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가진 것을 바라보는 힘

행복은 눈앞에서 자란다

by 주현정

“엄마, 내 옆에는 아무도 없어요. 슬퍼요.”

아빠가 없는 저녁 밥상에서, 너희가 종종 하던 말이야.

홀수로 자리를 앉다 보니 누구 옆에 앉을지 늘 고민이고,

오늘은 언니 옆, 내일은 선이 옆이라고 정해놔도 너희에게는 여전히 ‘옆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던 모양이야.


그럴 때마다 엄마가 했던 말, 기억하지?

“아니야, 잘 봐. 네 앞에는 엄마랑 언니, 두 명이나 있잖아.

네가 가진 것을 볼 줄 알면 행복해져.

하지만 가지지 못한 것만 바라보기 시작하면 행복은 결코 네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부족한 것만 보이면, 삶은 늘 허기져 보여


엄마도 그랬단다.

눈앞에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면

사람은 늘 불행하다고 느끼게 되더라.

엄마의 차는 항상 남의 차보다 작아 보였고,

엄마의 연봉은 남들보다 부족해 보였고,

내 부모는 늘 부족해 보였지.

그래서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며

자기 연민 속에서 허우적대던 시절도 있었단다.

손에 쥔 것이 분명 있었을 텐데도 맹인처럼 아무것도 보지 못하던 시절 말이야.

마음은 늘 빈 그릇 같았지.

그 시절의 삶은 정말 많이 허기졌어.


그러다 너희가 태어났어.

너희가 태어나고,

엄마 인생엔 처음으로 ‘나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생겼어.

그건 정말 큰 변화였단다.

너희가 눈앞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삶이 빈틈없이 ‘풍족함’이 밀려왔어.

그때부터였어.

내 앞에 있는 것들이 비로소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 게.

생각해보니, 엄마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더라.

자상한 남편, 토끼 같은 두 딸, 비록 전세라 해도 살아온 인생 중 가장 넓은 집, 그리고 우리 가족을 품어주는 소소한 가구들.


어느 날 스스로에게 물었어.

“내 인생에 더 필요한 게 있을까?”

그리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었지.

충분해. 나는 이미 모든 것을 가졌구나.

그렇게 눈앞에 있는 것들에 만족하기 시작하자

행복이란 녀석이 성큼 다가오더라. 게다가 엄마 인생에서 만난 녀석 중 단연코 가장 커다란 녀석이었지.


너무 많이 가지려 하면, 무엇이 소중한지 오히려 헷갈리게 돼.

너희가 인형을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야.

새 인형이 들어오면 예전에 그렇게 사랑하던 인형들의 자리는 조금씩 밀려나게 되지.

린이가 사랑하던 강아지, 알렉스,

선이가 안고 자던 토기, 잭.

새 인형들이 들어오면서 어느 순간 너희 손에서 멀어졌지.

그래서 엄마가 말했잖아.

“우리 집, 인형 출입금지!”

이유는 단순해.

너무 많이 가지면 무엇을 소중히 해야 하는지 헷갈리기 때문이야.

엄마가 장난처럼 말하곤 하지?

“이거 엄마의 only t-shirt야. 소중히 다뤄줘.”

그러면 린이도 웃으며 말했지.

“엄마, 이건 제 only pants예요. 소중하게 다뤄주세요!”


이게 바로 작은 것 하나에서 만족을 배우는 힘이라고 생각한단다.

딸아, 네 ‘only’를 잘 지켜주렴

행복은 거창하게 오지 않아.

지금 눈앞의 작은 것들 속에서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자란단다.

슬플 때마다, 속상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봐.

“지금 내 눈앞엔 뭐가 있지?”


엄마 눈앞엔 지금도

너희 둘이 왔다 갔다 하고,

따뜻한 집이 있고,

그 모든 순간이 감사로 가득해.

너희도 삶의 작은 것들 속에서

각자의 only들을 지키며 살아가길,

그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되길

엄마는 진심으로 바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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