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치의 회고 #19
나는 열아홉 살이었다. 친구들이 대학 입시라는 목표 하나만 보고 달릴 때, 나는 조금 다른 길에 서 있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직업 위탁 교육을 받기로 한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대단한 포부가 있어서 '패션 디자이너'를 지망한 건 아니었다. 1년 전 담임 선생님이 내게 했던, "너는 꿈은 있는데 노력은 안 하는구나"라는 뼈아픈 말이 내 등을 떠밀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 딱 그 정도였다.
위탁 학교는 묘한 곳이었다. 누군가는 정말 열정적으로 바느질을 했고, 누군가는 지원금만 바라보며 시간을 때웠다. 나는 그 중간 어디쯤 있었다. 너무 튀지도 않게, 그렇다고 너무 막 살지도 않게. 그냥 '적당히' 수업을 듣고 과제를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적당한 성실함'이 그곳에선 눈에 띄었던 모양이다. 선생님들은 나를 좋게 봐주셨지만, 사실 나는 좀 부담스러웠다. 내 안엔 그분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대단한 열정이 없었으니까.
내 인생이 바뀐 건 정말 사소한 순간 때문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다 빠져나간 텅 빈 교실, 나는 혼자 남아 바닥을 쓸고 있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내가 쓴 자리를 치우고 싶었을 뿐이다. 그때 우연히 들어오신 학과장님이 그 모습을 보셨다.
"혼자 남아 청소하는 그 마음가짐, 그거 하나면 된다."
학과장님은 내 바느질 실력이 아니라, 빗자루를 든 내 태도를 인정해 주셨다. 그 칭찬은 꽤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날의 청소 덕분이었을까. 학교에서는 내게 이탈리아 유학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회를 제안했다. 학과장님과 교수님들이 알음알음 연결해 주신 덕분이었다. 보통이라면 겁을 먹거나 계산기를 두드렸을 텐데, 나는 의외로 덤덤하게 "가겠다"고 했다. 나를 믿어준 분들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이 나를 움직였다. 그렇게 내 이탈리아행은 빗자루질 한 번으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