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계절을 아낌없이 쓰는 법
브런치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날, 대한민국은 폭염에 지쳐있었다.
지속되는 더위, 끝이 보이지 않는 여름에 지쳐가던 날들이었다.
여름이 더 좋은지 겨울이 더 좋은지, 혹은 어느 계절이 더 싫은지 토론을 한 적도 있다.
내 대답은 늘, 그래도 옷을 껴 입으면 되니 추운 쪽이 낫다, 였다.
이처럼 의미 없는 대화와 생각까지 푹 익히게 만든 여름은 끝이 없어 보였지만, 늘 그렇듯 다른 계절은 온다.
에어컨 필터를 청소해 덮개를 씌우고, 긴 팔 옷을 꺼내며 또 한 세월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감을 느낀다.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해 몸을 웅크리게 된다.
4계절이란 말이 무색하게 가을은 건너뛰고 금세 겨울이 올 것처럼 온도가 훅훅 떨어진다.
그래도 아직은 비교적 산책을 하고, 야외 운동을 하기 좋은 날씨다.
강아지와 함께하는 산책길에는 오래전부터 공사 중이던 상가가 허물을 벗고 준공 준비에 한참이다.
서늘한 날씨, 푸른 하늘과 어울리는 먼지 한 톨 묻지 않은 투명한 유리창이 눈이 부시다.
공사를 시작한 지 1년도 훌쩍 지난 상가 앞을 지나며, 문득 세월이 얼마나 빠르게 흐르는지를 체감한다.
아니,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시간을 느리게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의 결론은, 시간의 속도는 내 속도와 관계없이 대책 없이 빨라지고,
우리는 모두 그 직격탄을 맞는다는 것이다.
여름에서 겨울로, 올해에서 내년으로 넘어가는 이 시간이 몇 번이고 반복되면 우리는 모두 늙는다.
나에게 남은 여름은 몇 번일까. 공기의 냄새를 맡고 바람을 느끼기만 해도 짜릿한 이 계절을 얼마나 더 맞이할 수 있을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여름을 맞이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십 번이 될 수도, 단 한 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결국은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해 주어진 계절을 있는 힘껏 누려야 한다.
그래서 나는 2025년 가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더 많은 웃음과, 더 따뜻한 기억 하나만 남기면 충분하다.
어차피 내게 남은 계절은 셀 수 없이 빠를 테니까.
그리고 문득 궁금해진다. 우리는 앞으로 맞이할 계절들을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