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행복이를 학교에서 일찍 픽업했다. 그 이유는 이번 주말이 롱 위켄드(long weekend)이기 때문이다. 다음 주 월요일이 호주의 공휴일이라서 3일간의 연휴가 이어진다. 이런 긴 주말을 호주에서는 ‘롱 위켄드’라고 부른다.
이번 롱 위켄드를 어떻게 보낼지 우리는 오래전부터 계획을 세웠다. 이번에도 네 가족이 함께 에어비앤비를 예약해, 같은 공간에서 머물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래서 행복이를 학교에서 데리고 나온 후, 차를 타고 약 2시간을 달려 데일스포드(Daylesford)로 향했다.
데일스포드는 호주 빅토리아주에 위치한 아름다운 소도시로, 멜버른에서 약 115km 북서쪽에 있다. 이곳은 자연 속에서 힐링할 수 있는 온천과 스파, 예술적인 분위기, 훌륭한 미식, 그리고 아름다운 호수로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찾는 곳이며, 특히 매년 3월에는 칠 아웃 페스티벌(ChillOut Festival)이 열린다.
칠 아웃 페스티벌은 호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역 LGBTQ+ 축제로, 다양성과 포용을 기념하는 행사다. 음악, 퍼레이드, 공연, 그리고 다양한 문화 이벤트가 열려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우리도 이번 축제를 경험해 보기 위해 데일스포드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도착하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어떤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이번 롱 위켄드 동안 가족들과 함께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며,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그렇게 도착한 숙소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우리가 머물게 된 곳은 한적한 농장으로,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고요한 공간이었다.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머무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저녁이 가까워지자 예상치 못한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해 질 무렵, 캥거루들이 우리 숙소 주변으로 조용히 나들이를 나온 것이다.
그 광경은 마치 자연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같았다. 멀리서 바라보던 캥거루들이 가까이 다가와 풀밭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몇 마리는 뛰어다니며 자유롭게 움직였다.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캥거루들을 지켜봤고, 우리도 자연스럽게 그 순간을 즐기며 산책을 나섰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새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길. 도시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이런 고요함 속에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이들은 들뜬 목소리로 캥거루들을 가리키며 신기해했고, 우리는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며 기억 속에 새겼다. 숙소에 도착한 첫날부터 자연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시간이 시작되었다. 밤이 되면 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기대하며,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내일을 준비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