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충분하지 않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강화가 필요한 이유

by 공익허브

1. 문제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집을 메탄올로 소독하세요”

이런 이야기 혹시 들어보셨나요? 소금물을 뿌리면 코로나가 예방된다는 이야기는요? 이 내용들은 모두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점에 코로나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으로 퍼졌던 근거 없는 속설들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웃어넘긴 사람들도 많았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이나 거짓 정보를 퍼뜨린 사람에 대한 신뢰 등의 이유로 그러한 지시사항들을 따라한 사람들도 상당수 존재했지요. 실제로 올해 3월에는 40대 여성이 메탄올로 집을 소독하다가 중독 증상을 보여 두 자녀와 함께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고요.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19 확산 초창기인 2020년 1월 ~ 3월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가짜뉴스로 인한 사망자가 800명 이상 발생했다고 합니다. 무책임한, 혹은 악의적인 허위사실의 유포가 끔찍한 결과로 이어진 것이죠.

이렇듯 가짜뉴스가 SNS를 등에 업고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확산되는 요즘,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의 역할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언론중재법에서도 “언론의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고,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보호 · 신장하여야” 하며 “공적인 관심사에 대하여 공익을 대변”해야 한다고 언론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언론중재법 제4조). 그렇다면 지금 한국의 언론은 그 책임을 잘 수행하고 있을까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한국의 기사들을 살펴보면 오히려 특정 정보만을 강조하거나 특정 내용들을 의도적으로 누락해 현실을 왜곡하는 보도를 종종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특히 부동산과 관련된 정부 정책들을 다루는 기사들에서 이러한 왜곡된 보도방식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데요, 실질적으로는 일부 부유층에게만 부과되어 대부분의 서민들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는 증세에 ‘세금폭탄’이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마치 국민 전체에게 과도한 세금을 안기는 것처럼 표현하는 기사를 아마 한 번쯤은 다들 접해보셨을 겁니다. 언론사들의 이런 교묘한 왜곡보도는 넓은 의미에서 앞서 언급한 가짜뉴스들과 맥을 같이합니다. 즉, 가짜뉴스들을 걸러내고 정확한 정보전달의 기능을 수행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가짜뉴스 확산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죠.

헌법 제21조 4항에서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는 만큼 이러한 무책임한 보도는 헌법의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SNS와 일부 언론사를 통해 확산되는 가짜뉴스와 왜곡보도의 폐해에 비해 이런 행태를 통제하고 처벌할 방법은 충분치 않은 실정입니다.

2. 해결책(?) - 징벌적 손해배상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정부에서는 상법에 대한 일부개정안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중 언론사와 관련된 개정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언론사들에게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겠다는 것이죠.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어떤 기업이 누군가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로 손해를 입혔을 경우, 피해자가 입은 손해액이 아니라 해당 손해액을 넘는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피해자가 입은 손해만큼만을 보상하도록 하는 일반적인 ‘전보적’ 손해배상과는 달리 가해자를 ‘징벌’하고 유사한 행동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실제 손해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죠.

지금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은 하도급 거래, 개인정보 보호 등 개별 법률을 통해 특정한 분야에 한정하여 시행되어 왔습니다. 최근 발표된 내용은 이 제도를 특정한 분야가 아니라 모든 법적인 상인에게 적용하는 방향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었고요. 이렇게 되면 언론사들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어 그들의 보도행위로 누군가에게 부당한 손해를 입혔을 경우 손해액을 넘는 금액을 배상해야 합니다.

언론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악법이며 언론의 기능이 크게 제약받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이 자정작용을 통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언론사들이 자유롭게 활개 치도록 내버려 두는 것보다는 그들의 활동에 약간의 족쇄를 달아주는 것이 오히려 언론의 기능 보전에 효과적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개정안으로 한국사회를 좀먹는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저희도 그러기를 바라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 개정안에는 크게 두 가지 한계가 존재하거든요.

3. 한계점 하나 : 대상의 협소함

첫 번째 한계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받는 대상의 범위에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적용 대상의 범위를 모든 법적인 상인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라는 것을 기억하시죠? 이 개정안이 적용되면 언론사들을 포함하여 어떠한 방식으로든 영리 활동을 하는 주체들 대부분이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에 포함되게 됩니다.

문제는 허위보도나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주체들이 늘 영리적인 목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장난으로 SNS를 통해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들도 있고, 자신의 정치적인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허위정보를 확산시키기도 합니다. 특히 SNS 상에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이러한 활동을 한다면 그 파급력이 어마어마함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상인으로 취급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해당 조항을 통한 처벌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물론 언론사가 가장 “우선적으로” 통제받아야 하는 주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가짜뉴스를 생산했을 때 미칠 수 있는 파급력이 가장 큰 것도 언론사들이고 이들에게는 공정하게 보도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는 등 (언론중재법 제4조) 사회적 책임이 부과되니까요. 하지만 언론사들만을 통제해서는 우리 사회를 좀먹는 가짜뉴스라는 바이러스를 온전히 몰아낼 수 없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가짜뉴스는 언론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되기에 언론사를 통하지 않고 SNS 등으로 퍼지는 허위 정보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하죠.

따라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법적인 상인들에게만 확대하는 현행 개정안으로는 가짜뉴스라는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실효성 있는 가짜뉴스 근절을 위해서는 법적인 상인뿐 아니라 필요시 모든 법적 주체가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그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4. 한계점 둘 : 불충분한 처벌

두 번째 한계는 처벌의 강도입니다. 이번 개정안에 소개된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은 피해자가 입은 손해액을 기준으로 그 손해액의 최대 5배 이하로 배상금액을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는 무형의 정신적인 피해인 경우가 많아 그 측정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입은 손해액의 5배를 최대 배상액으로 정한다면 이는 작은 언론사들에게는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형 언론사에게는 처벌과 억제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즉, 처벌의 강도가 너무 약하다는 것이죠.

이번 개정안과 같은 정책들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번 개정안을 비롯한 지금까지의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들은 명목상으로는 손해의 전보가 아닌 불법행위의 처벌 및 억제를 목표로 한다고 하지만 처벌 및 억제를 위한 배상액의 산정은 여전히 손해액을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도의 목표는 가해자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 처벌은 피해자의 손해에 중점을 두고 있는 모순적인 형태이죠. 이처럼 손해액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결정한다면 가해자의 자산에 따라 실질적인 처벌 강도와 억지력이 달라지게 됩니다. 1억을 가진 사람의 100원과 1000원을 가진 사람의 100원은 의미가 다르니까요. 특히 대형 언론사들의 경우, 피해자의 손해액을 기준으로 산정된 배상액의 규모로는 처벌도 억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징벌’의 개념을 제대로 적용하려면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아니라 가해자가 얻은 이득과 가해자의 재산정도를 고려하여 배상액을 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언론사가 허위보도를 통해 이득을 보았다면 해당 이득액의 5배를 배상하도록 하거나 해당 언론사의 매출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고 심각한 경우 영업정지를 명령하는 등, 가해자의 행위뿐 아니라 가해자의 수입 및 자산을 고려하여 배상액을 산정하고, 그 매출이나 자산을 측정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경우에 한정하여 손해액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산정해야만 억제와 처벌이라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원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맺으며

가짜뉴스와 언론의 역할, 그리고 징벌적 손해배상. 이 모든 주제들은 사회의 다양한 맥락들이 얽혀 있는 이슈들이기에 손쉬운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언론을 개선하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하는지는 보다 분명해 보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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