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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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29일은 내 삶에서 잊힐 수 없는 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거금 삼천만 원이 바람처럼 사라진 날이다. 그 돈은 2024년 일 년 동안 열심히 적금을 들어서 목돈으로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딸아이가 아파트에 당첨이 되었다고 계약금이 필요하다 하여 딸에게 주었던 돈이다. 딸아이는 그 돈으로 아파트 계약금을 치르고 얼마 있다. 잔금을 마련할 수가 없어서 웃돈을 조금 받고 아파트를 팔았다. 그리고 회수한 돈을 보관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년부터 회사를 내가 인수하여 운영하기로 결정이 되어서 10월에 법인 사업자를 만들고 내년에 인수인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래서 사업자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딸아이에게 보내 달라고 하였다.
딸아이가 주식을 하는 것을 알고 있던 터라 천만 원을 주식에 투자하겠노라 하여 그리하라고 했는데 아마 욕심 때문에 삼천만 원을 몽땅 투자하였던 모양이다. 달러로 투자하였던 돈이라 한화로 환전하여 월요일 날 보내준다고 하여 그리하라고 하였는데, 월요일 날 출근하여 업무를 시작하고 있는데 집사람에게 문자가 왔다. “시간 되면 전화 주세요” 나는 바로 전화를 했다. 그런데 전화기 넘어 집사람 목소리는 이미 숨을 거두는 사람보다 더 죽어가고 있었다. 집사람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미 안 좋은 일이 벌어진 것을 직감하고 말았다. 무슨 일인데 그러냐고 물었다. 집사람은 곧 죽어가는 사람 목소리로 용서를 구한다. “여보 제발 화내지 말고 내 말 좀 들어줘요” “소라가 아마 돈을 다 잃어버린 것 같아요” “소라가 울면서 아빠가 힘들게 일해서 벌어온 돈을 자기가 다 잃어버렸다고 죽고 싶다며 괴로워해서 간신히 달래서 회사 보냈어요” 순간 나는 온몸에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 같아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당장 사용해야 할 돈을 구하는 것도 막막하지만 딸아이가 얼마나 상심하고 힘들어할까, 그 걱정으로 가슴이 무너지는 듯하여 전화를 끊고도 한참을 주저앉아 있었다.
이 일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힘들어하고 있을 딸을 생각하니 눈물만 가슴 아프게 치고 올라온다.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따뜻한 커피를 한잔 마시며 마음을 가다듬고 딸아이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문자를 보냈다. “ 소라야 너무 상심 말아라. 돈은 이미 우리 돈이 아니고 남의 돈이 된 것이다. 돈이란 없어지면 또 벌면 되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마음 추스르고 일해라.” 그리고 시간이 되면 전화를 하라고 했다. 내 문제보다도 딸아이가 혹여 안 좋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가장 마음을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마음을 추스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서류가방을 챙겨 회사를 나섰다. 그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찾아갔다. 감작스럽게 당한 사정을 말하고 우선 필요한 돈 4백만 원만 빌리기로 하였다. 그는 돈을 빌려주며 힘내라고 격려를 해주었다. 그리고 은행에 가서 잔고증명 서류를 만들고 동사무소로 향하여 인감과 초본을 떼었다. 지갑을 열어보니 하필 오늘따라 달랑 천 원짜리 한 장밖에 없다. 인감과 초본을 떼고 인지대를 내야 하는데 마음속으로 걱정을 하며 얼마냐고 물었다. 다행히도 오늘은 무료라고 한다. 아마 정부 민원정보가 화재로 인해 온라인이 안되기 때문에 무료로 발행을 해주는 것 같다.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법무사 사무실로 향했다. 준비한 서류를 넘겨주고 나니 시간이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 식사 후 딸에게 전화가 왔다. 딸아이가 울면서 “아빠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 말만 되풀이한다. 나는 울음을 참아야 했다. 숨 쉴 수조차 없이 복받치는 울음을 겨우 참아 넘기고 괜찮은 듯 웃으며 말했다. 소라야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어찌 된 일인지 들어나 보자, 대체 그 돈을 어떻게 잃은 거니? 하고 물었다.
설명은 이랬다. 실존해 있는 회사 주식을 추천받았다고 한다.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사기꾼인 것이다. 유망주니까 그 회사 주식을 사면 대박 날 것이라는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딸아이는 그것을 믿고 그곳에 투자했는데, 그 정보 제공자는 주식을 모두 매각하고 사라진 것이다. 즉, 예를 들면 1원짜리 주식을 대량 매입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투자하도록 유도하여 주가가 상승하여 한 주당 천 원이 되면, 1원에 사들인 엄청난 양의 주식을 천 원에 매각하고 튀는 것이다. 나머지 투자자들은 다시 1원짜리 주식만 남는 것이다. 삼천만 원짜리 주식이 갑자기 휴지 조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고도의 주가조작에 넘어간 것이다.
나는 딸이 웃게 하려고 농담을 했다. 야 너 상당히 똑똑한 줄 알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당할 수가 있어? (웃으면서) 잘했다 잘했어. 좋은 경험 했네. 그래도 우리는 돈이라도 있으니까 사기도 당하는 거야. 가난한 사람이면 잃을 것도 없을 텐데, 그까짓 거 다시 모으면 되는 거니까, 그래도 신고는 해봐라. 나쁜 놈 잡을 수 있으면 잡아서 벌을 받게 해야지. 그리고 돈이란 것은 내가 열심히 땀 흘려서 번 돈이어야지 공돈은 결국 내 돈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 내 욕심이 잘못이란 것을 깨닫게 해 준 것이다. 좋은 경험 했다, 생각하고 잊어버리자. 그렇게 다독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 한 번 더 믿지 못할 소식을 들었다. 논산 문화원 켈리 수강생 중에 내 딸아이와 동갑인 친구가 똑같은 일을 겪어 힘들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그 친구에게 통화 가능한지 문자를 보냈다. 다행히도 전화가 바로 걸려왔다. 나는 대뜸 혹시 주식 투자했냐고 물었다. 역시 그 친구도 주식 투자로 많은 돈을 잃고 말았다. 우리 딸아이도 똑같이 주식 투자를 했다가 모두 잃었다고 말하고 이겨내라고, 힘내라고 몇 번을 당부했다. 너무 마음이 무겁고 원망스러웠다. 어떻게 이렇게 세상이 무서울까. 버젓이 눈뜨고 코베이는 세상이 되었다. 제발 이런 나쁜 사람들 잡아다 단단히 벌을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철저히 정부에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되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 모바일 주식거래는 어느 누구에게도 감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소액 투자자들과 신규 투자자들은 벌거벗은 채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정부에서 이러한 사각지대를 보호할 장치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