던 날 이후,


사춘기도 같이 겹쳐져와서

나는 상대방을 모르지만 상대방은

나를 아는 게 무서웠다.

'귀신 보는 애'라는 꼬리표를 단 채 살아야 했다.

외모에도 너무 자신감이 없었는데 C라는 남자아이가

나한테 "너는 못생겼으니까 얼굴을 내리고 다녀"

이 말이 잊히지가 않는다. 아직까지도.


하지만 비 온 뒤 땅이 굳듯, 고등학교에서 평생의 보물 같은 인연을 만났다.

1학년 때 심한 발작으로 휴학 권유를 받고

결국 2학년 때 쉬어가야 했지만, 3학년 때 복학한 나를 지켜준 것은 친구 J였다.

쪽수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리가 나를 떠났을 때도, 다리를 삐어 목발을 짚고 다니던 내 곁을 지키며 급식실까지 동행해 준 J는 내게 단순한 친구 이상의 은인이었다.

훗날 성인이 되어 먼저 사과를 건넨 Y와 J,

우리 셋은 그렇게 소중한 인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