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실직자의 일기: 12월 둘째 주 월요일

일단 실직 보류

나만 생각하기로 백번 다짐하고,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곱씹으며 화가 잔뜩 난 채 출근했다.


출근하자마자 들은 얘기는 "프로젝트 끝날 때까지만 해줄 수 있어?"였다. 하나도 안 내켰는데.. 얼굴을 보고 거절할 용기가 없었다. 결국 종일 회의실에서 둘만의 조모임을 했다.


다시 생각해도 안 하고 싶은데.. 거절 못한 내가 너무 멍청하단 생각만 든다.


더욱 싫은 건 자꾸만 잘 사는 법을 강요한다. 분명 좋은 말이고 좋은 의미로 얘기해 주는 건 알지만 이것도 3개월 내내 듣다가, 실직을 앞두고 들으면 화만 난다.


감정이 사그라들면 글을 써야 하는 것도 알지만,

일단 기록해 두고 두어 번 수정하기로 한다. 당장 내 감정을 쏟을 곳이 필요하니까. 오늘도 아무 때고 눈물이 나려고 한다. 30대에 온 갱년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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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할 일은 해야겠어서 동네 마트 사진관에서 이력서용 사진을 찍었다. 챙겨간 재킷이 아까워서라도 찍어야 했다. 대충 머리를 묶고 잔머리는 포토샵으로 없애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대충 준비한 이력서라 광탈해도 할 말이 없는 걸까...ㅎㅎ


남편과 마트 장을 보면서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했다. 감정이 주체가 잘 안 돼서 화도 내고 짜증도 냈다. 그러다 지쳐서 장본 물품을 내려놓고 집 앞 술집으로 들어갔다. 또 남편은 현실적이면서도 응원을 놓치지 않았다. 다 쏟아내고 다니 갑자기 눈물이 났다. 술집에서 나올 때까지 울었다. 도대체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집에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일찍 침대에 누워 많은 생각을 했다. 방법은 잘 버티는 것뿐이다.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나를 잘 챙길 테다. 아주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