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 결국 인간의 결핍으로 빚어졌다는 것이었다는 것이었다는 것이었다..
기다리던 기묘한 이야기의 새로운 시즌이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예고가 올라올 때부터 업로드되자마자 봐야지!했는데 방해받지 않고 몰입하고 싶어서 현생 타이밍을 재다가 이제야 완주했다.
시청을 시작하며 처음 느낀 부분은 등장인물인 아이들이 정말 많이 성숙해졌다는 것이다. 시즌이 올라가며 건장한 성인이 된 배우들이 아이 배역들을 맡아 처음엔 약간 웃겼다. 그럼에도 이전 시즌 이야기에 이어 충실히 스토리를 전개했고, 새로운 위기와 극복들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최근 나는 영상 시리즈도 병렬시청을 할 정도로 나약한 집중력을 갖고 있는데, 이를 감안하여 내가 2일 만에 시즌 전체를 봤다는건 그만큼 재미있었다는 뜻이다. 중간중간 전개 이음새가 억지스럽고 좀 너무 드라마틱한 부분들이 있었지만, SF시리즈이기에 눈감아 줄 수 있을 정도였다. 아마 기묘한 이야기 전체 이야기가 끝나서 이번 시즌이 마지막인듯한데, 아쉽다는 생각보다는 완성도가 높다, 재밌게봤다 라는 감상이다.
기묘한 이야기의 줄거리를 요약하여 적고 싶지만, 세계관이 크고 어떤 이름이나 인물간의 관계들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간략히 정리하여 적기가 어렵다. 그저 이 시리즈의 결말을 보며 느낀 부분이 휘발되기 전에 적어두고 싶어서 적는 글이다.
빌런 '베크나'는 괴물이 되기 전에는 한 사람이었다. 아마 그가 괴물이 된 이유는 어린 소년이었을 때 영문도 모른채 군사기관이 끌려와 '01'번의 실험체로 살아야만 했던 고독하고 차가웠던 삶과, 그로 인해 형성된 아주 깊은 수준의 다양한 고독인 것 같다. 물론 그의 어떤 타고난 악함과 정신상태도 이유가 되겠지만, 결국 그가 괴물이 되어 블리자드같은 징그러운 평행세계를 만들어 다른 세상과 사람들을 해친 이유는 결국 인간적인 부분의 결핍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느끼며 베크나가 불쌍하다던지 안타깝다던지하는 감정보다는, 주변인들에게 가능한 한 잘해줘야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현실 속 빌런들은 외롭고 어떠한 결핍이 있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고, 자신들의 모습을 알지 못하며 알고싶어하지 않는다. 아마 자신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법도 모르고 또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지만, 이것도 누군가에게 자신 그대로 인정받았던 경험이 없어서 일 수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뭔가 알려주려 하기 보다는, 힘 닿는데까진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주고 바라봐주는게 나을 때가 있는 것 같다. 빌런과는 말 몇마디 나누는 것 조차 힘들지만, 그래도 그 사람도 자신이 못되고 성가시게 구는 스스로가 싫은데 어떻게 그만두는지 모를 수도 있으니, 마음이 여유가 있는 누군가가 잠시라도 옆에 있어주면 조금은 덜 빌런이 되지 않을까.
나는 원래 빌런들을 만나면 "쟤들은 왜저러는거야 진짜! 아주 못되 쳐먹어가지고! 저런사람들은 그냥 싹싹 모아서 섬에 넣고 지들끼리 살으라고 해야하는거 아니야?"했는데, 이전 근무했던 학교의 학생들을 겪으며 생각이 좀 바뀌었다. (물론, 노상방뇨, 길담배, 반려동물 유기 등 인간이길 포기하는 행동을 하는 종자들을 보면 싹 모아서 섬에 넣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한다.)
사람은 결국 본인이 봐온 세상의 크기, 모습, 겪은 상황들, 경험, 결과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전 학교는 꽤 거칠고 보호자의 케어를 그다지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처음엔 그들과 생활하고 수업하며 참 힘들기만 했다. 이해도 안되고 말도 안통하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잠도 안오는 정도로. 그런데 수개월 좋든 싫든 부딫히며 지내보니 내가 모르는 어려움을 겪는, 내가 미성년자였을 때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들을 겪는 학생들이 많았다. 나에게 당연하거나 당연하지 않은 것이 어떤 학생에게는 적용되지 않았고, 어떤 부분은 아예 시선의 위치 자체가 달라서 소통이 어려웠던 것이다. 그렇다고 담임이라고 학생의 생활에 대해 모든 것을 물어보고 파고들 순 없으니, 관찰과 관심으로 나대로 애를 쓰며 학생들과 지냈다. 잘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잘해주는게 학생에게는 오히려 교사가 관심을 가지면 그게 더 눈에 띄는 것 같아 부담을 느끼고 적대감, 거부감을 갖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마냥 잘해줄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이름을 부르고 인사하고 학생들이 가끔은 먼저 해주는 얘기들을 기억했다. 그랬더니 아주 천천히, 서서히 빌런같던 학생들이 마음을 여는게 느껴졌다. 마음을 연 빌런은 그냥 10대 청소년이 된다.
내가 사는 세상은, 내가 모르는 세상과 시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각자 다른 별에서 왔기 때문에 모두가 다른 세상을 살며 서로 부딫히고 부딫히며 산다. 스스로를 알고 타인이 나와 다름을 인정한다면,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내 마음 속 빌런은 더이상 빌런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 결국 타인을 위한 인정이라기 보단 나의 평안을 위한 인정이 된다.
기묘한 이야기의 빌런 베크나를 시작으로 비롯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를 매일 평행세계로 데려가는 빌런같었던 학생들과 지내며 깨달은 경험까지 말이 길어졌다. 악역은 외로움, 인정받지 못한 결핍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아서, 현생의 주변인에게 가능한 잘 해주자~ 하는 기묘한 이야기의 마지막 시즌을 끝낸 감상평을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