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없애는 가장 단순한 기술
딸아, 요즘 엄마가 온몸으로 체험 중인 단어가 있단다.
NOW, HERE. 지금, 여기.
붙여 적으면 nowhere. 아무 데도 없고,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뜻이 되지.
하지만 띄어쓰면 완전히 달라져.
“지금, 여기”라는 가장 정확한 삶의 자리가 된단다.
오늘은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다시 펼쳤어.
아침마다 엄마가 하는 필사 도서로 이번에 선택된 책이지.
엄마는 눈앞에 있는 작은 장미 한 송이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리고 어제의 나는 이미 지나갔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이 책을 다시 잡았어.
10년 전,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 속에서 처음 만난 책이었단다.
다시 읽으면 완전히 새로운 느낌일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그러지 않았어.
예전에 받았던 감동은 하나도 희미해지지 않았더구나.
오히려 더 깊어져 있었지.
걱정에 관한 장을 읽다 엄마는 잠시 멈춰 섰단다.
병원을 찾는 이유 중 상당수가 ‘걱정’ 때문이라 하고,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며, 그 스트레스의 뿌리가 바로 걱정이라니
이 책은 어쩌면 가장 실용적인 건강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페이지를 넘기는데 뒷면에서 익숙한 글씨가 눈에 들어왔지.
10년 전의 엄마가 적어둔 문장이었단다.
순간 피식 웃음이 났어.
오늘 아침 엄마가 앞 페이지에 적어둔 문장과 똑같았거든.
예나 지금이나 엄마는 참 변함이 없구나, 싶었지.
10년 전의 나와 10년 후의 내가
같은 자리에서 같은 깨달음을 적고 있다니,
참 신기하지 않니?
그때도, 지금도
이 책이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였나 봐.
now, here.
지금, 여기.
붙이면 nowhere.
지금 여기가 아니면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야.
나의 행복도, 나만의 북극성도,
그리고 나라는 존재조차도
오직 지금 여기에서만 살아 있다는 것.
이 단순한 문장이 오늘따라 유난히 마음을 울렸단다.
그 깨달음으로 시작한 오늘은 유독 선명했어.
너희들의 웃음소리가 더 달콤하게 들렸고,
너희들과 눈을 맞출 때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지.
린이를 보내고 선이를 등원 차량에 태워 보낸 뒤
엄마는 늘 그렇듯 요가원으로 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단다.
그런데 평소 잘 마주치지 않던 우리 두 차가 오늘은 스치듯 지나가게 되었어.
그 순간, 버스 안에서
자기 몸집보다 더 크게 팔을 흔들며
“엄마 여기 있어요!” 하고 외치는 듯한 선이의 모습이 보였단다.
그 장면은 세상의 모든 행복을 엄마에게 안겨주는 것 같았지.
그 기쁨을 가득 안고 요가원에 도착해 명상을 시작했는데,
도무지 집중이 되질 않았단다.
선이의 작은 몸짓이 떠올라 자꾸 웃음이 났거든.
그래서 엄마는 오늘의 교훈을 다시 꺼내 들었어.
now, here.
지금 이 순간.
원장님의 동작에 온전히 집중했고
엄마는 엄마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만족스러운 60분을 선물했단다.
그저 눈앞의 순간에 집중했을 뿐인데
매번 놀라운 결과가 찾아오더구나.
시간은 흐르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느끼는지’는 전적으로 내 몫이라는 걸
엄마는 또 한 번 배웠단다.
오늘 《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인문학》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실 하나, 부모가 힘을 내면 아이도 힘을 낸다고 하더구나.
너희를 잘 키우는 비법을 찾느라
복잡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었구나.
그저 내가 지금 여기에 살아 있는 것,
그게 전부였어.
오늘, 지금, 여기.
모든 걱정을 밀어내고 모든 답을 품고 있는 이 단어를
엄마는 오늘 온몸으로 체험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