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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S Apr 28. 2022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산 이유 - 담론의 소유권

55조에 담긴 담론의 소유권은 생각보다 쌀 수도?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산다는 소식이 전 세계에 퍼졌다. 인수금액이 한화로 약 55조원으로, 2022년 대한민국 국방 예산 전체에 해당한다. 인수대금의 절반은 주식담보 대출로, 나머지는 스스로 조달할 것이라 밝혀 실제 인수자금이 확보될 것이냐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고작 2021년 2분기가 되어야 트위터 이용자는 페이스북(메타)의 10%도 못되는 2억 명을 돌파했을 뿐이고 수익도 변변치 않은데, 막대한 자금을 들여서 미국 최대의 주식부자가 트위터를 구매하려는 이유, 트위터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인플루언서가 공적 담론을 만드는 공간


CNN은 트위터에 대해 공적 담론에서 기업의 크기를 넘어서는 '거대한 영향력'(outsized influence)을 지적한다. 정치, 언론, 금융, 기술, 연예 등 다양한 분야의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거대한 팔로워들을 거느린 공인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만드는 의제설정의 힘(agenda-setting power)이 머스크가 트위터에 흥미를 가지고 자신의 통제로 두고 싶어하는 원천이라 분석했다 (Fung, 2022). 머스크 스스로도 "트위터는 문명의 미래에 극도록 중요"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Photo by Brett Jordan on Unsplash

정치에서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대중에게 크게 미쳐, 전통 미디어의 지배에 큰 균열이 나타났음이 지적되었다 (Buccoliero et al., 2017). 여러 나라의 선거에서 후보들은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고, 경쟁 후보를 공격하고, 특정 발언을 지지하며, 투표를 독려하고, 미래에 있을 사건이나 행동에 대해 암시하거나 예고하는 모든 행위의 중심은 트위터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전략과 국정에서 트위터 활용이 중요하게 작용했음은 부정하지 못할 사실이다. 트위터의 특정 사용자 구성을 활용하고 트윗을 보도에 활용하는 주류 미디어의 관행을 잘 알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광고 방식과 급진적인 담론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결합하여 미국의 정치지형을 완전히 재구성하였다고 평가받는다 (Bissonette, 2020, 195-196).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이 있음에도 왜 정치인 등 인플루언서들은 트위터를 더 선호하는가? 여기에는 다른 플랫폼보다 뚜렷하게 구분되는 트위터만의 가장 특징적인 강점이 있다. 최근에는 짧은 영상클립이나 이미지를 추가할 수 있지만, 본래 트위터의 핵심 소통기반은 짧은 텍스트이다. 트위터는 글자 수 제한이 있어 한국어의 경우 트윗 하나에 140자가 최대이다. 글자 수의 제한은 표현의 한계가 아니라 가장 효율적이고 강렬한 메시지를 위한 동기가 된다. 자세한 설명 대신, 강렬하고 단순해보이는 메시지 속에 최대한 정보를 압축해서 표현해야 한다. 글자를 담는 공간적 한계는 인플루언서의 생각을 간결한 짧은 글을 통해 가장 쉽고 빠르게 생산하는 방법이 된다. 물론 무언가를 암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수단이다. 사진이나 영상이 아니더라도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가입하자마자 자신의 생각을 글로 포스팅을 아무때나 쉽게 쓸 수있는 구조는 인터뷰나 방송출연 등 전통 언론의 소통 방식과 비교할 때 정보의 생산과 보급 면에서 속도를 논할 수조차 없다. 


트위터를 통해 생산된 인플루언서의 글과 생각은, 트위터 이용자들을 통해 전달된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한 문장으로 자신의 생각에 대해 트윗을 남기면, 각 트위터 이용자가 자신의 트위터 공간으로 대통령의 트윗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다(리트윗). 대통령의 글을 이용자가 리트윗 하면, 그 이용자의 인적 네트워크에 있는 사람들이 그 이용자의 트위터 공간을 방문하거나 알림에 의해 리트윗한 대통령의 코멘트를 본다. 여기에 또 리트윗을 하면 또 다른 사람의 인적 네트워크에 공유되고 전달된다. 이렇게 메시지가 불특정 다수에서 퍼질 수 있는 파급력과 함께, 메시지 자체가 그대로 전달된다는 면에서 원래 글 자체가 훼손되거나 왜곡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트윗과 리트윗, 댓글의 과정을 통해 트위터는 정보를 확산하고 대중간 토론이 이루어지는 온라인에서의 사회적 공간이 되었다(Pacheco, 2020, 11). 오히려 전통 미디어가 트위터를 통해 관찰된 현상을 보고 기사가 작성되는 과정을 보면 트위터는 전통 미디어에게서 정보를 생산하는 독점적 지위를 빼앗아간 것이다. 


일반 시민이 공적 담론을 만드는 공간


또 다른 트위터의 강점은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간만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오히려 트위터를 통해 공감대와 여론이 형성되는 아래로부터의 움직임이 발생하기도 한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트위터는 사회정치적 논의와 과정을 이끄는 핵심 플랫폼임을 입증했다. 또한 올해 선거도 그러했지만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도 정치현실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트위터에서 투표 기권을 밝히는 #SansMoile7Mai (#5월7일 나 없이)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프랑스의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 원하지 않는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결선투표 방식 등에 대한 불만으로 나타났다. 트위터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표현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불특정 다수에 의해 공감을 얻으면서 해시태그는 온라인 대중 여론의 핵심 주제가 되기도 한다.


트위터는 온라인의 영역을 넘어 시민에 의한 자발적인 정치운동의 주춧돌이 되기도 한다. 2017년 태국 군부는 야당에게 불리하도록 헌법을 개정하고 2019년 총선을 실시했음에도, 투표 결과가 군부 정당의 압승을 담보하지 못하자 선거제를 조작하여 군부 정당의 내각을 구성하였다. 군부와 유력 야당과의 오랜 싸움에 지쳐있던 유권자들은 대거 30대 청년이 이끄는 미래전진당에 지지를 보내어 창당 1년도 되지 않아 전국 득표 3위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하며 정책을 공유하고 토론한 결과였으며, 물론 그 소통의 플랫폼은 주로 트위터였다. 


2020년 미래전진당에 대한 강제 해산조치가 발생하자 태국 전역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이는 민주화와 사회변화를 위한 대중운동의 방아쇠였다. 야당에 대한 탄압으로 정치인들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교육정책으로 어린 학생들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없어 반발한 종교인들(스님)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국왕의 무분별한 사치와 과도한 권력에 실망하며 왕실의 존재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 사람들이, 왕실을 비난하면 감옥을 가야하는 악법과 수십번의 군부 쿠데타로 민주주의의 역행에 저항하기 위한 대학생들이,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폭력과 차별에 내몰린 성소수자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서준수, 2021, 119-121). 이들에게 왕실과 군부는 시위대에 물대포를 쏘며 강경하게 대처했다. (태국 당국이 사용한 살수차가 과거 2015년 고 백남기 농부를 사망에 이르게 하여 한국에서 사용이 금지된 한국산 장비임이 알려지기도 했다.)


© 2020 AP Photo/Gemunu Amarasinghe


정보를 전파하고 집단 내러티브와 행동의 프레임을 구축하여 민주주의 운동의 동원력을 키우는 트위터의 역할을 가리켜 해시태그 행동주의(Hashtag activism)라 불리기도 한다(Sinpeng, 2021). 시민들은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고 전달하는 모든 소통의 과정을 트위터를 통해 진행했다. 이 민주적 움직임은 국제 차원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민주주의 운동을 전개한 홍콩, 대만, 태국을 엮어 온라인에서 아시아의 친민주주의 연합을 뜻하는 '밀크티 동맹' 이미지와 해시태그가 트위터에 공유되어 국제적 차원의 민주주의에 관한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Smith, Chanlett-Avery & Dolven, 2020). 2021년에도 이어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여 시민들이 태국과 비슷한 방식으로 트위터를 통해 전세계에 지지를 호소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 소셜미디어가 온라인 영역을 넘어 오프라인 영역까지 시민의 여론과 움직임을 확대시키는 기능은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현상이 되었다.


담론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


소셜 미디어에서의 논의가 돈의 문제와도 직결된다는 사실을 알려준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2020년 5월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관에게 무릎으로 목이 졸려 사망한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발생했다. 5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에 나선 사람들을 '폭도(thug)'라고 규정하고 약탈행위가 시작되면 군대에 의한 총격이 시작될 것이라는 글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렸다. 트위터는 '폭력을 미화하는 것에 대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당 트윗에 대해 노출되지 않도록 숨기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공공연하게 트위터의 폐쇄를 언급했고,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콘텐츠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게 하는 권리(면책특권)를 박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트위터와 상반된 페이스북의 모습은 '침묵'으로 여겨지고 비판의 중심이 되어, 스타벅스,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등 여러 기업들이 페이스북 광고를 중단하는 선언을 했다. 당시 페이스북의 주가는 8% 이상 급락하여 단 하루만에 67조원이 사라졌다. 정치와 관련한 광고를 금지하고 특정 정치인의 글에 대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트위터와 달리, 페이스북은 정치인이 쓴 글에 대한 팩트체크를 하지 않겠다고 하여 정치문제에 간여하지 않을 것을 선언했다. 트위터의 경우는 정치적 논의의 공간을 제공한 자로서 그 내용과 주제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며, 페이스북의 경우는 그 공간을 제공한 자가 논의 자체에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두 플랫폼의 상반된 원칙이 모두 설득력은 있지만, 결국 가짜뉴스와 혐오발언이 난무하게 된 소셜미디어 공간의 제공자로서 페이스북이 방관해서는 안된다는 쪽으로 중론이 모아진 것은 사실이다. 


머스크 트위터의 미래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로 트위터의 운영 정책이 앞으로 변화할 것이란 예측이 많다. 머스크가 트위터의 알고리즘 방식을 대중에 공개하고 콘텐츠 관리에 대해 좀 더 개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하였기 때문에, 트위터는 좀 더 페이스북에 가깝게 변화할 수도 있다. 과거 머스크의 행적을 봤을 때,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근간"이라 말하는 그의 의도는 자기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에 더 가깝다고 비판받기도 한다. 또한 그의 비즈니스 제국을 위한 막대한 양의 정보를 공유, 생산하는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으로 테슬라의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 지속가능성의 토양을 바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의 영향력과 역할에서 찾은 것일 수있다.


머스크는 실제로 트위터 인수를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과거 베이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후, 뉴욕타임즈와 경쟁하며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적 수준에서 영향력있는 논조를 만드는 노력이 있어왔다. 특정 민주주의 형태를 지지하고 부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펼쳐 왔던 것이다. 그래서 머스크의 트위터도 테슬라의 성장을 위해 배터리 공급처인 중국에 더 우호적이고, 전기차 분야에 관한 세금감면에 적극적인 미국의 정치집단을 대변하는 방향 속에서 특정 민주주의 형태를 지향할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트위터의 콘텐츠 관리 규정이 완화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Photo by Matthew Guay on Unsplash

머스크의 사업모델과 발언들을 보면 '미래'에 초점이 있다. 인플루언서, 특히 정재계의 리더는 개인의 신념이든 자신의 현재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든 '예측가능한 미래'에 대한 소유를 갈망한다. 현재 인간의 활동방식의 근본을 바꾸는 전기차와, 활동 공간의 영역을 확대시키는 우주비행 시도에 이어, 트위터를 통한 사회 여론을 형성하고 그 변화까지 예측하려는 머스크의 구상은 어쩌면 지구와 우주의 미래를 자신의 손에서 구상해보고 싶은 꿈일지도 모른다. 미래를 향해 선구자로서 달려가려는 그는 스스로를 미국의 전통적 정체성인 프론티어(미지였던 서부에 대한 개척, 팽창, 번영)를 꿈꾸는 것일 수 있다. 머스크는 인플루언서와 평범한 개인이 모두 대중적 영향력을 사회에서 실현시키는 민주적 담론 형성이 작동하는 메커니즘과 공간에 대한 강한 소유욕을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수많은 비난이 있음에도, 지구 곳곳에서 공론의 장을 만들고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사회 현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담론의 소유권이 55조의 가치로 매겨진 머스크의 무형재산인 것이다. 물론 트위터의 가치는 머스크의 지배 아래 놓인 트위터가 민주적 가치를 더욱 높일 것인가 훼손시킬 것인가에 달려있다.



참고문헌

Bissonette, D. 2020. “Modern Day Presidential:" Donald Trump and American Politics in the Age of Twitter. The Journal of Social Media in Society, 9(1), 180-206.

Buccoliero, L., Bellio, E., Crestini, G, & Arkoudas, A. 2017. Twitter and politics: Evidence from the US presidential elections 2016. Journal of Marketing Communications, 26(1), 88-114.

Downing, J., Brun, E., E. 2021. “I Think Therefore I Don’t Vote” : discourses on abstention, distrust and twitter politics in the 2017 French presidential election, Fr Polit.

Fung, B. 2022. Why Elon Musk buying Twitter is such a big deal. https://edition.cnn.com/2022/04/26/tech/importance-of-musk-buying-twitter/index.html

Pacheco, D., P. 2020. Politics on Twitter: a comparison between Donald Trump and Justin Trudeau, ISCSP, Universidade de Lisboa, 1-13.

Sinpeng, A. 2021. Hashtag activism: social media and the #FreeYouth protests in Thailand, Critical Asian Studies, 53(2), 192-205.

서준수. 2021. How States Violate Human Rights Treaties: Case of the Thailand 2020 Protests, 한국태국학회논총, 28(1), 11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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