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치 회고 #19-1
위탁 교육을 받으며 패션을 배우던 그해. 내게는 아직도 서늘하게 박혀 있는 기억 하나가 있다. 처음으로 참가했던 외부 패션 콘테스트였다.
주제는 '한국의 미(美)'였다. 나는 '기생'을 컨셉으로 잡고, 번들거리는 합성 가죽 위에 불투명한 오간자 천을 덧대기로 했다. 머릿속 계산은 완벽했다. 천 너머로 가죽의 광택이 은은하게 비치는 세련된 느낌을 꿈꿨으니까. 하지만 내 손은 내 머리를 따라가지 못했다. 재봉틀을 다루는 법도, 옷의 본을 뜨는 패턴 실력도 엉망이었다. 완성된 옷을 들고 대회장에 들어서는데, 설렘은커녕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내 실력이 들통날까 봐 무서웠다.
내 옷을 입은 모델 앞에서도 나는 죄인이었다. 디자이너답게 "옷을 돋보이게 걸어달라"고 요구할 자격이 없다고 느꼈다. 그저 미안해서 눈치만 봤다. 결국 사고가 터졌다. 런웨이 한복판에서 모델의 겉옷이 스르르 벗겨져 버린 것이다. 심장이 바닥으로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나는 모델을 탓하지 않았다. 애초에 기본도 안 된 내가 욕심을 부려서 벌어진 일, 내가 죄를 짓고 있는 기분이었다. 쇼는 끝났지만 부끄러움은 끝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결과는 본선 진출이었다. 심지어 대표로 단상에 올라 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 순간, 친구를 통해 전해 들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내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저딴 게 왜 상을 받아?"
상을 손에 쥐고도 나는 패배자가 된 기분이었다. 남들은 승리라고 기록했을지 몰라도, 내 마음속 기록부에는 처참한 낙제점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때 잔뜩 웅크리고 있던 열아홉의 나를 조용히 떠올려 본다. 그때 나는 왜 그렇게 스스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을까. 실력은 서툴렀어도, 그 부족함 속에서 어떻게든 답을 찾아보려던 몸부림이었는데. 지금이라도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대 뒤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자책하던 나를 안아주고 싶다.
"괜찮아. 그 정도면 충분히 용감했어. 그 삐뚤빼뚤한 바느질이, 나중엔 너를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매듭이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