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가 왔다.
엄마의 허락이 떨어졌다.
"얼른 들어와서 숙제마저 하래"
내가 담장 모서리에 웅크리고 있던 영도형을 찾아내 이렇게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내복바람의 오들오들 형은 집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어, 어?
뛰어가는 형의 어깨너머 언덕 위 외딴집에 불이 켜있다.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영식이네라고 했는데, 죽은 형 이름이지 그의 이름은 아니다. 서울대 다니다가 남산에 끌려갔다가 감옥에 갔다는 소문 이후 영식이 엄마는 정신을 놓았다. 산너머 간 정신을 잡으려는지 언덕에 올라 온종일 산너머만 바라보았다.
굶지나 않는지 살피러 다니던 우리 엄마도 가지고 간 반찬그릇에 두어 번 얻어맞고는 그 집에 가지 않았다. 아이들도 쫓아가던 꿩이나 토끼가 그 집 쪽으로 달아나면 침을 뱉으며 뒤돌아섰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친척들과 함께 와 엄마를 모시고 갔단다. 살림살이 하나도 챙기지 않고 간 걸로 보아 곧 돌라오리라 생각했지만......
쪽마루 한쪽은 꺼져 시커먼 구멍이 보이고
잠긴 부엌문 아래 수북이 쌓인 낙엽 속에서 자란 명아주가 문을 두드렸고, 마당은 뱀이 우글거릴 것처럼 풀밭이었다.
앞산 왼쪽 길로 내려와 그 집 앞을 지나오면 바로 우리 집인데, 우리는 늘 오른쪽 능선으로 오르내렸다.
담장 위로 넘어 다니던 소문들은
담벼락 밑으로도 떨어져 굴러다녔다.
요양원에서 엄마는 돌아가셨다.
그도 정신병원에 있다.
아니다 사람을 죽여서 감옥살이 중이란다.
영등포 역에서 거지들과 함께 있는 걸 봤다.
방에 들어가서 엄마와 아버지에게 얘기했지만 아무도 들은 얘기나 본 사람이 없었단다.
그 집의 등불과 그 위에 떠있던 환한 별 하나가 꿈속에 따라 들어왔다.
헛디뎌 한없이 떨어지다가 깨어나곤 했다.
겨울 별
쉿, 그가
왔다 마을의 윤곽
하나도 흔들지 않고서
흔한 개 한 마리
짖게 하지 않고서
도시를
몇 년의 소문을
거쳐서 그가 왔다
모처럼의 그 집 등불이
온 마을을 비추던 밤
들고양이 한 마리 낮게 지나는
야산 위
별 하나가 떴다
https://www.youtube.com/watch?v=USNLgO2tdPY&pp=ygUJ7Jyg7J6s67O1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겨울방학 일기였습니다.
이제 5학년이 된 도도의 학교생활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