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의 오늘

그리고 11년 후 오늘의 나에게

by 여름 이후

어릴 적,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부모님의 모토로 인해 나의 수많은 시간들이 사진으로 기록되어 있다.

사진을 쉽게 찍을 수도 인화할 수도 없던 시절. 나의 순간들은 한 장, 한 장 필름카메라로 정성껏 찍고 담아낸 사진이 가득한 앨범으로 남아있다.


그땐 그랬다. 사진을 찍는 건 특별한 일이었고, 인화된 사진을 보며 그 순간을 추억하는 일은 더욱 즐거운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누구나 핸드폰으로 선명하고 뚜렷한 사진을 언제든 찍을 수 있고, 그 사진은 1초 만에 다른 이에게 전송이 가능하고, 쉽게 삭제를 하고, 또 묻어두기도 한다. 사진이 더 이상 특별한 순간을 담아내는 용도고 아니라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만큼 또 많은 순간을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은 나쁘지 않다.


핸드폰 사진 앨범과 클라우드가 활성화된 후 가장 좋은 점은, 한 날의 기록을 쉽게 저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잊고 있던 기억을 불쑥 꺼내 보여주는 타임머신 같다는 것이다.


요즘 내 클라우드는 '11년 전의 오늘'을 추억하는 알람을 쉴 새 없이 내게 보내준다. 11년 전의 내가 두 달간 유럽여행을 떠났었기 때문이다. 지금과는 다르게 쨍한 색감, 흐릿한 화질의 사진이지만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와도 같았던 그곳에서의 사진들은 지금도 나를 설레게 한다.


그때의 나는 매일이 새로웠다. 하루의 일정이 끝날 때마다, 카메라의 뷰파인더 속으로 하루를 정리했다.

그 사진들이 지금 내 손 안의 화면에서 ‘오늘의 추억’이라며 반짝이는 걸 볼 때면, 기억이 아니라 타임캡슐을 열어본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문득, 그때의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었는지를 깨달았다.


돌이켜보면, 11년 전의 나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별 것 아닌 걱정,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 때문에 힘들어하고 고민이 많던 날들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11년 후의 내가 그때의 나를 얼마나 따뜻하게 바라볼지.


11년 후 또 클라우드가 ‘오늘의 추억’을 알려줄 때, 그 사진 속 나를 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의 나는 참 잘 웃고 있었다고, 그리고 지금의 나도 여전히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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