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이유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 붕괴에 대한 전조와 불안?

by JS

최근 서방의 주요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을 공식 국가로 인정하며, 국제 외교에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 193개 유엔 회원국 중 142개국이 이제 팔레스타인을 공식 국가로 인정한 가운데, 캐나다, 영국, 호주, 프랑스, 포르투갈에 이어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의 공식 선언은 기존의 국제 질서에 변화가 감지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직접적으로는 이스라엘의 분쟁행위에 대한 반감 및 반작용에 기인했다. 이스라엘 정착지의 확장과 가자지구에서의 분쟁, 그에 따른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은 2번의 세계대전을 딛고 국제평화와 안보 면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포함한 인도주의를 기반으로 한 지구촌 공통의 원칙에 (과거 세계대전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였던) 이스라엘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전 세계적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국내 정치에서도 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도록 하는 여론과 압력을 마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도주의 뿐만 아니라, 무슬림 공동체, 진보 세력, 친팔레스타인 단체 등 여러 정치집단과 공동체의 요구에 응답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영국은 이러한 내부의 정치적 압력에 직면해 있다. 1917년 발푸어 선언을 통해 유대인의 근거지를 인정함으로써 팔레스타인에게 수십년의 피의 투쟁을 남긴 '역사적 불의'에 대한 비난은 현재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수록 커져가는 것이다. 영국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오랫동안 지지해 온 2국가 해법의 실현을 통해 국내의 비판을 완화하고 평화적 접근을 통한 문제 해결을 지향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영연방인 캐나다와 호주도 비슷한 입장을 견지하며 인권, 자결권 등 국제법의 원칙을 강조하여 현 국제정세의 불안정에 대한 평화적, 외교적 접근을 통한 안정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이 보여진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영미와는 차별화되는 독립적인 외교노선을 지향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중동지역에서 분쟁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목소리는 최근 영국과 비슷하면서도 프랑스 주도의 평화 외교를 이끌어가려는 시도와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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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과 국제사회는 사실 오랜 과거부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왔다. 갈등 당사자 양쪽이 모두 양보해야하는 어려운 조건임에도, 전쟁으로 어느 한 쪽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한 평화를 위한 공존을 위한 중재 해법이었다. 고대로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이 지역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평화협정과 공존을 위한 협상이 현실로 이루어져왔다는 역사적 증거는 여전히 2국가 해법이 실현 가능한 해법임을 보여주며,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위기사태에 추진력을 달아주는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단, G7 국가 중 독일과 이탈리아는 팔레스타인의 국가 인정을 아직 공식화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의 국가 인정은 강력한 정치적 선언이 된다. 비국가 무장세력으로 예측불가능한 갈등 사태를 지속시키는 음지의 활동보다는, 국가 체계와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독립국가로서 외교를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양지의 활동으로 극단주의의 발호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물론 이 선택은 향후 팔레스타인의 권력 지형에 달려 있다. 이 불확실성 때문에 미국은 팔레스타인의 인정을 "하마스에 대한 보상"으로 간주하며 반대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변화는 분명 미국중심의 국제질서의 균열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온 카타르에 대해 이스라엘은 공습을 선택했다. 미국에 의존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인 갈등을 피해 온 중동의 여러 나라들은 (자국에 제한적인 피해만이 있을 것이라는 상호 이해가 무너진 상황에서) 이제 미국의 안전보장에 대한 신뢰를 부여하기 힘들어졌다. 미국이 승인했든, 묵인했든, 거부했든, 카타르 공습은 카타르 한 나라의 주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 통제 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미국주도의 중동 질서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가져 온 불확실성이 전 세계의 심화되는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느낌이다. 세계 질서의 관리자로서의 지위를 스스로 버리려 하는 움직임은 미국의 단순한 탈퇴가 아닌 유럽, 중동, 동아시아 등 곳곳에서 미국이 구축해 온 세계 대전략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영국과 프랑스의 인정이 당장 팔레스타인의 국가 승인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80년을 이어 온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체제에 대한 물음표가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사라진 서방의 단결된 목소리는 중동과 세계 정세를 더욱 혼란하게 이끌어 갈 것인가, 아니면 제한된 힘 속에서 균형과 조화를 찾을 것인가? 동맹과 질서의 붕괴가 한국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지, 팔레스타인의 국가 인정에 대한 한국의 선택이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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