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도 세상물정 다 아는 어른이에요

by 신원미상


시간은 몹시 흘러

나는 이제 어른이에요

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만큼 나이를 먹었고 비바람쯤은 끄덕 없는 진짜 어른이 됐다.

'어제 한일을 후회해 본 적이 언제였더라'


정확하게 내가 어른이란 걸 인식한 순간이 있었다.

여느 때처럼 샤워를 하며 하루를 정리하다 문득 깨달았다.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웃고, 친구와 얘기 나누며 흑역사를 발차기하던 순간이

까마득한 옛날일처럼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 나는 이제 후회라는 걸 잘하지 않는구나.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고 조심하며 지내는구나.

아니 따로 조심하지 않아도 될 만큼 하루를 되돌아봤을 때 고개 저어지는 순간이 없어진 거구나.

나이가 드니 체력을 제외하면 좋은 점이 참 많구나




샵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여럿이 아닌 혼자만의 샵을 운영 중이다.

다른 사람이 없으니 부딪히는 일이 없어 스트레스는 제로에 가깝고

손님들도 오래된 고객이 많아서 이렇다 할 부딪힘이 없다.


아이를 낳고 나이가 들면서 나는 20대에서 40대가 됐고 고객들은 40대에서 60대가 됐다.

서로의 주름을 가늠할 수 조차 없이 자주 봐서 잘 몰랐는데

세월이 야속하게도 훌쩍 흘러있었다.

이제는 부탁을 거절하는 방법도 우아하기 그지없으며 너무나 자연스러워 나조차 놀란다.

부탁하고 빌리고 청하는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살다 보니 진짜 별일 다 있다.





마치 드라마의 한 세트장처럼 내 20년이 한 곳에서 흘러갔다.

그 시절.

나는 매일 내 샵에게 고맙단 인사를 했다.

나를 먹여 살려줘서 오늘도 무사히 나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해 줘서 진심으로 고마웠다

내가 스스로 대견하고 샵도 대견했다.

그 많은 손님을 다 받고 캄캄한 복도를 걸어 나오기 전 내 샵을 한번 쓰다듬고 나왔다

진짜 내 편인 것 같아서 고마워서.


이제는 그만큼 일을 하지는 않지만 ㅎㅎ

오늘도 나는 10평 남짓 이 자리에서 세상을 배워간다.



지나치게 크게 느껴졌던 이곳이 이제는 아늑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나도 자랐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서 세상을 듣겠지만 이 글은 마무리 지어져야...


이렇게 끝을 맺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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