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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켸빈 Oct 09. 2021

‘바 아르바이트’는 어떤 일을 합니까?

‘건전’ 한 플레어 바 아르바이트 후기


알바천국과 알바몬에는 ‘바 아르바이트 제외’ 기능이 있다. 시급 2만 원~4만 원을 제시하며 어린 여성분들을 현혹시키기 때문이다. 모조리 1000% 퇴폐 업소다. 우리 여성분들, 제발 접근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 절대 ‘그냥 착석과 응대’로만 시간당 2~4만 원을 지급해 주는 업소는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다. 이름도 모르고 양치질도 안 한 술냄새 지독한 아저씨와 딥키스로 시작하는 성 접촉이 필수 조건이라는 이야기. 정신과 몸을 깎는 것에 비해 너무나도 푼돈이므로 여러분들은 발도 들이면 안 된다. 이게 현실이다. 즉 알바몬과 알바천국의 바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는 어느 정도 거를 필요가 있다. 요새는 더 교묘해져서 시급을 9,000원이라고 기재해 놓고 막상 찾아가면 ‘이야기만 들어주고 시급 4만 원을 받아가라’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래저래 어린 여성분들은 살기 힘든 세상이다.     


‘아이엠 어 바텐더’라는 네이버 카페가 있다. 나는 그곳의 구인 구직란을 통해 서울 종로의 한 플레어 이벤트 바에 면접을 보러 갔다. 커플 단위, 혼술, 칵테일 마니아, 직장인 분들이 들르는 평범하고 건전한 바였다. 눈이 펑펑 오는 25살의 겨울이었다. 매장 내 음악 볼륨이 굉장히 컸으며, 대범하신 사장님이 계셨고 젊은 직원분이 딸기맛 칵테일을 내주셨다. 사장님은 이력서를 대충 보시고 말씀하셨다. 다음 주 금요일부터 출근 가능하죠? 가슴이 뛰었다. 나는 술과 칵테일을 워낙 좋아했고, ‘정상적인 바’라는 공간에서 정말 일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내가 일할 수 있다니?     



근무 내용     


내가 일하는 매장은 커플 손님과 단골 혼술 손님, 그리고 오며 가며 들르는 직장인 단체 손님들이 많았다. 그분들께 최대한 목소리 크게 인사를 드리고, 태블릿 PC 메뉴판을 드리며 짧게 브리핑하고, 기본 안주와 냅킨, 컵 받침대를 드린 후 벨이 눌리면 해당 번호 테이블로 가서 주문을 받고 바 안의 조주 매니저분이나 직원분께 주문 내역을 통보한다. 칵테일과 메뉴가 나오면 해당 테이블로 서빙을 완료한다. 여기까지는 여느 홀 알바와 같은 평범한 이야기.     




예? 술을 마시라고요? 근무 중인데요?    


매장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테이블 번호가 7번까지 있었던 크지는 않은 홀 규모. 그리고 사실상 단골손님과 킵 손님(보드카나 위스키 한 병을 시킨 후 남은 술을 보관했다가 나중에 또 드시러 오시는 것) 위주로 돌아갔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합석하게 된다. 합석하면 사장님과 매니저분 주도 하에 술 게임을 한다. 부어라 마셔라. 손님의 킵 술을 암묵적인 합동 하에 비우게 되는 것이다. 아이고.. 지금 생각해도 어지럽다. 샷 잔에 보드카를 스트레이트로 연달아 마시는 일. 나는 아주 신나서 좋다고 마셨다. 한 손님께는 언니~~ 하며 어깨에 치대기도 했다. 일도 하고 꽁술도 먹고 좋다는 마인드였다.      




너 이런 곳에서 일하느니     


단골손님이셨다. 항상 고급스러운 착장으로 오시는 여자분이셨다. 벨을 눌러 가보니 앉아, 앉아. 하셨다. 앉았다. 내 귀에 속삭이셨다. 너 힘들지? ‘예? 갑자기요?’ 최대한 토끼눈을 떠 보이니 덧붙이셨다. 나랑 일하자. 여기 돈도 안 되잖아. 뒤의 이야기는 생략하겠다.     


 또한 취한 손님을 잘 수습해 드려야 했다. 짧은 치마를 입은 손님 분이 빈 테이블 소파에 마구잡이로 누우셔서 탈의실에서 후다닥 외투를 가져다 덮어 드렸다. 남자 손님이 취하면 정말 답이 없다. 바 특성상 2차, 3차로 오시는 손님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새벽 3시쯤 맛탱이가 가버린다. 손님, 마감시간이에요! 일어나셔야 해요. 대리 번호 알려드릴게요. 절대 안 일어난다. 옹알이를 지저귄다. 손님~ 하다 하다 말이 안 통해서 나도 취했겠다, 귀에 대고 오빠!!!!! 크게 소리친 적이 있다. 그제야 일어나 앉아서 몸 추스르고 하는 말이, 너 나랑 같이 가자. 너 진국이다.(아니, 날 언제부터 봤다고?) 아, 사장님. 얘가 진국이예요. 저 얘 데리고 나가도 돼요? 그래도 되죠? 야, 용산 가자! 대리 불러. 아이고. 난리도 아니었다 참.          




다들 취해 있는 공간     


내 경험에서만 나온 이야기지만 술과 늦은 밤, 남녀가 같이 있는 공간은 결코 건전할 수는 없다. 술이 세던 약하던 사람은 진득하게 취하면 사리분별을 못하게 된다. 거기엔 손님도 사장도 알바도 매니저도 없다. 그냥.. 엉망진창이었고, 나는 결국 그럴만한 이유가 빚어졌기 때문에 자연스레 퇴사하게 되었다. 물론 칵테일 조주에 대한 장인 정신과 곧은 바텐더 마인드를 갖고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 거고, 그러한 업장들에 대한 폄하 의도는 절대로 없다. 선술 했듯 이건 단지 나의 경험이니까.     


하지만 당장 나의 가족과 친구를 향한 심정으로 적자면, 절대 ‘바 아르바이트’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특히 여성분들께.) 모두 알다시피 만취한 사람을 응대하는 것은 심리적, 신체적으로 굉장히 고된 일이다. 짧은 시간 안에 내가 원치 않는 여러 상황을 맞게 된다. 요새는 코로나로 인해 모든 업장이 10시 마감이므로 분위기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이 글은 오직 한 업장에서 일한 나만의 경험이기 때문에 결코 일반화할 수는 없다. 칵테일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알바몬과 알바천국이 아닌 ‘아이엠 어 바텐더’라는 네이버 카페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작은 매장보다는 규모가 크고 오래된 매장에 지원하시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아무래도 체계라는 것이 더 갖춰져 있을 테니깐.      


새벽 4시 마감, 손님을 수습하고 매장과 주방을 정리하느라 퇴근은 항상 30~40분 늦춰졌었다. 근처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로 해장하고, 여기저기 누워 있는 노숙자 분들을 지나치며 첫 지하철을 기다리던 그때가 삼삼하다. 이 모든 일들도 나였기에 겪었을 수 있는 나만의 경험 이리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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