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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Dec 18. 2022

짝사랑이란 감정

사이비 2세로 살아온 대표의 비밀 공유 CH.7A

'써니, 우리 교회 사이비야?'



우리 교회가 사이비인가?

살면서 처음 듣는 질문이었다. 


애나는 정말 해맑은 얼굴로 나에게 물어봤다.


자기가 집에와서 우리 교회 이름을 검색해봤고

사이비라는 정보가 구글에 몇천개가 쏟아져 나왔다고 했다. 


나는 얼버무렸고, 잠시 멍하니 서있었다. 


그러자 애나는 나를 침대에 앉히며 말했다


'써니, 난 사이비여도 상관 안해, 사실 사이비라면 더 좋을 것 같아'


맞다, 애나는 평범한걸 좋아하지 않는 친구다. 

너무나도 평범한 자기의 모습에 아쉬워하는 고등학생이니까.


그냥 일반 교회가 아니라 자신이 사이비 교회에 다닌다는 사실과

이 비밀을 나와 공유한다는 것이 애나에게는 충분히 재미있는 사건이었다. 





나는 그런 애나에게 너무나도 큰 위안을 얻었다.

애나 앞에서는 그 어떤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을 것만 같았다. 


나는 애나에게 더 다양한 나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나는 단 한번도 욕을 입밖으로 해본적도 없었고

나에게 금기된 행동이나 언행은 밖으로 꺼내본 적이 없었다. 


이젠 달랐다,


애나와 둘이 있을 땐 난 욕을 하고 싶으면 욕을 했고

원하거나 하고 싶은 것들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비밀들을 애나는 교회 사람들로 부터 지켜주었고 

또 벽을 허무는 나를 자랑스러워 했다. 


애나는 나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지곤 했다. 


왜 연애를 하면 안되는건지, 

연애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그럼 연애를 하고 결혼하며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지옥에 가는건지.


우리 교회에 다니다가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어떻게 되는건지


만약 다시 돌아온 사람도 회개한다면 받아준다고 하시는데

그럼 사실 너 같은 2세가 제일 불쌍한건 아닌지.


나갔다가 할거 다하고 돌아와 천국가는 사람이 가장 베스트가 아니냐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쉴틈 없이 쏟아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질문을 하며서 처음으로

교육받은 답변을 입 밖으로 꺼냈고

그 답변들이 얼마나 바보 같은 답변들인지 듣게 되었다.



애나와 나의 관심사는 연애였다. 



특히 성에 대해 눈이 뜬 나는 매일마다 야한 꿈을 꿀 정도였다. 

특히 내 몸이 가장 야해지는 시간대가 있었는데

점심시간 이후 2-3시쯤 가끔은 실수로 신음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한번은 과학 선생님이 어디 아픈건 아닌지 수업이 끝나고 물어봤다. 


숨소리가 거칠어지는게 너무 창피했지만

몸이 너무 흥분해 제어가 어려웠다.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때 한학년 위에 친오빠와 친구인 SK 라고 불리우던 오빠가 있었는데

매일 등교와 하교를 같이 하기 시작했다.


SK 오빠 집과 나의 집이 가까워 계속 학교 가는길에 마주쳤고

만날 때 마다 수다를 떨다 보니 가까워졌고 약속할것도 없이

먼저 나온 사람이 상대방을 기다려주기 시작했고

매일 우리는 얼굴을 보는 사이가 되었다. 



고1 때도 친오빠 친구들이 집에 자주 놀러오긴 했는데

나는 크게 관심을 주지 않았고

오빠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항상 대학생 누나들 이야기를 하고

차를 타고 노래방을 가거나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세상 이야기를 했고

난 그런 친구들과 노는 친오빠가 신실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한심하게 보곤 했다. 



캘리포니아 햇빛은 너무나도 부드러웠고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등교하는 아침은 천사 궁둥이 처럼 보드러웠다.


매일마다 등교하는 것이 기다려졌고, 나누는 이야기가 즐거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항상 큰 죄책감이 들었다.

주말에는 회개를 하기도 했다, 시험들게 하지 말아달라고.

이성과 같이 단둘이 시간을 보내서 죄송하다고. 

내가 너무나도 큰 죄를 짓는 것 같았고 나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큰 비밀이 생겼다. 


가끔 걸어가다가 교인 중 한명이 나와 SK 와 내가 걸어가는 걸 목격하고

목사님에게 이르는 건 아닌가 항상 조바심이 들었다. 


다행이도 내가 사는 동네에 사는 교인은 없었다. 


하루는 수업이 끝나고 반 친구와 수다를 떨면서 나오는 길이었다.

나는 친구랑 즐겁게 수다를 떨었고 친구를 바라보며 대화에 심취해

앞을 보고 길을 걸어가는게 아니라

뒤를 돌아 거꾸로 친구 얼굴을 보며 걸어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쿵하고 누군가 부딛쳐서 돌아봤는데.


정말 슬로우모션 처럼 SK의 얼굴이 씩 웃으며, 자기 가슴에 부딛쳐 휘청거리는 나를 꽉 잡았다.


'앞을 보고 걸어야지'


뒤에 오던 친구는 입을 막으며 

'뭐야, 영화 한장면 같아' 라고 말했다.


맞다, 영화 한장명과 같았다. 슬로우모션으로 보인다는게 이런거구나 깨달았다. 


난 심장이 쿵하고 떨어졌다.


사랑에 빠져서가 아니라 큰 혼란에 빠져서.





난 짝사랑에 빠졌다. 

너무나도 큰 일 이었다. 


몰래 사귀는건 안될까?

정말 지옥에 가는 걸까?

사탄이 역사하는 걸까?


너무나도 많은 생각이 매일 밤 내 뇌를 스쳤다. 


토 할 것만 같았다. 


SK 를 보면 너무 좋지만 처음 해보는 짝사랑에 혼란스러웠고

거기에 죄책감이 더해져 나는 그 예쁘고 소중한 짝사랑이라는 감정이

너무나도 불쾌하고 날 울렁이게 했다. 



나는 어느순간 SK 말에 예민하게 반응했고

너무 속이 울렁일 땐 피하기 시작했다.



너무 보고싶어 꿈에 나오기 까지 했다.

꿈에서 나에 손을 잡아주곤 나를 좋아한다고도 말했다. 


그런 날엔 나도 모르게 SK와 등교하는 길에

손을 내밀고 


'손 잡아줘' 라고 했다. 


착한 SK 는 의아한 표정을 했지만 내 손을 잡고 등교를 했다. 


나도 나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보고싶어 다 상관없다며 같이 수다 떨다가

하루는 죄책감에 속이 뒤틀려 SK를 피해 화장실에 숨기도 했다. 



그런 나를 SK는 그냥 독특하고 귀여운 친구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다 학교 윈터 볼 (무도회)가 왔고, SK는 점심시간 친구들과 같이 있는 자리에서 

나에게 물어봤다. 


'써니, 혹시 윈터볼 갈거야? 갈거면 나랑 윈터볼 같이 갈래?'


아마 SK 는 내가 무조건 승락했을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나도 너무나도 가고 싶지만,

도대체 부모님에게 뭐라고 말하고 갈 수 있을까.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그 늦은 시간에 어딘가에 보낼 부모님이 아니다. 


난 속으로 울먹였지만 뭐라고 핑계 댈 수도 없었다.


'남자랑 단둘이 한 방에 있는 것도 금지가 된 종교를 믿는데, 

어떻게 오빠랑 둘이 춤추러 윈터볼을 갈 수가 있겠어.' 


라고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난


'윈터 볼 갈 돈 없어, 난 못갈 것 같아' 라고 대답했다. 


SK 표정은 실망한 듯 했다. 두번 정도 나를 설득하려 했고

아마 내 대답이 거짓말인 걸 눈치 챈듯 했다. 


자기가 싫어서 가기 싫다는 건지 확인 하고자 했던 것 같다. 


마음 아프게도 나 보다 더 SK 와 윈터볼을 가고 싶은 여자들은 넘쳐났다.


키도 크고 잘생긴 편인 SK가 나에게 물어보고 거절 당하자 마다 옆에 있던

여자 언니가 바로 같이 가자고 물어봤고. SK는 내 얼굴을 몇초 보더니 승락했다. 


난 내 종교를 처음으로 원망했다. 



난 그 날 집에 돌아와 한참을 생각했다. 



왜 하나님은 우리에게 사랑이라는 예쁜 감정을 주시고선 시험을 하시는 걸까.

왜 이 순수하고도 자연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하시고선

이성을 좋아하는 건 금지 시키신 걸까. 



내가 이성을 좋아하는 것이 그렇게 큰 잘 못인가.


이 감정은 내가 느끼고 싶어서 느끼는 것도 아닌데. 

왜 사람이면 당연히 느끼는 이 감정을 나는 죄의식과 함께 느껴야하는 걸까. 



인간으로써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감정에 죄의식을 심는 것, 

난 더 이상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 종교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의심을 한 나의 가장 첫 번째 이유는

다른것이 아닌 연애를 하고 싶다는 너무나도 평범한 이유 때문이었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절대 나쁘지 않다는걸 난 알았기 때문이다. 

난 천천히 종교에서 마음이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일주일 후 우리 아버지와 오빠를 화나게 만든 사건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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