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69.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막아라
공익허브는 매주 월요일 '미션 100'을 연재합니다. 한국사회에 필요한 제도적 변화 100가지를 이야기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에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어요. 쿠팡이 상품 검색결과를 자체브랜드 제품에 유리하게 배치하고, 임직원을 이용해 상품 후기를 조작했기 때문이래요. 쿠팡 측은 ‘소비자 니즈에 따라 제품을 배열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는데요, 공정위는 쿠팡이 알고리즘 조작 및 임직원의 리뷰 작성과 높은 별점 부여를 통해 자사제품을 검색 상단에 노출시켰다고 판단했어요.
쿠팡의 조작으로 쿠팡 자체브랜드는 판매량이 증가했지만 다른 상품의 판매량은 감소했어요. 쿠팡에 입점한 다른 업체들은 실제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한 후에만 후기를 작성할 수 있었거든요. 쿠팡은 허위로 리뷰를 작성하고 별점을 올리는 행위를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심각한 위법행위’로 규정하면서 다른 업체들에게는 상품 후기 조작을 금지했어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었던 거죠.
쿠팡은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이면서, 자사 제품을 판매하기도 하는 이중적 지위에 있기 때문에 자사브랜드를 우대해 온 꼼수가 더욱 비판 받고 있어요. 입점 업체들은 수수료를 내고 쿠팡에 물건을 올리고, 상품 노출을 높이기 위해 광고비까지 지출했잖아요. 자영업자 커뮤니티를 보면 ‘쿠팡에서 상위 랭킹을 달리던 제품이 어느 순간 순위에서 밀려나 판매량이 확 줄었는데 이유를 모르겠다’는 글이 굉장히 많아요.
광고비를 지출하라는 쿠팡의 제안에 광고비를 내도, 딱 광고비만큼만 팔리고 다시 순위가 떨어졌다는 경험담도 다수예요. 수년 간 쿠팡의 자기 상품에 부당하게 밀리면서 소상공인들이 입은 피해를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요. 쿠팡의 알고리즘이 인기 제품을 추천해주는 거라 믿었던 소비자도 속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쿠팡이 PB제품을 늘려가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거셉니다. 쿠팡은 2020년 자회사 CPLB를 설립하면서 곰곰(식품), 코멧(생활용품), 홈플래닛(가전) 등의 브랜드를 만들어 4200여 가지의 PB상품을 만들었어요. 자체 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인기 제품을 그대로 베꼈다는 논란이 있었죠.
쿠팡에 입점한 중소기업들은 잘 나가는 상품 하나를 개발하기까지 엄청난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치는데요, 잘 팔리는 상품에 관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 쿠팡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쉽게 출시할 수 있어요. 거기다 임직원을 동원해 별 다섯개 짜리 리뷰를 무더기로 작성하면 기존의 입점업체 상품은 순식간에 밀려나죠.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한 권호현 변호사는 이러한 쿠팡의 행위를 “모험가의 도전과 성공을 훔치는 것”이라고 지적했어요.
플랫폼에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수익성 높은 제품을 자사브랜드로 출시하는 것은 쿠팡의 일만은 아니에요. 미국의 아마존도 수익성 높은 품목으로 자사 상품을 늘려가는 전략으로 PB 상품이 매출 비중의 50%를 차지하게 됐어요. 아마존이 PB 상품을 확대해갈수록 다른 납품 업체 제품 판매량은 떨어졌습니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아마존의 전략에 대해 “거대 기업이 중소기업을 희생시키고 혁신을 억누른다”는 비판이 강하게 나왔는데요, 쿠팡이 아마존의 전략을 벤치마킹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소상공인들은 플랫폼 기업이 플랫폼 안에서 물건을 직접 판매하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중개시장에서 심판역할을 해야 할 플랫폼 기업이 선수로 뛰다 보면 불공정한 일이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에요. 택시 콜을 중개해주는 앱인 카카오T가 자사 가맹 택시에 콜을 몰아줬던 일 기억하시나요?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했던 카카오모빌리티는 작년에 공정위로부터 25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어요.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중개앱을 운영하면서 쌓아온 독자적인 데이터를 활용해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숙박시설 플랫폼인 ‘야놀자’는 호텔사업을 확대하고 있어요. 경쟁률이 높은 지역의 숙박시설 200곳 이상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고 해요. 최근에는 부동산중개앱 ‘직방’이 공인중개사를 채용해 부동산중개업에 진입하기도 했죠. 소상공인에겐 없지만 플랫폼 기업은 갖고 있는 데이터를 이용하여 이들은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어요. 쿠팡이나 카카오처럼 자사에 유리한 알고리즘이나 프로모션을 적용하면서 이익을 챙길 수도 있고요.
수년 전부터 소상공인들은 플랫폼 기업이 직접 시장의 플레이어로 나서면서 이해충돌이 벌어지는 현상을 우려해왔는데요, 악용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도 이를 막을 입법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쿠팡의 알고리즘·리뷰 조작 의혹이 제기된 이후부터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조치를 내리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해요. 그 긴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소상공인들이 좌절하고, 얼마나 큰 손해를 봤을까요.
쿠팡 입점업체들의 피해액은 최소치가 2222억이라고 합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배차 알고리즘 조작으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긴 했지만 제재가 나오기까지 마카롱 택시 등의 경쟁사는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회복이 어려운 상태가 됐어요. 공정위가 플랫폼 기업을 하나하나 감시하고 제재를 가하기에는 소상공인이 입을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불공정 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방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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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공정거래위원회. 2024. [쿠팡의 검색순위(“쿠팡랭킹”) 조작 등을 통한 소비자 기만행위 엄중 제재].
권호현. 2024. [쿠팡의 거짓말]. 슬로우뉴스.
한겨레. 22-03-16. [인기상품 베끼고 리뷰 조작 의혹…쿠팡 PB상품 ‘시장 질서 교란’ 논란].
매일경제. 24-03-06. [소상공인연합회 “플랫폼이 골목상권 침탈 시도...쿠팡·배민·야놀자 규제해야”].
주간조선. 24-06-24. [1400억원 과징금 둘러싼 공정위 vs 쿠팡의 여론전].
민중의소리. 24-06-24. [쿠팡 PB자회사, ‘순위조작’ 기간 동안 ‘영업익 4배’ 성장].
조선일보. 22-03-01. [[단독] 쿠팡, 중소기업 베낀 자체 브랜드 제품 내놓고 직원들이 리뷰 달았다].
경향신문. 22-03-21. [쿠팡은 다 알고 업체는 모른다…‘노출의 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