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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익허브 Apr 08. 2024

당신의 배변사진을 누군가 SNS에 올린다면?

미션57. '셰어런팅'을 경계하라

출처: EBS


‘육아콘텐츠’ 지켜보는 마음


요즘 SNS에서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 중 하나는 아기가 나오는 영상이에요. 오로지 아이만 보여줄 수 있는 순수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면 어느새 기분이 좋아지고, 그 아이의 또다른 사진과 영상을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SNS상에 자녀의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며 양육과정을 공유하는 ‘셰어런팅((sharenting·공유+양육 합성어)’은 이미 전세계적인 현상이 된 지 오래 입니다.


셰어런팅을 통해 자녀의 성장 과정을 온라인 공간에 기록하면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강화되기도 하고, 다른 부모들과 함께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긍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반면, 얼굴이 그대로 노출된 채 인플루언서 만큼 유명세를 얻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걱정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죠. 아이들의 초상권은 아이들의 고유한 권리이기 때문에 타인이 마음대로 행사한다면 존엄성을 침해당할 수 있잖아요. 



아동이 입은 인격적 피해는 되돌릴 수 없다


이미 셰어런팅으로 인한 피해 사례들은 속속 등장하고 있어요. 일본에서 육아를 주제로 ‘매일 엄마’라는 인기만화를 연재했던 작가의 딸은 ‘내 사생활이 허락없이 공개되어 정신적 피해가 상당하다’고 고백했어요. 당시 일본 시민들은 아이를 희생해 육아 콘텐츠를 만들어왔다는 점에 분노했죠. 셰어런팅 때문에 부모에게 소송을 거는 자녀들도 있어요. 캐나다에 사는 13세 청소년은 부모가 10년 전 자신의 나체사진 등을 올린 행위에 대해 한화로 약 3억원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어요. 유아시절의 이미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면서 입게 된 정신적 피해는 합의금을 받더라도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 하다는 점이 가장 문제입니다. 



출처: 세이브더칠드런



인권침해 뿐 아니라 범죄 표적 위험성도


셰어런팅은 범죄에 악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호주의 사이버 안전위원회는 소아 성범죄 사이트에서 발견된 사진 중 절반이 SNS에서 유출됐다고 밝혔어요. 미국의 FBI 자료에 따르면 아동 유괴 범죄의 76%가 부모의 지인이었고, 부모의 SNS 중 77%가 친구 공개로 설정돼 있었다고 합니다. 또 영국에서는 2030년에 성인이 되는 아이들에게 일어날 신분도용 범죄의 3분의 2가 셰어런팅 때문에 발생하고, 피해 규모가 1조2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죠. 우리나라에서도 유치원·어린이집에 공개된 아이들의 사진을 수집해 범죄 대상으로 삼았던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어요.


이 같은 피해사례 때문에 해외에선 부모의 셰어런팅에 법적인 제제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부모가 자녀 사진을 본인 동의 없이 SNS에 게재하면 사생활 침해 혐의가 적용되어 벌금형이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어요. 베트남도 2018년 부모가 자녀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본인 허락 없이 SNS에 올리면 처벌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추진했고요.  



출처: 세이브더칠드런




아기 인플루언서, 수익은 누구에게?


아이들의 생활모습이 콘텐츠가 되면서 수익이 뒤따라오기도 할 텐데요, 이 수익을 부모가 갖는 것이 과연 맞는지도 논란입니다. 그래서 해외에선 아동 인플루언서의 수익을 부모가 독차지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었어요. 프랑스에서는 아동 모델이나 아동 배우처럼, 아동 인플루언서도 프랑스 노동법에 의해 보호를 받아요. 따라서 성인이 될 때까지 벌어들인 수입 중 일정 금액이 아동의 계좌에 예치되어야 합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도 부모가 16세 이하 자녀를 콘텐츠의 30% 이상 등장시켰다면 그 콘텐츠로 인해 벌어들인 수익의 50%를 신탁금으로 예치하도록 하는 법이 제정됐어요. 


이처럼 해외에선 셰어런팅의 폐해를 막기 위해 여러 측면에서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선 아직 입법적인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어요. 정부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잊힐 권리’ 시범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우개 서비스’라고 불리는 이 사업은 당사자가 신청하면 본인이 인터넷에 올린 사진이나 영상 등을 지워주고 있어요. 정부가 잊힐 권리를 확대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제3자가 올린 게시글에 대해서는 처리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잊힐 권리'가 법률에 명시적으로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해요.  




출처: 세이브더칠드런



아무리 어려도, 초상권은 아이의 권리다


잊힐 권리를 보장하는 것에 더해 셰어런팅의 남용 자체를 막을 장치도 필요해요. 지우개 서비스가 활성화 되더라도, 청소년이 자신의 사진을 지워달라고 요청했을 땐 이미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에요. 요새는 특정한 사진이나 영상이 인터넷 ‘밈(meme, 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무한정 확장되는 현상이 뚜렷하잖아요. 자신의 모습이 인터넷 밈으로 우스꽝스럽게 소비되는 경험이 성장기 청소년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칠 지 가늠하기 어려워요. 아동이 가진 인격권이자 재산권인 초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가 하루빨리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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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이코리아. 23-12-04. [키즈 유튜버 수입 부모가 다 가져갈 수 없는 미국, 한국은?]. 

YTN. 23-05-24. [SNS에 올린 '금쪽같은 내 새끼', "범죄 표적될 수도"]. 

조선일보. 22-08-20. ["엄마가 내 어린시절 노출해 큰 피해 봤어요" 일본서 셰어런팅 역풍]. 

머니투데이. 23-04-25. ["엄마, 내 허락받았어?" SNS에 사진 올렸다가 소송... 셰어런팅 주의보]. 

머니투데이. 23-04-30. [엄마가 허락없이 내 사진을 SNS에...'잊힐 권리'가 불러온 논쟁]. 

한국일보. 24-01-25. [부모님, PD님! "제가 아무리 어려도...초상권은 내 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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