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치 회고 #19-2
위탁 교육의 마지막 관문인 졸업 패션쇼 준비 기간이었다. 나는 꽤 과감한 시도를 했다. 위아래가 붙은 점프수트였는데, 넥라인을 명치 위까지 깊게 파내려 간 디자인이었다. 그냥 그게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 옷을 본 교수님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거, 너무 야한 거 아니니?"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반박할 수 없었다. 오히려 머릿속에서 '아, 교수님 말씀이 맞겠지. 이게 정답이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가 야심 차게 준비한 '새로운 시도'는 오답이었고, "너무 야하다"는 교수님의 지적이 이 사회가 요구하는 명백한 정답지처럼 느껴졌다. 나는 내 디자인을 고집할 확신도, 그를 설득할 용기도 없었다. 그저 그분의 시선이 객관적인 기준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때의 수긍 뒤엔 묘한 씁쓸함이 남는다. '야하다'는 이유로 디자인의 가능성이 차단되는 현실을 정답으로 인정해야만 했던 그때. 안전하고 단정한 옷만이 정답으로 대우받는다면, 패션은 과연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그때의 나는 교수님의 말씀을 거스를 수 없는 정답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는 조심스럽게 묻고 싶다. 과연 이 사회가 우리에게 정답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정말 흔들리지 않는 진짜 정답일까? 당신도 한 번쯤은 그 견고한 정답지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