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로 전하는 관심을 숫자로 확인함도 감사하지만
고즈넉이 나부끼는 웃음의 끝자락을 붙잡고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즐거움에 두 발을 놀리느라
아무런 계산도 하지 못할 때 황홀합니다.
앉을 곳으로 걷는 "한방향"이 무색하도록
차디찬 녹차 위에 얹은 휘핑크림의 경계를 마주하면
두 손의 방향은 아무 저항 없이 맺혀 있는 물방울로 내달립니다.
고이고이 숟가락으로 불투명을 떠먹다가
파인 공간에 입술을 묻어 반투명을 마십니다.
커다란 창 너머 재회한 시간이라는 숫자 속절없이
셈해보니 반도 남지 않은 아쉬움이 야속해서
얼음 와그작거리는 소리로 숟가락을 놀립니다.
고루 섞인 아이스 라떼에 달콤쌉싸래함에
소중한 만큼 잡담은 찬 뱃속에만 남겨둡니다.
마라톤을, 이사를, 목표로 삼은 대회들을
핑계가 될 모든 이야기는 입을 닦은 티슈와 함께
대걸레를 미시는 친절한 여사님께서 치워주십니다.
유희로의 기록을 멈추기엔 아득하지만
그렇다고 밝히기엔 이 어둠이 너무도 아늑합니다.
이윽고 가을은 쉬어가려 합니다.
찻집에서 나올 때 들은 구름노래가 우러날 때까지
등 떠미는 바람이 한결 시원하도록
잠시만 이곳에 멈추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