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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통수영 Sep 19. 2024

이방인 4

한국살이 A 이야기

적은 돈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많다면

그곳은 한국이다.


01.

지하철만 타고 놀러 갈 수 있구나.

이렇게 좋은 과학관이며 물놀이장이며 과학관이 다 무료라고?

한국은 정말 무료가 많다.

집값 빼고는 국은 정말 살기 좋다.


SNS에서 본 한국은 지지만 공짜인 곳도 많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곳도 많다.

거기다 한국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고 있는 언니들이 안내해 준 장소는

모두 무료이고 저렴한 곳이다.


언니들은 돈이 없나?

왜 저렇게 궁상을 떨까?

언니들은 서울 아파트에 산다.

얼핏 봐도 형부에 월급이 최저임금은 아닐 것 같다.

그런데도 언니는 아웃렛이나 쿠팡에서 쇼핑한다.

옷을 살 수 있지만 옷을 물려 입힌다.

휴가철 여행지에서 화려한 휴가를 보낼 수 있지지만 언니들은 휴가철에는 비싸다며 휴가철에는 여행가지 않고 집밥을 먹는다.

 

힘들어도 택시 대신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고

외출 시에도 도시락과 간식을 가지고 다니고

각자의 물과 소지품은 챙겨서 다닌다.


언니 집에 초대를 받아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상에 차려진 음식이 전부이고,

넉넉하게 하기보다 딱 맞게 정량에 맞게 요리한 언니.

언니와 식사를 하면 모자라거나 딱 맞는다.

남은 적이 없다.

내가 사준다고 해서 누구에 주머니에서 나오든 언니는 찮다고 하고 절약만 한다.


넉넉함이 당연한 A가 보기에

언니는 너무 이상하다.

대가족 안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살던 A에게는

넉넉함이 미덕이다.

버리면 버렸지 언제나 손님이 왔을 때

많이 만들고

남은 음식은 포장해 주었다.

A는 항상 부족했고 더 원했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베트남 가족들이 사용할 생활비를 보내고 나머지 비용으로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샀던  기분을 A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항상 부족했고 배불리 먹지 않았기에

생각한 단어 넉넉히. 많이.

지금도 베트남 친구들을 만날 때 그렇게 음식을 구입한다.

베트남에 있을 때는 다 먹었지만

한국에서 지금에 나는 먹지 않고 버릴 때도 있다.


얼마 전 고향친구들과 식사를 하려고 치킨을 정량에 딱 맞추어 시켰는데 모자라 라면을 사서 먹었다.

친구들이 A에게 한마디 한다.


"좀 넉넉하게 시키지.

한국 언니들 닮아가니?"


한국사람들은 잘 사는 것 같은데

왜 저렇게 구두쇠인가?

그렇게 말했던 A가

이해가 안 가는 한국 언니들을 닮아가는 중이다.


02.

"엄마 떡볶이"

아들이 또 떡볶이를 찾는다.

순대에 떡볶이. 어묵탕. 김밥 떡볶이 국물에 찍먹

요즘은 짜장면에 이어 짬뽕맛도 알았다.

이제 곧 있으면 곱창도 먹겠는걸?



베트남음식을 많이 해주려고 하지만 아이는 도통 한국음식을 찾는다.

아이가 맛있다고 잘 먹는 베트남 요리도 정통 베트남 스타일이 아닌 사실 퓨전이다.


언어를 잊지 않으려고 베트남어를 교육하고

주기적으로 베트남에 방문하고

베트남 친구들과도 관계를 맺어 소통한다.

아들이 베트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입맛은 A 뜻대로 되지 않는다.


베트남에 가면 베트남 음식만 먹으면 좋으련만

A의 아들을 위해 한국음식을 다시 만들어줘야 하고 가족들이 모두 모여 잔치를 할 때도 한국음식을 찾는다.


입맛이 한국음식에 길들여진 것처럼

한국생활도 잘  적응하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문득 드는 불안감.

베트남을 잊으면 어떻게 하지?


A가 힘듦을 겪었지만 A의 아들만큼은 한국생활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 사람처럼 한국에 잘 적응했으면 한다.

다른 한편으로 베트남을 더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


두 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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