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by 온호

지난 금요일 아침, 서울역에서 7시 27분 기차를 타고 집에 갔다. 주말 기차표는 없었지만 금요일은 그나마 아침 표가 남아있었는데 그래서 도서관 근로를 결근하고 연휴를 하루 일찍 시작했다. 큰누나가 내 예매 소식을 듣고 같은 시간으로 표를 예매해 함께 내려왔는데 그래서 다른 남매들이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많이 심심하진 않았다.

집에 내려가면 아무래도 분명하게 말하기는 어려운 어떤 보상심리 같은 것 때문에 방에 들어가서 많이 드러눕게 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상태가 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누워있다 일어나면 머리가 약간 띵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족과 같이 있는 며칠의 짧은 시간 동안 온전히 그 일에 몰두하지 않은 것이 나중에는 후회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연휴에는 그러지 않도록 조금 자신을 다잡는 부분이 있었고 꽤 성공적으로 실천했다. 집에 잘 도착했는지 전화로 묻는 엄마가 통화 말미에 청소를 다 못 끝냈다며 신경을 쓰길래 집에 도착해서는 청소부터 마무리하기도 했다. 나는 그게 제법 뿌듯했다. 라캉의 재탄생에서 읽은 내용이 이런 내 뿌듯함을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했는데 '이게 그런 심린가'하는 생각은 조금 하다가 무시하기로 했다.

엄마는 자식들이 올 때 좀 더 쾌적한 공간 제공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아주 강하다. 편안하게 쉬다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는 것도 있고 약간의 강박적인 부분도 있고 그런 것 같다. 그게 잘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조급해지기도 하는데, 그럴 땐 아빠한테 뭘 부탁할 때도 신경질적으로 말하는 부분이 있다.

명절 때 엄마는 평소보다 화장실과 현관을 특히 좀 더 꼼꼼하게 신경 쓰는데, 그걸 아는 나는 거실과 주방 정리와 청소를 마치고 현관을 엄마 마음에 들도록 청소했다. 화장실은 이미 손을 거친 것 같았다. 내가 집에 있던 시절에는 엄마가 부엌에서 음식 재료들은 손질하고 준비하는 동안 나는 청소를 하곤 했는데 그런 명절맞이의 날들이 떠올랐다.

얼마 전 차를 산 큰누나의 초보운전+혼잣말 콤보는 멀미와 스트레스를 유발하지만 얌전히 옆에 타서 식당도 다니고 카페도 다녔다. 나는 잔소리를 하지 않기 위해서 조수석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다가도 가끔 뭘 물어봐서 알려준다고 무슨 말을 하면 "그건 아는데"류의 변명이라고 해야 할지 말대답이라고 해야 할지만을 듣게 될 뿐이다. 그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차라리 조용히 있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을 철저하게 실천하게 됐다. 거칠게 운전하는 사람들을 보면 "저런 사람들은 어머니 임종 지키러 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라"라고 충고한 것이 마지막 충고였던 것 같다.

내가 집에서 얻고 싶은 것은 휴식과 엄마의 집밥, 같이 보내는 시간일 것이다. 부모님 돌아가시기 전까지 남은 인생에 한 집에서 같이 보내는 밤이 몇 날이나 되겠는가 생각하면 참 그럴만하다. 그런 날을 조금이라도 더 화목하고 기분 좋게 보내려면 부모님과 누나에게 말 한마디라도 더 상냥하고 듣기 좋게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침을 먹기를 바라는 아빠의 마음을 충족시키기 위해 아침에는 부르기 전에 미리 나와서 간단한 아침을 같이 먹었고, 평생 밥을 해주신 엄마한테는 식생활지원센터 활동으로 배웠던 요리를 해서 드렸다. 자꾸 뭘 더 주고 싶어서 너무 과하게 준비하는 엄마를 보는 일도 가슴 답답하지만 "안 해도 된다", "하지 마세요"하고 짜증 섞어 말하는 것이 아니라 거들어서 일을 줄이는 쪽으로 했다.

레몬청을 만들어서 차를 드리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 부모님한테도 드리고 싶은 것도 있고, 먼 길 이동해 온 남매들과 조카들에게 웰컴드링크로 시원상큼한 레모네이드를 맛 보이고 싶기도 해서였다. 그건 노골적으로 나를 위한 일이었다.

집에 있으면 뭐 때문인지 이상하게 허리가 아프다는 걸 몇 번의 명절을 보내면서 알게 됐다. 침대 매트리스는 내가 누워보고 산 것이었고, 집에 살면서 매일 생활할 때는 허리가 아프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큰누나나 셋째 누나가 모는 차를 타고 내리면 허리가 아프기도 하다. 이것만 빼면 딱히 불편한 점이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돈이나 관계에서 갈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한우를 구워 먹은 후에 며느리와 사위까지 모두 다 같이 즐겁게 윷놀이를 하는 화목한 가정이니까. 이제는 대하기 불편하고 힘든 가족 구성원도 없어졌고, 부모님은 큰 마음의 짐덩이도 벗게 된 것이 한몫하는 것 같다. 자신들이 마음껏 행복하기가 마음에 걸리게 하던 방에 있는 아들이 없으니까. 아, 넓은 주방에서 하니까 어찌나 수월하고 좋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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