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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익허브 Aug 12. 2024

디지털교과서 도입, 왜 우리만 서두를까

미션75. 디지털교과서 전면도입 정책을 재검토하라

내년부터 초·중·고에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내년부터 초등·중등·고등학교에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됩니다. 디지털교과서 도입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학생별로 학습 상황을 진단하고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려는 거예요. 정부는 일단 일부 학년·과목에 디지털교과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전면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해요.


출처: 교육부



박수치는 에듀테크 업계, 정작 사용자들은 냉담


교육부가 추정한 디지털교과서 도입 예산은 6년간 6조 9천억이에요. 올해 확정된 예산만 1조 2천억원이죠. 디지털교육을 뜻하는 ‘에듀테크’를 위한 예산이 책정되면서 관련 업계는 호조를 맞았어요. 정부 정책에 따라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하는 에듀테크 회사들은 들뜬 모습입니다.


그러나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게 될 현장의 반응은 냉담해요.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인공지능 교과서 도입에 따르는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어요. 안 그래도 디지털기기 사용으로 인해 성장기 아이들이 뇌 발달 저하, 문해력 부족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데 수업시간 마저 책을 버리고 디지털기기를 사용하게 되는 부분에 우려가 커요. 또 디지털 교과서를 전면 도입하는 것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바꾸고 학교 교육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인데 정부가 이렇게 빠르게 추진해도 되는 건지 의문을 갖고 있어요.





국회 국민동의청원 페이지 갈무리. 성장기 어린이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재논의하자는 청원이 소관위원회에 회부되었다.






저학력·저소득층 위한다지만… 오히려 학습격차 벌릴까 우려


교육부는 디지털교과서 도입의 필요성을 ‘맞춤형 학습’에 두고 있어요. 교사가 모든 학생의 교과를 맞춤형으로 지도할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를 인공지능 교과서가 해결해준다는 거예요. 학생의 이해도, 학습 태도, 강점 및 약점 등을 고려해 학습자료가 제공되거든요. 에듀테크를 추진하는 쪽에서는 그동안 전통적 교육에서 소외되기 쉬웠던 아이들에게 디지털교과서가 특히 의미 있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맞춤형 교육’이 필요한 문제를 ‘디지털 기기’로만 해결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에요. 교육부는 기초학력이 부족하거나 취약계층인 학생 4만명에게 멘토와 학습 지원 소프트웨어를 지원했는데요, 사업 수행 결과 ‘디지털기기’보다는 ‘멘토링의 전문성과 적극성’이 학습자를 성공사례로 이끌었어요. 서울교대의 권정민 교수는 “인공지능이 학습자를 분석하려면 외부 간섭이 없어야 하는데, 사람의 개입이 줄면 학생은 학습 의지를 잃는다”며 AI교과서의 딜레마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현직 교사가 지적하는 디지털교과서의 문제점 중 하나.한겨레 칼럼 [디지털교과서 내년 초등 도입, 교사·학부모로서 반대합니다]에서 갈무리.





교사가 못해주는 ‘맞춤형 학습’ 해준다?
‘사교육 문제풀이랑 다를 게 없더라’


저학력·저소득 가정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개선하기 위해 에듀테크를 도입하는 것이지만, 사실 이들은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할 확률이 높아요. 미국 MIT대학교의 저스틴 라이시 교수는 연구를 통해 디지털 학습에서 우등생과 열등생, 부유층과 소외계층이 경험하는 교육의 질이 달라진다고 주장했어요. ‘무료 온라인 자원일지라도 부유한 학습자에게 혜택을 안길 가능성이 크다’고 했죠. 일본 도쿄대학교의 사카이 구니요시 교수는 디지털교과서가 내세우는 맞춤형 학습이 ‘일방적인 정보 노출의 반복에 불과하다’고 말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 12월 공개된 디지털교과서 시안을 본 한 교육학자는 ‘익히 보던 사교육 문제풀이 교재와 별로 다른 게 없다’고 말했다고 전해졌습니다.



주정흔. 2024. [Al 디지털 교과서, 안전한 교수-학습을 보장하는가?]. 'AI 디지털교과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 자료집.




문맹자 양산, 사고력의 부재” 미국에서 드러난 디지털교육 열풍의 결과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우려는 이론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실제 사례도 있어요. 2010년대 후반 미국 일부 공립학교들은 디지털 맞춤 학습을 도입했는데요, 학생과 학부모들이 디지털 학습 도구를 거부하여 휴업까지 했어요. 학생들은 디지털 맞춤 학습 이후 두통과 손 경련, 불안 증세를 호소했고, 교사들은 디지털 학습에서 교사의 역할이 방관자에 머무르는 것을 문제 삼았다고 해요. 학부모들은 학습 빅데이터에 따르는 개인정보 문제를 우려했고요.


맞춤형 디지털 교육을 전면화했던 미국의 학교들은 현재 대부분 폐교한 상태라고 합니다. 가장 투자를 많이 받았고, 디지털화로 가장 유명해졌던 알트 스쿨을 심층취재했던 한 기자는 “문맹자 양산, 피상적 기술의 습득, 사고력의 부재”라는 말로 디지털교과서 교육을 표현했어요.



주정흔. 2024. [Al 디지털 교과서, 안전한 교수-학습을 보장하는가?]. 'Ai 디지털교과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 자료집.




어른들이 볼모로 잡은 것은 ‘아이들의 미래’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학교교육에 디지털교육을 전면 도입하는 것이 우리나라가 최초라고 홍보하는데요, 다른 나라들이 망설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요? 신경과학자인 도쿄대 구니요시 교수는 교육의 디지털화가 아이들의 능동적 사고력을 저하시킬 거라고 무겁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2023년 9월부터 디지털 교육을 중단했고, 프랑스도 학교 내에서 스마트폰 자용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서두르고 있네요.


도쿄대 구니요시 교수는 “정책 도입을 업적으로 삼으려는 정치인들과 디지털을 수단으로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자본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검증 없이 교육의 디지털화에 속도전을 벌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어른들이 선택한대로 교육받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아직 적절성이 증명되지 않은 디지털교과서를 쥐어주는 것은 위험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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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주정흔. 2024. [AI 디지털교과서, 안전한 교수-학습을 보장하는가?]. AI디지털교과서 이대로괜찮은가? 국회토론회자료집.
SBS. 24-07-22. [AI 교과서 예산 살펴보니…올해 1.2조 세금 투입 (D리포트)].
시사IN. 24-04-04. [수천억 원 드는 AI 디지털 교과서, ‘혁명’인가].
한겨레. 24-01-09. [디지털교과서 내년 초등 도입, 교사·학부모로서 반대합니다].
경향신문. 24-03-12. [AI 디지털교과서 ‘속도전’, 우리 아이는 안전한가].
경향신문. 24-07-21. [“AI 디지털교과서로 종이·연필 대체하려는 건 위험한 발상”···신경과학자의 경고].
경향신문. 24-07-30. [디지털 교과서, 전면 도입 중단해야].
경향신문. 24-07-31. [디지털 교과서 정책이 말하지 않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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