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당신이 바라던 신세계인가요?
고전 독서 모임 <더 클래식> 2월 선정 도서
모임에서 한 달에 한 권 고전 도서를 읽고 있다. 이번 달에 선정된 도서는 <멋진 신세계>다. 미래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로 알고 있었고 예전에 읽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었다. 이 작품은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 중 하나라고 한다. 나머지 두 소설은 예브게니 자마찐의 <우리들>, 조지 오웰의 <1984>인데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저자는 미래의 사람들이 조금 더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게 될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소설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인사이트가 있는 저자의 서문이 굉장히 재미있다. 그 시절의 사람들은 백 년 앞을 어떻게 내다보았을까?
민족주의적 전체주의 국가와 기술이 발달한 초국가적 독재 체제
서론에서 저자는 인류가 어떤 체제를 선택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 말한다.
가까운 과거에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무산층으로 구성된 사회에서
-> 대량 생산을 지향하는 경제활동
-> 기술 개혁이 빠른 속도로 진행(2차 산업 혁명)
-> 경제적, 사회적 혼란 발생
이러한 경험으로 기술의 발달은 사회 혼란을 야기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그는 과학 기술은 점점 발전할 것을 알았고(당연히!) 그에 따라 사회는 더 혼란스러워질 것도 예상했다. 그렇다면 그 혼란 속에서 정부는 국민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어떤 체제를 선택할 것인지 짚어준다. 거의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살펴보면 그의 예측이 어느 정도 들어맞는 것 같기도 하다. 민족주의적 전체 국가인 중국 같은 나라와 기술이 발달한 초국가적 독재 체제로 볼 수 있는 미국이 있다. 미국은 세계의 경제를 손아귀에 쥐고 있고 유튜브나 구글 같은 초국가 기업도 미국 소속이니까.
<멋진 신세계 배경>
세계는 9년 간의 대 전쟁 이후 세계국으로 대 통합을 이루고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모든 인간은 인공 수정으로 태어나며 나라마다 부화 본부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출산에 관여하지 않으며 부화 공장에서 인공수정과 부화로 아이들이 태어난다.
난자에 싹이 나게 하는 보카노프스키라는 기술로 하나의 난자로부터 96명까지 아이를 만들어 낸다. 부화를 시키는 과정부터 특정한 처리를 해서 계급을 나눈다. 가장 높은 계급인 알파 계급은 덩치가 크고 지능도 뛰어나다. 인간들은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입실론 계급으로 나뉘며 하위 계급으로 내려갈수록 덩치가 작고 지능이 떨어진다.
어릴 때부터 계급별로 세뇌교육을 받아 자신의 계급에 만족하게 된다. 불행이 닥쳐오면 '소마'라는 약을 먹고 기분을 통제한다. 문명 세계에는 결혼이나 가족의 개념이 없고 남녀는 고정적인 연애를 하지 않고 자유로운 성생활을 한다.
문명세계 밖에는 관리할 필요가 없는 야만인들의 구역이 있다. 그 구역에서는 예전의 문화가 그대로 남아 결혼이나 가족을 이루는 풍습이 남아있다.
출산으로부터 해방된 인류
인류의 많은 문제는 가족으로부터 나온다. 진짜 아버지나 어머니를 모르는 경우도 있고 헤어져서 가족을 그리워하는 경우도 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데 가난해서 오는 슬픔도 있고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해야 하는 괴로움도 있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이런 고민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간단한 대안을 제시한다. 직접 출산하지 않는 것, 가족을 만들지 않고 공동체만 만드는 것이다.
결혼-출산-육아의 과정만 겪지 않아도 인간은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며 자유롭게 살 수 있다. 게다가 이 소설에서 인류는 자유로운 성생활을 하며 고정적인 데이트 상대도 없다. 그렇다면 상대방을 차지하기 위해서 생겨나는 많은 문제들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렇다. 1932년에 이 소설을 보았던 사람들에게는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겠지만 2022년에 읽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아이디어가 꽤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저런 방법을 쓰지 않아도 이미 인류는 결혼을 조금씩 거부하기 시작했다. 가족의 형태는 붕괴되고 있고 출산과 육아는 정말 원하는 사람이 결혼 없이 진행하기도 한다. 와우.
자신의 신분에 만족하는 계급사회
멋진 신세계에서는 태어나서 인공부화 과정을 통해 인류의 계급을 나눈다. 신체 조건이나 지성에 차이가 있으며 자신의 위치에 만족하도록 세뇌교육을 받는다. 교육 방법은 달라지겠지만 자신의 조건이나 상황에 무조건적으로 만족하게 만들어진 사회라면 어떨까? 좁은 시야를 가지도록 길러진다면 인간은 자유를 갈망하지 않게 될까?
문학이 조롱당하는 사회
소설 속에서 야만인 존은 보호구역에서 태어나고 우연히 셰익스피어의 책을 접하게 되어 글을 배운다. 문학으로 글을 배웠고 책으로 문명세계를 배운다. 문명 세계에 오게 된 그는 야만인 사회의 문화와 문학 속의 글들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하지만 그의 그런 행동은 문명세계에서는 놀림거리일 뿐이다.
체제의 오점을 알지만 숨기는 지도자
세계국의 지도자인 무스타파 몬드는 존의 대화에서 세계국의 여러 비밀들을 알려준다.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알파들만의 낙원을 만들려고 했던 '사이프러스 실험'이었다. 좋은 체격과 지성을 가진 알파 계급만을 모아 공동체를 꾸렸으나 지배계급은 하위계급을 이용하려 책략을 꾸미고 하위 계급은 지배 계급이 되려고 책략을 꾸몄다. 서로 음모를 일삼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게 된다. 실제 있던 사건은 아니지만 꽤 현실적으로 들렸다.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이루어지는 계층의 분리는 필연적인 것일까.
인간성, 그 고귀한 것
인간이라는 종족의 특성은 생존을 위한 삶이 아닌 더 고차원의 생각들을 하는데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타인을 위해 희생하기도 하고 사랑을 하며 어떻게 보면 삶에 필요하지 않은 문학을 만들어내고 공유하고 즐긴다. 합리적으로 개체를 보존하며 생식을 통해 번성하기만 하면 될 것을 인간은 쓸데없는 짓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 쓸데없는 짓이 인간다운 점이라면? 내가 다쳐도 남을 돕는 선,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악, 내 애인을 빼앗는 다른 사람에 대한 질투 같은 감정들이 오늘의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계산기처럼 정확한 답을 만들며 반듯하게만 살아간다면 삶의 굴곡은 없고 쾌락을 주는 '소마'만 찾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인간다움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가, 낯선 사람을 돕는가, 진실을 탐구하려 하는가, 진실이 감춰진다면 용기 내어 현실을 말할 수 있는가 하는 수만 가지 질문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깔끔한 후기를 남기고 싶었는데 생각할 점이 많아서 정리가 어려웠다. 읽기 전에는 가벼운 SF시리즈를 생각했지만 소설 속에 그려진 미래는 꽤나 복잡했다. 여러 생각들이 표류했고 결국엔 야만인인 존의 죽음이 헛되다는 생각만이 남았다.
나는 다름에 대해 인정하고 다 함께 발전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인간적인 모습이 사라지지 않는 세상이 유지되면 좋겠다.
* 다빵씨 네이버 블로그 *
https://blog.naver.com/ddazero
*다빵씨의 유료 콘텐츠 - 무비플로우*
https://contents.premium.naver.com/moviefw/moviefl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