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여름, 근처에 베이글 전문 빵집이 생겼다.
사장님이 유명한 만화가 선생님인데, 본업을 잠시 쉬고 이 가게를 열게 된 모양이었다.
빵집은 일주일에 세 번만 문을 열었고,
영업시간도 낮 12시부터라서 가보고 싶어도 좀처럼 갈 수가 없었다.
지난주에 드디어 그 빵집에 갔는데, 놀랍게도 영업 시작 30분 전인데도 이미 세 명이 줄을 서 있었다.
나도 일찍 가긴 했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서 밖에서 기다리기 힘들까 봐 근처 마트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 겨우 왔는데 혹시 빵을 못 사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다가, 결국 나도 일찍 빵집 앞으로 갔다.
도착한 건 영업 시작 20분 전이었는데, 이미
10명 이상의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빵집에 이렇게 줄을 서다니......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원래 나는 음식을 줄 서서까지 사는 편이 아니었다.
아무리 맛집이라도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서,
줄이 길면 늘 다른 식당을 찾았다.
그런 내가 베이글을 사겠다고 더운 날 줄을 서 있다니.
‘이거 시간 낭비 아닌가? ‘‘내가 그렇게 까지 베이글을 먹고 싶었던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그때마다 잡생각을 지우려 했다.
영업 시작 10분 전, 내 앞에 서 있던 한 사람이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무래도 열사병 증상 같았다.
같이 온 가족이 옆에서 휴대용 선풍기를 켜주고 시원한 음료수를 사 오기도 했지만, 그는 계속 힘들어 보였다.
최근 열사병으로 입원하거나 생사의 위기에 처한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최악의 경우,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는 일도 있다.
그걸 떠올리니 ' 베이글을 먹겠다고 몸까지 힘들게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게 안으로 들어간 건 영업 시작 15분 후였다.
가게는 작았고, 쇼케이스에 놓인 베이글을 손님이 하나씩 고르며 주문하는 방식이었다.
앞사람이 주문하는 걸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주문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 대체 얼마나 사는 거야!?'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내 뒤에도 줄이 긴데 조금은 눈치도 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쩌면 먼 곳에서 왔을지도 모른다.
가족과 나눠 먹으려는 걸지도 모른다.
혹은 병원에서 ' 남은 시간은 한 달입니다'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으려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베이글은 수량이 한정돼 있지 않은가!
뒤에 줄 선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혼자 그렇게 많이 사는 건 분명 민폐다.
내 안의 작은 내가 그렇게 외치며, 그 사람을 행해 따끔하게 꾸짖고 있었다.
다행히 내가 원했던 베이글은 남아 있었고, 무사히 먹고 싶던 것들은 살 수 있었다.
참고로 나는 뒷사람을 위해 다섯 개만 샀다. (내 앞사람은 10개 이상을 사 갔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니 기다리는 사람은 이제 5명 정도밖에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늦게 와도 괜찮았겠네....
베이글은 기대만큼 맛있었지만, 다음번에 갈 땐 절대 줄은 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